3野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확정한 듯 선전하자…미묘한 입장차 부각
文대통령, 文의장에게 "선관위案 기본으로 여야합의시 지지"…보다 급진적
바른미래 이언주 "제왕적 대통령제하 文 2·3중대-의원정수 늘리기 안돼"

자유한국당은 12월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간 이룬 합의 사항 중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편에 한국당이 '최종적으로 합의한 건 아니'라는 입장을 16일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12월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간 이룬 합의 사항 중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편에 한국당이 '최종적으로 합의한 건 아니'라는 입장을 16일 밝혔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전날 이룬 합의 내용과 관련, 자유한국당은 16일 "일부 정당(주장)과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로 '최종 합의'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이같이 알린 뒤 "한국당은 향후 의원총회 등 당내 논의 과정에서 다각적인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어떤 선거구제가 국민의 민의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지 치열한 토론과 숙의과정을 거쳐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여야는 국회가 더 이상 민생을 외면하고 교착상태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산적한 국회 현안에 대해 합의했다"며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상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각당과 협의해 국민의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뒀다. 정당득표율과 의석 수 배분을 일치시키는 방향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완전히 타결한 적이 없으며, 사표(死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여야 합의를 본다면 저는 얼마든지 대통령으로서 함께 의지를 실어서 지지할 뜻이 있다"고 '조건부 지지'의사를 밝혔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입을 모은 군소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입장보다도 한발짝 더 나아간 조건을 내걸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30분 가량 여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관련 면담을 갖는 도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안(案)을 기본으로 해서"라고 전제한 뒤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과 지난번 대선 때도, 제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중앙선관위가 선거 관련 안을 제시해 줘서 우리 당과 정의당이 함께 노력했던 바도 있었다. 저와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표가 열심히 노력했었는데 그때도 이뤄지지 못했다"며, 과거 선관위가 제시한 일명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거론했다.

선관위는 20대 총선을 앞둔 지난 2015년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되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현행 '4.56 대 1(지역구 253 : 비례 47)'에서 '2대 1(지역구 200 : 비례 100)'로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체 의석수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달리, 정당득표율을 6개 권역마다 별도 집계해 해당 권역별 의석수를 배분하는 제도다. 일각에선 "연동형보다도 지역 대표성이 더 높다"고 호평하지만, 의석수 배분 문제와 지역 표심 관리 등을 놓고 지역구도 고착화 또는 지역차별 논란이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12월16일 페이스북 캡처

한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국회가 전면 합의를 이룬 듯 홍보 중인 바른미래당에선 "이상과 현실 간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내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여야 합의를 기점으로 자당 손학규 대표가 단식 농성을 중단한 것을 계기 삼아 입을 열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의 소선거구제가 다수득표제로 사표가 발생할 수 있고, 그런 사표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리가 있다"면서도 이같이 지적했다. 

이언주 의원은 "한국정치의 특수한 상황을 겪어보고 나니 선거제도란 게 그냥 산술적 합리성만 볼 게 아니라 그 나라 특유의 권력구조와 민주주의의 작동원리, 그 나라가 처한 특수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따로 떼어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현행 대통령제에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의 권력구조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며 "대통령이 입법부(여당), 사법부, 기타 사정기관과 모든 정부 산하기관 기관장과 임원들의 인사권을 장악하고 그로 인해 심지어 민간영역 인사에까지 사실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 영향력의 원천은 바로 대통령이 공천권을 통해 여당을 지배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런 현상은 문 대통령 들어 훨씬 더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따라서 현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을 견제할 강력한 야당과 국회가 출현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가 정비돼야지, 오히려 (여당의) 2중대·3중대를 양산하는 제도가 돼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비상상황'이라고 현 정국을 인식한다면 강력한 '단일야당'이 출현하는 것이 나라를 걱정하는 다수의 민심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어쩌면 지금 그런 상황인지도 모르나, 결과적으로 지리멸렬하거나 2중대에 불과한 다수의 야당이 생겨 대통령의 폭주는 걷잡을 수 없게 되고 나라의 위기를 그대로 맞게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더구나 국민들이 봤을 때 현재의 군소야당들이 도대체 어떠한 선명한 정치철학을 갖고 결기 있게 실현하고자 하는지 등 각 정당의 철학적 차이를 분명히 구분하기 어렵고, 국민들로부터 '나라야 어찌되든 군소정당으로라도 차기 총선에서 생존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계산이 아닌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아울러 "우리 스스로 의원정수를 늘인다는 건 염치가 없는 일"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증원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뒤, "연동형 비례가 무조건 좋은 것이냐"며 "문 대통령이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며 폭주하는 현 상황에서 결코 연동형이든 뭐든 '비례제 확대'는 절대 안 된다"고 역설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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