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뉴스'인데도 세계-조선일보 제외한 대부분 신문·지상파·종편서 찾아보기 힘들어
연합뉴스, 법조인 200인 목소리는 외면하고...'좌파 인사 50인' 시국선언은 상세 소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검사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을 지낸 중량감 있는 법조인들을 중심으로 200명의 변호사가 12일 긴급성명을 발표하며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것은 현 시국상황에서 중요한 이슈다. 그러나 상당수 신문이나 방송은 이 '큰 뉴스'를 아예 외면하거나 소홀히 취급했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한반도통일과인권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변호사들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는 전직 대법관·헌법재판관 등 200명의 법조인들이 동참했다.

앞서 12일 ‘한반도 통일과 인권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의 김태훈 상임대표와 석동현 공동대표 등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사법부 신뢰회복을 위한 200인 변호사들의 긴급선언'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성명서에는 정기승·서성·이용우·변재승·박재윤 전 대법관과 권성 전 헌법재판관, 함정호·신영무 전 대한변협 회장, 한부환 전 법무부 차관, 조대환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이 함께 서명했다. 이 중엔 한변 회원이 아닌 법조인들도 상당수였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새 정권의 이념적 편향성에 스스로를 투신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는 고도의 정치적 목적에 부합되도록 사법부 판결의 방향을 인위적으로 바꾸기 위해 추진되는 '사법부 파괴' 행태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김 대법원장이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를 밀어붙여 내부 갈등만 고조시켰고 ▲법원 내부 문제에 검찰 권력을 끌어들였으며 ▲법관대표회의를 이용해 판사들이 동료 판사 탄핵을 요구하도록 방조해 법원을 미증유의 내홍에 빠뜨렸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파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긴급 성명’ 내용은 다음날인 13일 조간 신문들 중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일보가 1면 4단 기사로 비중있게 다뤘고 조선일보가 사회면인 12면에 2단 기사로 처리했을 뿐 대부분의 신문은 외면했다. 좌파 신문들은 물론 동아 중앙일보도 아예 지면에서 다루지 않았다. 지상파·종편 등 방송에서는 단신으로도 포함되지 않았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사진’만 게재했을 뿐 성명서 내용은 달리 다루지 않은 반면, 13일에는 ‘좌파 성향 시민사회 원로들의 시국 선언’에 대해서는 상세히 소개했다. 

이날 문규현 신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함세웅 신부, 김중배 전 MBC 사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 포함된 좌파 성향 인사 50인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사법 농단에 관여한 적폐 법관들을 탄핵’ 등을 입법화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해당 시국선언은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경향신문, 뉴시스, KBS(인터넷판) 등 상당수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좌파 시민사회 원로들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른바 사법농단 해결과 사법적폐 청산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같은 언론보도의 불균형성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 촉구'를 주도한 한변측은 많은 언론에 이같은 소식을 전했으나 기사화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한 이러한 부분에서 "편파성을 느낀다"고도 토로했다.

한편 언론 홍보 인프라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 내에 우파-보수 성향의 목소리에 대해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언론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 정보들이 치우치고 있는 환경에 대해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펜앤드마이크는 12일 오후 변호사 200명의 긴급성명이 발표된 직후 이 내용을 톱기사로 상세히 보도했다. 관련 기사와 함께 성명 전문(全文)과 서명에 참여한 변호사 200명의 명단도 소개했다. 한 독자는 펜앤드마이크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한국 언론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사"라고 코멘트를 달았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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