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성 기자.

지난 12일 서울시교육청 산하에 있는 11개 교육지원청 중 강동구와 송파구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관할하는 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서는 30여명의 학부모들의 집단농성이 있었다. 평화로운 교육지원청에 100명에 가까운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학부모가 집단으로 교육청을 점거해 시위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혁신학교 예찬론을 펼치기 바빴던 조희연 교육감이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학부모들과의 첫 만남이 이날 교육지원청에서 있었다. 송파구에 새롭게 들어서는 2개 학교(가락초, 해누리초중)에 자녀를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혁신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원한다고 조희연 교육감에게 요구했다.

교육지원청 2층 소회의실에서 학부모 대표자 5인과 대화를 진행한 교육청 혁신학교 담당 장학사와 조희연 교육감은 혁신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로 하겠다는 확답을 끝까지 하지 않았고 왜 혁신학교를 해야 하는지도 설득하지 못했다. 1시간의 대화가 종료됐지만 학부모들은 일반학교를 약속하지 않으면 보내줄 수 없다며 소회의실 앞 좁은 복도에 드러누웠다.

발이 묶인 조희연 교육감은 송파경찰서에 신고해 '정문 확보'를 요구했고 출동한 100명에 가까운 경찰 병력은 누워있는 학부모를 강제로 일으켜 세우며 조 교육감의 퇴로를 확보해줬다. 경찰들이 만들어준 인간띠 사이 좁은 공간으로 조희연 교육감은 학부모의 비판과 욕설, 일부 손찌검까지 피해 달아났다.

경찰은 학부모 한 명을 손찌검을 했다는 이유로 잡아갔다. 조희연 교육감 등을 폭행했다는 혐의로 말이다. 학부모들은 연행되는 학부모를 풀어달라며 경찰차까지 막아섰다. 또다시 경찰들이 동원돼 학부모를 밀어내고 차량 통행로를 확보했다.

학부모들이 혁신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원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요구를 서울시교육청에 수차례 했다. 하지만 묵살됐다. 조희연 교육감을 만나기 위해 교육감 일정을 파악해 해당 장소로 가서 대기하면 조희연 교육감은 그 일정을 취소하거나 불참했다. 철저하게 외면했다. 정상적인 방법은 모두 통하지 않았다. 급기야 학부모들은 지난달 30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혁신학교를 반대한다는 거리 시위까지 하게됐다. 지난 10일부터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일반학교를 원한다고 절규하고 있다.

자녀를 낳아 기르고 성실하게 일하며 자유 대한민국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는 지극히 모범적인 80년대생 어른들이 자신의 자녀를 혁신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보내고 싶다는 사실상 투쟁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권리를 박탈당하고 길바닥에서 절규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를 두고 이렇게 나선 이유는 조희연 교육감이 신설학교는 무조건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권한남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무보들은 좌파 교육감의 '교육독재'라고까지 말한다. 

혁신학교는 학생들, 선생들, 학부모가 모두 원할 경우 교육청에 신청해 지정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지정된 학교들은 전체 학교에 10% 남짓이다. 90%에 가까운 학교는 혁신학교를 원하지 않는다. 혁신학교에 자신의 자녀를 보내겠다는 학부모는 그리 많지 않다. 혁신학교를 처음 도입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도 자신의 세 딸을 모두 '강남 8학군'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초·중·고등학교를 졸업시켰다. 조희연 교육감도 두 자녀를 외고에 보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문용린 교육감 시절 서울시교육청에 출입했던 적 있는 기자는 혁신학교가 생소하다. 소위 우파 교육감이었던 문용린 씨는 혁신학교를 그닥 강조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혁신학교는 소위 좌파들의 상징적 교육정책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하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실상은 좌파 교육을 하겠다는 검은 속내까지는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박정희 대통령에 반대하던 학생운동권 출신의 소위 민주화 투사, 참여연대 원년멤버, 성공회대 교수 겸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까지 민주화 빼면 시체인 조희연 교육감의 과거 경력을 감안하면 학부모의 동의를 구하는 민주적 절차를 배제하고 혁신학교를 임의로 지정하는 것은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독재'를 교육분야에서 펼치는 것이며 동시에 이는 심각한 자기모순이라는 것 정도는 지적해 두고 싶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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