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랏님 중에 김정은이 최고...북한사람 부러워 죽겠다” 황당한 백두칭송위 대학생들
[르포] “나랏님 중에 김정은이 최고...북한사람 부러워 죽겠다” 황당한 백두칭송위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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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칭송위 소속 30여명 대학생들 주말 도심에서 '김정은 칭송' 연설대회와 공연
진달래 꽃술 흔들며 "김정은 위원장님 1분, 1초라도 빨리 오셨으면..."
언론과는 접촉 꺼리고 경계도 심해...
백두칭송위원회가 15일 서울 중구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제2차 '꽃물결' 집회를 개최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 마로니에 공원 앞. 얼굴이 보송보송한 대학생 30여명이 모여 흥겨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얼핏 보면 평범한 거리 공연 같았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에서 사용하는 진달래 꽃술을 흔들고 있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노래 가사도 범상치 않았다.

“...다가온 통일의 날 얼마나 설레는 순간인가

8천만 한겨레가 얼마나 바래왔던 순간인가

마르지 않는 천지에 붓을 적셔 자주통일의 새 역사를 쓰자.

마르지 않는 천지에 붓을 적셔 조국 승리의 새 역사를 쓰자

마르지 않는 천지에 붓을 적셔 자주통일의 새 역사를 쓰자...“

이날 공연은 백두칭송위원회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환영 2차 연설대회 ‘김정은'과 전국 순회공연 '꽃물결'이었다. 백두칭송위는 김정은의 서울 답방을 환영할 목적으로 국민주권연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이 결성한 단체다. 행사가 무르익어갈 무렵 한 여대생이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이 언제 오셨으면 좋겠나요?”

바닥에 앉아있던 30여명의 학생들이 일제히 진달래 꽃술을 흔들며 “내일”이라고 대답했다. 이들 중 몇몇은 대학교 마크가 찍힌 긴 패딩 점퍼를 입고 있었다. ‘대안대학 청춘의지성 씽’이라는 마크도 보였다.

여대생이 “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이 1분, 1초라고 빨리 오셨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지금 바로 뒤를 돌면 국무위원장님이 계셨으면 얼마나 좋겠냐”고도 했다. 여학생이 선창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님”하고 외치자 좌중은 한 목소리로 “환영합니다”고 소리쳤다.

백두칭송위의 연극 공연

 

백두칭송위원회가 15일 서울 중구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제2차 '꽃물결' 집회를 개최했다.

이어 연극이 시작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의 방문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한 가족의 이야기였다.

'김정은 Forever' '김정은 ♡'가 적힌 피켓을 든 아버지의 입에서 “(김정은) 위원장님 봐라. 미국을 찍소리 못하게 만들지 않았느냐. 자기국민들 딱 지켜주고 어디가도 안 꿀리게 하는 것이, 나랏님 중에 최고”라는 말이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그는 "방탄소년단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이 백배천배 더 좋다. 나랏님이 그렇게 겸손한 걸 처음 봤다. 대한애국당, 자유한국당이 아니고는 김 위원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요즘엔 북한 사람들이 부러워 죽겠다”고 했다. 

어머니가 “그런 말 하면 잡혀간다”고 남편을 말렸다. 그러자 아들이 “엄니, 걱정마소. 이제 세상이 바뀌어서 요맨치 말하는 것은 잡혀갈 건떡지도 안 되단께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아버지는 인공기를 들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을 마중 나가자고 했다. “자한당과 애국당은 태극기에 성조기, 이스라엘기까지 들고 나오는데 인공기가 뭐가 어떠냐”고 했다. 좌중이 폭소를 터뜨렸다. 이들 가족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을 나쁜 놈들로부터 우리가 지켜드려야 한다”며 '김정은 환영위원회 백두지킴이'를 결성했다. 

백두칭송위 연설대회 '김정은'
백두칭송위 연설대회 '김정은'

공연에 앞서 연설대회도 있었다. 대학생들은 김정은을 ‘위대한 지도자’로 칭송하며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재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극진히 환영을 받았으니 우리도 그에 못지 않은 수준으로 김정은을 환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예닐곱 명의 학생들이 나와 연설을 했는데 그 내용은 거의 비슷했다.

한 대학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는 권위주의적이고 꽉 막힌 독재자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지 않느냐”며 “나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했다.

백두칭송위원회 김수현은 “평양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열렬히 환호했다.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이다. 그 이상의 답례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북한을 악마화하고 북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비정상이 되는 이상한 사회에 살아왔다”며 “과거 보수 독재정권들이 각종 빨갱이 논리를 써먹어가며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 했고, 보수 언론들은 북한에 대한 가짜뉴스를 공장처럼 찍어내면서 진실을 호도하기 바빴으며, 수구보수 정치인들은 안보팔이를 해 적지않은 표를 얻어먹었다. 그러나 문익환 목사께서는 ‘남과 북이 서로 고무 찬양하지 않고 어떻게 통일을 이룰 수 있겠느냐’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청년단 현치우는 “북한 지도자의 서울 방문은 그동안 미국의 방해와 북미관계 악화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남한의 온 국민이 김정은 위원장님의 인간적인 풍모와 진정성을 마주하게 되면 우리가 한민족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려는 이때 지금을 상황을 심각한 국가존폐 위기처럼 조장하고 직접적으로 남북교류를 방해하는 미국과 분단 적폐세력의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며 “통일이 다가올수록 이들의 방해가 더욱더 노골적이고 그들도 굉장히 많이 절박해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의 방문으로 반민족 반통일 입지는 축소되고 민족의 통일은 빨라질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님의 한걸음 한걸음에 열렬한 환영으로 화답하자”고 했다.

대학생 이인선은 “세 번의 정상회담 통해 생중계로 본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은 소탈하고 겸손한 모습이었고, 이는 북한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깨트렸다”며 “새로운 한반도 평화 자주통일 이룩하자”고 했다.

백두칭송위원회 대학생들은 언론매체와 접촉을 꺼렸다. 학생들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연설대회에 나선 한 남학생이 선뜻 인터뷰에 응했지만 곧바로 행사위원들로부터 저지당했다. 언론과 접촉하지 말라는 주최측의 지시가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을 환영합니다’는 프래카드를 들고 있던 한 가족에게 ‘어떻게 나오게 됐느냐’고 질문하자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이 “페이스북을 보고 왔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 여성은 주위의 행사 관계자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인 것 같았다. 학생들이 김정은 칭송 연설대회와 공연을 이어가는 동안 주위에선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장년들이 경계의 눈빛으로 주위를 엄호했다.

백두칭송위는 지난달 8일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결성됐다. 몸통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 친북단체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전대협과 한총련을 잇는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의장(한대련) 소속 학생들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지난 11월 21일 ‘대학생 실천단 꽃물결’을, 11월 26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남북정상회담 환영 청년학생위원회’ 등 유사 단체를 줄줄이 출범시켰다. 또한 ‘백두칭송위원회’와 ‘꽃물결 실천단’ 등의 주요 인사들은 모두 ‘자유민주적 질서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정당 해산 심판을 받은 통합진보당(통진당)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백두칭송위원회 윤한탁 공동위원장은 전 민생민주평화통일주권연대 공동대표와 이적단체인 6.15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공동대표를 지냈다. 윤 위원장은 또한 전교조의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이나현 공동대표는 민중당 소속으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김포시 구의원에 출마했다. 변은해 꽃물결 실천단원도 민중당 소속으로 2018년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했다. 김한성 백두칭송위원회 위원은 현재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공동대표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백두칭송위는 공연과 함께 사진전도 열었다.
백두칭송위는 공연과 함께 사진전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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