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사과하면 김정남 암살 인정이 되기 때문에 비공개 유감표명"
'단교까지 거론됐다' 정부관계자, 베트남 당국자 인용 韓언론에 전해

북한 정권이 김정은의 이복 형 김정남 암살에 베트남 여성을 연루시킨 것에 대해, 베트남에 비공개로 사과했다. 북측이 '백주대낮 VX 독극물 테러'를 통한 암살의 배후였음을 자인한 셈이다. 12일 복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당국자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면 암살을 인정하는 것이라 비공개로 한 것'이라는 취지로 한국 정부에 전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김정남을 공격한 건 베트남 국적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 두 여성이었다.

그 배후에는 이들을 포섭한 북한 국적 남성이 4명 있었다.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과 우리나라는 북한 국적 남성 4명의 사주를 받은 베트남 여성 등이 김정남을 공격했다고 결론 내렸지만 북한은 전면 부인해왔다. 

이 용의자 4명 중 1명인 리지현은 리홍 전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의 아들이었다. 리지현의 사주를 받은 흐엉은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전직 자국 대사의 아들이 자국민을 포섭해 살인을 저지르자 베트남은 크게 반발했다.  실제로 베트남은 외교관을 제외한 북한 국적인의 비자 연장을 거부했고, 북한 식당의 임대계약을 연장해 주지 않는 방식으로 철수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 고위 외교당국자를 인용해, 베트남은 북한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외교관계 단절 의사까지 밝혔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또 북한이 외교압박을 견디지 못해 베트남에 비공식적으로 사과했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하면 김정남 암살을 인정하는 뜻이 되기 때문에 비공개 유감 표명이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북측의 정확한 사과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김정남 암살 9개월 후인 북한 정권수립기념일(9.9절)에는 관계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베트남은 북측의 사과 이후에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소극적이었으나, 최근 남북 대화 무드 조성과 함께 서먹했던 관계가 회복되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달 29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3박 4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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