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예산 챙기기에 눈 멀어 정부 예산안을 거의 원안대로 통과
'일자리 예산', '남북협력 예산' 등 문제적 예산에 야당의 저항 사라져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

“내년 예산안 국회통과 과정에서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행태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높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많은 비판과 거부의지를 표방하면서도, 정부 예산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그 과정에서 원내대표의 지역구 예산 211억 원 증액하는 거래가 이루어졌다.”

위 글은 필자가 작년 이맘때쯤 한 언론에 기고한 글 중의 일부다. 올해도 똑같은 행태가 되풀이되었다. 차이는 작년에는 원내대표가 211억 원을 챙겼지만, 올해 원내대표는 두 배 이상 많은 560억 원을 챙겼다. 아마도 시간적으로 선거에 가까워질수록 챙기는 몫이 커지는 듯하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도 실로 문제가 많았다. 경제성장 속도보다 훨씬 높은 예산규모도 문제이지만, 예산구조로 인해 우리의 경제성장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 예산’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지,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일자리를 내세우려면 기업이 잘되도록 ‘기업 주도 성장’을 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잘못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경제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주도성장의 기본골격을 유지하면서, 일자리는 정부예산으로 만들려고 한다. 기업은 계속 규제하면서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면, 우리 경제에 주는 악영향은 가속화돼 일자리는 더욱 줄어든다. 정부예산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단기적인 홍보용으로 적합할 뿐이지, 절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일자리는 기업의 이윤 수준에 따라, 파생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남북협력 예산은 더 문제가 많다. 북한의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남북협력 예산의 집행은 국민의 안보를 더 위험하게 한다. 국민안전을 위한 정책에는 100% 확신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실질적 핵 폐기 여부에 전 세계가 의심의 눈빛을 보이는데, 정작 당사자인 한국에선 북한에 퍼주면 평화가 온다는 감상에 빠져있다. 한 걸음 더 나가서 북한에 퍼주는 예산으로 평화를 살수 있다는 위험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자유한국당은 초기에는 정부예산안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여 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당의 협력과 함께, 정부 예산안을 거의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야당의 원내대표란 직책은 본인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충분히 막강한 자리였다. 조금이라도 자유한국당에 기대를 거는 국민을 생각하면, 원내대표라는 자리에 있는 한 본인의 예산 챙기기는 자제해야 한다. 그게 조직의 대표가 지켜야 할 윤리이고 조직원의 자발적인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무릇 모든 조직의 대표는 조직원을 먼저 챙기고, 대표는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대표의 ‘돌격 앞으로’ 외침에 조직원이 따르지 않겠는가. 초등학교 반장도 이런 행태를 보여야 제대로 그 반을 이끌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경제위기, 안보위기, 법치 위기에 처해 있다. 여당과 정부의 잘못된 정책방향에 대해서 야당의 일관성 있는 비판과 저항의 역할이 절실한 때다. 야당 위원들을 설득하고 행동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원내대표의 희생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그러나 야당의 자리 감투는 국가 위기 대응을 위해서 사용하지 않고, 본인 지역구를 챙기는데 사용하였다. 국가가 아무리 망가져도, 본인 국회의원 자리만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새로운 원내대표가 뽑혔다. 내후년엔 총선이 있는 해이기 때문에 내년 이맘때쯤이면 원내대표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 몫은 아마도 더 늘어날 것이다. 국가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도 걱정이지만, 야당의 지도자가 본인 지역구 예산을 챙겨서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도자 감투를 활용하는 현실을 보면, 대한민국에 희망은 없는 듯하다.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前 자유경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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