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블리' 창업자 "임블리 실검 가면 할인행사 하겠다"
1시간도 안 돼 실검 올라…일부 국내 언론 '어뷰징' 나서
"맘만 먹으면 조작 가능" 지적에 네이버 "알고리즘 상 어쩔 수 없어"

지난 10일 네이버에서 벌어진 일은 '실시간 검색어'의 민낯을 보여줬다. 온라인 쇼핑몰 '임블리' 창업자인 임지현 씨(27)의 SNS 게시물로 비롯된 '실시간 검색어'를 일부 언론 등에서 '어뷰징(조회 수 확보를 목적으로 비슷한 기사를 반복 전송하는 것)'하면서다.

이날 '임블리'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 2위를 차지한 것은 임 씨가 올린 SNS 게시물로 비롯됐다. 임 씨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83만 1,000여명에 달한다. 임 씨는 10일 오전 9시경 자신의 계정에 "'임블리'가 실검 1위를 하면 인기 상품 5종을 50% 할인해 제공하겠다. 지금 바로 검색해달라"는 글을 올렸고, 이를 확인한 네티즌들이 네이버에서 '임블리'를 검색했다.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권에 오르는 데까지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임 씨는 "조작 없이 검색으로만 실시간 검색어 2위 했다. 이날 12시부터 40% 할인하겠다"라고 했고, 이런 과정에서 검색어 '임블리'는 오전 10시경부터 7시간 동안 실시간 검색어 20위 내에 머물렀다 

특이한 것은 이를 쫓아 보도하는 국내 언론들이었다. 조선일보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이날 네이버에 올라온 '임블리' 관련 기사는 129건이다. '실검 1위 이벤트 시작한 임블리' '실검 2위 기록한 임블리, 임지현은 누구?'는 제목이었다. 이런 제목의 기사들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한 '임블리'를 소개하는 것이거나, 임 씨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비슷한 내용을 계속 베껴 올리는 어뷰징 행위도 이뤄졌다고 한다. '드루킹' 사태 등에서 문제로 지적된 '여론 몰이'가 재현된 것이다. 이날 임 씨가 오전에 올린 SNS 게시물은 다른 게시물과 비슷한 수의 공감과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네이버에서는 7시간 동안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머문 것이다.

일각에서는 '맘만 먹으면 실시간 검색어 조작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6월 MBC 프로그램인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보도 이후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전문가 공개 검증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MBC 측은 일정 시간에 입력된 검색량을 요구했지만, 네이버는 영업 비밀이라며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스트레이트'에서는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와 관련한 내용을 은폐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내용으로 보도했다.

네이버 측은 이날 '임블리' 사건에서도 비슷한 답을 내놨다. 실시간 검색어 알고리즘(작동 체계)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사측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개입하지 않더라도, 실제 사용자들이 검색을 많이 하는 경우, '임블리' 처럼 오래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기 아이돌 팬클럽 등에서도 생일, 기념일에 이런 '실검 끌어올리기'를 하는데, 이를 조작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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