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경쟁 없애고 혁신 가로 막는 법안이라는 비판
위반시 관련 매출액의 5% 벌금 부과 및 2년 이하의 징역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소상공인들의 모습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사업 분야에 대기업 진출을 억제하기 위한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가 1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관계부처, 전문기관 등과 협업체계를 구축해 13일부터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받는다고 12일 밝혔다. 소상공인 단체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중기부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소상공인 단체의 신청이 접수되면 중기부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거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심의위원회는 소상공인·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 대변단체 추천위원 중 기업군별로 2명(8명), 동반위 추천위원 2명, 공익위원 5명 등 15명으로 구성된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들은 5년간 해당 분야 진입과 확장이 금지되며, 위반 시 시정명령을 받게되고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엔 위반행위 관련 매출액의 최대 5%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 해당 관계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은 영세 소상공인들이 주로 영업하는 업종을 정부가 특별히 지정하고 대기업 진출을 금지하기 위해 지난 5월 국회 여·야의 합의로 제정됐다. 당시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은 202표 중 찬성 194표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다. 이 법안은 작년 1월,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이란 이름으로 최초 발의했다.

중기부는 생계형 적합업종의 소상공인들이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업종별로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마련하고 소상공인 지원사업, 관계부처 사업 등과 연계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생계형 적합업종'이 큰 형님 뻘인 '중소기업 적합업종'처럼 논란과 부작용만을 낳을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나서 특정 업종을 중소기업만 할 수 있게 지정한 것이 정당한가라는 논란 뿐만 아니라, 결국 이 제도로 인한 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 경우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다이소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결국 자발적으로 문구소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편입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소비자들은 학용품을 낱개로 구매 할 수 없게되고 묶음으로만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다이소에서 펜 하나를 못 사게 규제하는 것이 말이 되냐”라는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당시 전국학용문구협동조합 등은 다이소 같은 공룡 기업으로 인해 기존 문구점이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고, 결국 논란 끝에 '상생 방안'과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목으로 다이소는 사인펜, 물감, 네임펜 등을 묶음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게 됐다. 다이소가 성장하지 않고 중소기업에 머물러 있었다면 골목상권 침해 논란 자체가 없었겠지만, 다이소의 연 매출이 1조원을 넘어 성장했기에 논란이 촉발된 것이다. 이처럼 중소기업 적합 업종 제도는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기존 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 유인을 없앨 뿐더러 기존 상권을 법으로 평생 동안 보장 받겠다는 논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시달린 바 있다.

나아가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그 업계가 과연 보호됐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된 국내 가구산업이 해외 기업인 이케아가 들어오면서 경쟁에서 밀려나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는 문제 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저하시키고 결국 해외 다국적 기업에 시장을 내주게 될 것"이라며 "실제로 LED조명 사업의 경우 국내 대기업의 진입을 규제하자 외국 업체가 반사이익을 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랜드 파워와 기술력에서 뒤지는 중소기업은 적합업종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외국계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등 정부의 사전적 의도와 다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경쟁자를 시장에서 구축해 달라는 반(反)경쟁적 요구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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