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고위관계자, 연합뉴스 통해 '金, 연내 답방 무산' 시사
MBC도 "연내 답방 어려워진 게 사실" "답방 조짐 아직" 관계자 언급 보도
'金 답방은 국면전환용?' 지난 주말부터 분위기 급변, 금주부터 文 언급서 빠져

청와대가 그동안 정권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해 '사실상 어렵다'고 결론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올 연말에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이제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김정은의 연내 답방을 '재촉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그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은 나온 적이 있지만, 청와대 관계자가 연내 답방이 어렵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는 김정은이 '가까운 시일 내' 서울을 방문키로 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 따라 연내 답방을 추진해뒀지만, 북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측의 사정으로 연말 답방이 어려워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김정은의 답방 시기는 연내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이젠 2차 미북정상회담 이전에 답방할 수 있느냐로 관심이 옮아가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정은의 미북정상회담 이전 답방 여부에 대해 "우리는 내년 초도 열어놓지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며 "지금으로선 김 위원장이 올 연말까지는 답방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MBC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통화에서 "연내 답방 여부에 대한 북측의 응답이 아직 없다"며 "연내 답방은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서도 시간에 쫓겨서 결정할 필요가 없고, 여유있게 판단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연내 답방 조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 없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는 김정은으로부터의 '확답'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아르헨티나에서 뉴질랜드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열린 기내 기자간담회 당시, 김정은의 연내 답방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 실현 여부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는 문제"라고 언급했었다.

문 대통령의 아르헨티나 출국 직전, 현지시간으로 1일 한미 정상간 약 30분 동안 '약식 회담'을 가진 후에도 청와대는 "양 정상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었다. 

미 백악관은 정작 회담 결과를 전하는 성명에 김정은 답방 관련 내용을 일절 담지 않았지만, 청와대의 일방 주장으로 김정은 답방 띄우기가 이뤄지는 양상이었다. 문 대통령의 4일 귀국 전후 이런 분위기는 더욱 짙어졌다. 공영방송임에도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임원진을 장악한 KBS가 4일 밤 '오늘밤 김제동' 프로그램에서 김정은을 "위인"이라고 찬양하는 친북단체원 게스트 인터뷰를 여과없이 내보내는 등 '무리수'를 둔 것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김정은 방한에 강한 희망과 기대감을 내비치던 청와대는 지난 주말에야 우려감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서울 방문은 여러 가지 상황이 고려돼야 하는 만큼 우리로서는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었다.

정부가 김정은 방문과 관련한 호텔·프레스센터·관광명소 예약과 청와대 사랑채 앞 문재인-김정은 악수 대형 벽화 설치 등 실무준비를 곳곳에서 해온 정황이 포착된 것과 결이 다른 발언이었다.

다음날(10일)에도 김의겸 대변인은 "(그동안의 준비 정황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대비해 우리들이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며 "어제(9일) 낸 메시지는 그런(언론 보도와 실제 준비상황의) 간극을 줄여보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점 문 대통령은 공식 행보에서 '김정은 답방'을 더 이상 논제로 꺼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정책실장 교체 이후 6주 만에야 열린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새해 정부예산안과 KTX강릉선 탈선 사고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당일 재외공관장 격려 만찬에서도 그는 "우리가 바라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선 국제적 공감대와 지위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북·외교 관계자들을 격려했을 뿐 김정은 답방에 관한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11일 국무회의에서도 "지금 우리 경제는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여러 지표들이 견고하다" 등 발언으로 경제실패를 무마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김정은 답방에 관해서는 역시 추가로 시사한 바가 없다. '김정은 13일 서울 답방 유력' '선(先) 제주도 후(後) 서울 방문 계획' 등을 점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 등 불과 지난 주말 동안만 해도 김정은 답방이 유력시됐지만, 주초부터는 청와대 안팎의 분위기가 급변했다는 후문이다.

이때까지 김정은이 연내 답방을 확답하지 않을 가능성도 미리 염두에 둔 언급도 나왔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청와대가 일찍이 불리한 이슈로부터의 '국면전환용'으로 대북 대화무드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국회 국정조사 실시가 예정된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고용세습·채용비리 의혹, 소득주도성장 경제실패 논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능 마비, 청와대 내부 기강해이와 특별감찰반 전원 교체와 같은 이슈들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김정은 답방 시기·여부 논쟁으로 적잖게 분산됐다는 취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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