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다 '정권' 이익 앞세워 北 '우리민족끼리' 전술 따르는가
對中 조공-反美·反日 유도 '우리민족끼리'는 수구좌파 선동구호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동아시아의 대제국 중국의 이웃으로서 중국에 흡수되지 않고 독자성(identity)을 유지해온 나라로 대한민국과 베트남을 꼽는다. 자긍심을 가질만하다. 그러나 5천년 역사에서 중국대륙에 눌려 고난을 겪은 치욕의 시기도 있었다. 명분에 함몰되어 지세와 시세 판도를 잘못 읽고 멍청한 외교를 했던 때였다. 다시 그런 비극의 전철(轉轍)을 밟으려는 현실이 크게 걱정된다.

모름지기 정권 담당자는 정권의 이해관계보다 국가의 큰 이익을 앞세워야 한다. 그것을 어기면 애국자라 할 수 없다. 허구적인 평화를 내걸고 반역집단의 이익에 봉사하려 한다면 오히려 대역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문재인 정권의 외교는 북한의 ‘우리민족끼리’라는 전술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주사파 전대협 운동권 인사들이 청와대에만 65명 정도 포진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들이 ‘위수김동’과 ‘친지김동’ 구호를 외치며 했던 서약을 뒤집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 전향이라는 결단은 ‘변절자’라는 떼거리 반격을 받기 때문에 웬만한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김일성은 1991년 5월 잠수정으로 방북한 김영환에게 남한에 주사파가 1천만이 되면 혁명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한다. 그것이 지금 문재인, 임종석을 비롯한 소위 촛불혁명세력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문재인은 혁명을 했다고 국내외에 공언하고 있다. 1975년 월남의 통일에 희열을 느꼈다던 문재인은 미국을 제국주의로 보는 민족해방혁명을 동경하고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이 해체되면 북한의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전략에 따른 ‘민족자주정부’를 이룰 수 있게 된다.

금년 초 밀실 작업을 거쳐 불쑥 내민 헌법 개정안은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떼어내고, 헌법상의 ‘국민’을 ‘사람’으로 바꾸는 내용들이 들어 있다. 아직도 폐기하지 않고 여차하면 밀어붙일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북한 헌법 제3조와 제8조에서 규정한 ‘사람’과 일치한다. 사람중심의 세상, 소위 주체사상과 동조한다. 결국 남북연방제 통일을 추진하겠다는 검은 의도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대외정책은 겉으로는 굳건한 ‘한미동맹’이라지만, 속으로는 동맹에의 역행을 서슴치 않고 있다. 북핵폐기와 북한인권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당근’과 ‘채찍’을 함께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당근만을 고집한다.

제70회 세계인권선언 대통령 기념사에서는 북한의 인권은 평화가 오면 해결된다고 주장하였다. 북한 독재정권의 인권탄압을 두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권변호사라는 호칭이 부끄러운 것이다. 불쌍한 2400만 북한주민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대통령 유럽순방시 미국의 대북제제 강화 압박에 구멍을 뚫기 위해 마크롱, 메이, 메르켈 등 유럽 정상들에게 제재완화를 요구했다가 그들에게서 미국보다 더 강하게 제재 압박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러한 외교적 추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북한정권을 비호하겠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하고, 또한 ‘우리민족끼리’라는 주술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리민족끼리’라는 김씨 일가의 주문은 나치 히틀러의 민족지상주의, 일본제국 당시의 야마토 민족 지상주의에 버금가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세계화 시대에 근대이전으로 회귀하자는 것과 같다. 오로지 한국에 있는 수구적 좌파들이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해서 북쪽의 김일성 민족에 충성을 다하게 하려는 것이다.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면서 김씨 일가는 2400만 북한주민들을 성분제도로 얽어매고, 적대계층 주민들은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권리를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고도 심각하게 박탈’하고 있다. 주민의 3할에 해당하는 적대계층은 같은 민족으로 삼지 않는다. 3대세습 독재 정권의 ‘우리민족끼리’는 남한의 수구적 좌파인사들을 독려하는 선전선동의 구호다.

