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실무협의 결과 26일 북측 개성 판문역서 이른바 '착공식' 개최
철도공동조사는 현재진행형, 동해선 도로 조사도 시작 안 된 상황
"실제 착공은 대북제재 저촉 소지" 文대통령-통일부 일찍이 '착수식' 설명
행사 명칭은 南北합의 들어 "착공식" 고집…2002년에도 착공식은 있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이 지난 11월30일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에서 북한 신의주로 가는 남북철도 현지공동조사단을 배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남북 정권이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관한 사실상 '공사 착수 없는 착공식'을 오는 26일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열 예정이다.

문재인 정권은 남북이 합의한 사항이라며 "착공식"이라는 명칭을 고집하고 있지만, 일찍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일부 등은 미국과 유엔의 대북(對北) 물품 반입 제재에 의해 공사 착수가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시인한 바 있다. 실제로 공사에 들어가기 보단 '일을 시작한다'는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착수식"이라는 표현이 거론되기도 했었다.

통일부에 따르면 13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정부 측 김창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과 북측의 황충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부소장을 비롯해 남북 양측 관계자 4명씩 참석해 착공식 장소와 일정, 방식, 참석자 등을 논의한 결과 이같이 합의했다.

이날 남북간 실무협의는 동해선 철도 공동조사가 마무리(17일 예정)되지 않았고 동해선 도로는 현장조사도 시작되지 않은 가운데 진행됐다. 일단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연내 착공식을 '상징'하는 행사를 열기로 한 모양새다.

판문역은 지난달 30일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를 위해 남북의 열차가 연결해 조사를 시작한 곳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 측이 설계와 자재장비 공급을 맡고 북측의 노동력을 활용해 건설한 곳이다.

이른바 착공식에는 남북에서 각각 약 100명이 참석할 예정이며, 남북은 구체적인 사항을 추후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행사 날짜를 이달 마지막 주로 잡은 건 미국과 대북제재 예외 문제에 대한 추가 협의를 시도한 뒤 진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 문제를 논의할 한미 워킹그룹 제2차 회의는 오는 20일 전후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북제재 우려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재 위반 우려는 일찍이 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측에서 시인한 사항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일 오전 아르헨티나에서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향하는 공군 1호기 내 기자간담회에서 철도 연결 및 현대화 협력사업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착수식'을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실제로 착공, 연결하는 일을 한다면 그것은 국제 제재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선 또다시 미국과, 또는 유엔 안보리와의 사이에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다만, 착공이 아니라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하나의 '착수식'이라는 의미에서 착수식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가지고 있다"며 "그것까지도 앞으로 미국과 충분히 협의를 해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통일부 당국자도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착공식은 공사를 시작하는 개념이 아니라 (철도·도로) 사업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착수식 개념"이라고 설명했었다.

이 당국자는 "착공식을 하고 그다음에 기본계획 수립과 필요시 추가 조사 진행 등을 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실제 공사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을 봐가며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통일부는 '실제 착공 여부' 등을 문의한 국회 남북경협특위 소속 야당 의원실 등에도 "일반적으로 착공식은 공사를 시작하기 위한 행사를, 착수식은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한 기념행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착공식-착수식 용어 혼란에 대해선 "대통령께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하에서 즉시 공사를 시작하기 어려우므로 착공식이 착수식의 성격이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한편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으로 불리우는 행사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2년 9월18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 인근 제2통문 앞(경의선)과 통일전망대(동해선)에서도 열린 적이 있어, 일각에선 거듭 '보여주기 식' 행사에 그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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