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가 중심"…대기업 주도 '양질 일자리' 제조업 취업자는 8개월째 급감중
여권發 '규제혁신'은 극히 일부산업조차 정기국회 법안처리 무산돼
이병태 교수 "'혁신'대신 '로비'경쟁으로 몰면서…서비스산업 혁신·규제완화 시급한 현실"
文, 경남道 스마트공장 사업계획을 '최측근 김경수' 치적삼는 발언도

문재인 대통령이 12월13일 오전 경상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혁신성장과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제조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과제"라고 '제조업 혁신'을 연신 강조하면서도, '규제 혁파'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상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제조업에 혁신이 일어나야 대한민국 경제가 살고 경남 지역경제도 살아난다. 오늘 저는 여러분과 함께 제조업 스마트 혁신의 첫발을 내딛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조혁신의 열쇠는 '스마트공장'"이라며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을 3만개(기존 계획은 2만개)로 늘릴 것"이라고 피력했다. 2016년 한 해 동안 스마트공장 한곳당 평균 2.2명 일자리가 늘었다는 통계 등을 거론했다.

그런데 스마트공장은 통상 설계·개발, 제조 및 유통·물류 등 생산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지능형 생산공장을 의미해, 오히려 '노동집약'과는 역행하는 정책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국회도 제조혁신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며 스마트산업단지 조성 및 스마트공장 확대 보급에 관한 내년도 예산 15.1% 증액을 여야가 합의했다는 정황을 들었다.

그러면서 "제조혁신의 관건은 중소기업"이라며 "대기업은 이미 자체적으로 스마트공장이 많이 도입돼 있기 때문에 이제 중소기업으로 확산시킬 때"라고 주장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올해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소위 '양질의 일자리' 비중이 높은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동월대비 9만1000명이나 줄어든 상황이다. 올해 4월 이후 8개월째 감소세를 탔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제조업 침체가 심각해졌는데 문 대통령은 직접적인 대안 없이 구태여 중소기업만을 타깃으로 한 스마트공장 예산·보급 증대를 외친 셈이다. 이를 두고 '혁신'이라고 칭하는 것은 의미 부여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문 대통령이 앞서 줄곧 강조하던 '규제 혁신' 구호는 이날 연설에서 등장하지 않았다. '규제 혁신'은 핵심 지지층 및 더불어민주당 내부 반발로 사라진 지 오래다. 올해 정기국회에선 현 정권들어 정부·여당이 먼저 기치를 들었던 '원격의료'와 '데이터' 분야로 한정한 규제완화 시도조차 여당에서 먼저 접었다.

원격의료 법안은 아예 발의되지 못했고,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나 제품에 대해 '우선 허용, 사후 규제'를 하도록 한 행정규제기본법도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른바 '데이터 경제활성화'를 위해 문 대통령이 규제혁신 현장 방문까지 나서며 공들였던 데이터 규제완화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도 여당 내부 의견 조율조차 마무리되지 않아 본회의 상정에 이르지도 못했다.

이와 관련, '경제전문가'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뭐 좀 알고 이야기 하자. 제조업 혁신의 중요성을 사업가들이 대통령민큼 모를 것 같나? 참 주제넘은 소리들 쉽게 한다"고 일갈했다.

이병태 교수는 "그리고 혁신 경쟁대신 정부 로비 경쟁으로 내모는 게 누구냐"고 반문했다. 또한 "냉엄한 현실은 그게 아니다. 한국 제조업 혁신만으로 경제 절대 못 살린다"며 "제조업이 만들 수 있는 일자리의 최고치는 옛날에 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소득 국가는 인건비를 포함한 물가가 높아서, 제조업 일자리는 저임금 저물가 국가로 이전하고 자동화 투자로 대처한다"며 "제조업도 노동집약적이지 않아서 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그래서 서비스 산업의 혁신과 규제완화가 시급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번지수를 잘못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연설 현장에서 문 대통령은 '드루킹 등 더불어민주당원 포털 댓글 1억회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 계획 당사자라며 극찬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제19대 대선후보 시절 수행팀장으로 역할했던 최측근 김경수 지사의 '정치적 입지'를 넓혀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경남은 김 지사 취임 후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 4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제조혁신에 본격 착수한 것"이라며 "경남의 새로운 도약은 한국 경제의 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치적해 줬다. 이에 김 지사는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경남은) 기존인력은 직종전환이 이뤄졌다. 연구직과 사무직 등 새로운 일자리 또한 창출됐다"고 자평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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