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삼정 등 회계법인 4군데 압수수색 진행
앞서 회계원리에 어긋난 증선위의 무리한 판결...'삼성 죽이기' 논란 증폭될 듯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이른바 분식회계 혐의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의 회계부서와 관련 회계법인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회계 관련 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분식회계 고발 사건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특수2부가 속한 3차장검사 산하 외에 타부서 직원도 동원돼 본사 회계 관련 사무실 등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관련 문건 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바이오의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안진 등 회계법인 4곳과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에 있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분식회계의 배경으로 의심받는 삼성물산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전날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이날 오후 발부받고 전격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게 급선무"라며 "다른 사건보다 더 충분히 객관적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최대한 신속히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지난달 20일 삼성바이오를 검찰에 고발했다.

회계처리 기준이 변경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는 3,0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규모를 약 4조5,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증선위는 앞서 지난 7월에도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계약을 맺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보고 고발장을 냈다. 

일각에선 분식회계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어느 정도 연관됐는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일단 분식회계를 둘러싼 사실관계를 확정한 다음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할 당시 의사결정 과정을 면밀히 파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주식교환 비율은 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였다. 제일모직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받은 데는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가 반영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당시 제일모직 지분의 23.2%를 보유한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삼성물산 최대주주가 됐다.

검찰이 삼성물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점으로 미뤄 분식회계와 합병 사이의 연관성이 이미 어느 정도 소명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지난 7월 공시누락 고발장을 접수한 직후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배당하고 최근에는 대검찰청 반부패부 연구관을 투입해 기초자료 분석에 집중해왔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것을 고의적인 회계 조작으로 결론짓고 제재를 결정했다. 

증선위는 지난 14일 정례회의에서 삼성바이오와 김태한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김 대표와 담당 임원 해임 권고 및 삼성바이오에 대해 과징금 80억원을 의결했다.

한편 많은 회계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2012년부터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했어야 했다는 증선위의 판결은 회계 원리에 어긋나는 억지라고 지적하고 있다. 에피스를 2012년터 관계회사로 회계처리를 할 경우, 종속회사로서 감내해야 할 에피스의 영업손실을 장부에서 떠안지 않게 되는 것으로, 회계 규정 위반에 걸릴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증선위는 영업손실 부담을 덜기 위해 회계처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기업들에 대해 처벌을 해왔다. 따라서 증선위의 주장은 삼성바이오가 '위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이다'라는 모순된 논리로 귀결된다는 것이 이 사안에 정통한 회계전문가의 분석이다.

증선위가 회계 원리에 어긋나는 무리한 판결을 하면서, 삼성바이오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삼성 죽이기'라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은 논란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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