그들은 건국대통령 이승만이 미국의 하수인으로서 친일인사를 우대하였다고 비난한다. 6.25남침과 유엔군의 참전을 교과서에서 삭제한다. 미순이·효순이 사건, 광우병 소동, 평택미군기지 이전반대,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 등 계기마다 반미운동을 격화시킨다. 김대중, 노무현을 거쳐 지금 문재인 정권에서 더욱 기승을 부린다. 트럼프 방한 시 화염병을 투척하는 시위로 예정 행로를 역주행하게 만들었다. 선량한 다수 한국인들의 인식과는 사뭇 다르다. 극단적인 민족적 반감을 나타내는 이러한 반미운동은 바로 북한의 우리민족끼리의 지령에 호응하는 주사파들의 돌출행동이다.

한일관계는 더욱 심각하다. 정권이 앞장서서 최악으로 만들었다. 2005년 시마네 현이 ‘다께시마의 날’을 선포한데 대하여 당연히 외교적 항의를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이 실효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독도에 대한 일본 측의 행위에 대해 대통령 노무현이 직접 나설 필요까지는 없었다. 한국민의 울분을 반영한 구구절절 옳은 내용이라도 일본을 적으로 삼으려는 심산이 아니라면 말이다. 외교부의 국장 선에서 일본에 강력하게 항의하면 될 사안이었다.

굳이 대통령 노무현이 전면에 나서서 10만 명 이상의 인터넷 동료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으로 일본을 규탄했던 숨은 의도는 국내정치의 반전에 있었다. 한국사회를 친일과 반일로 양분하고, 기득권세력은 친일의 후손들인 반면, 노무현 세력은 반일을 대변한다는 구도로 만든 것이다. 결국 정치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이명박도 임기말 2011년 11월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교토회담에서 위안부문제 타결제의에 반응하지 않자 대통령 자신이 반일의 최전선에 나서는 우를 범하였다.

노무현을 계승한 문재인 정권은 당연히 반일구도로 국내정치 기반을 강화하는데 맛을 들인 것이다. 독일처럼 과거를 진솔하게 반성하지 않는 일본정부의 자세, 아베 정권의 또 다른 민족주의에 대한 반발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중국의 세계차원의 부상이라는 상황에 맞추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반면 싸드(THAAD)사태 시 롯데에 대한 제재나 관광객의 인위적 통제와 같은 중국의 과도한 대응이나 남중국해에서의 해양질서를 근대이전의 조공시대로 환원시키려는 시도와 같은 약탈적 행태는 제어해야 한다. 즉 중국이 문명사회의 규범에 따르도록 촉구하는 것이 우리들의 후손들을 위하여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국가이익이다.

그래서 일본과의 관계도 이견이나 이해충돌을 극복하고 관계를 복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 한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연간 700만 명이 일본을 방문한다. 일본과 좋은 관계를 지향하는 민심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정권이 나서서 한일관계 과거를 시시콜콜 먼지 뒤지듯이 털고 캐고 있다. 쉽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1월 6일 저녁 일본대사관의 아키히토 천황 생일 기념 리셉션에는 놀라운 사실이 일어났다. 현역 국회의원 중 여당인사는 물론 야당(자유한국당) 인사까지 한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다. 노무현이 만들어 놓은 반일·친일 구도가 너무도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행여 일본 천황 행사에 현역 국회의원이 참석하면 반일 단체들의 공격으로 선거에 타격 받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정권차원의 이해관계보다는 국가이익이 앞서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국가이익보다는 정권차원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 같다. 나아가 이것이 북한의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전략에 맞추는 것이라면 중대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민족끼리’의 주술에 따라 반미와 반일 정책을 도모하는 문재인 정권에게 국가의 이익은 과연 무엇인가?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장·前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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