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1일 대학 시험문제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한 시험문제를 낸 홍익대 교수에 대해 유족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 씨가 류병운 홍익대 법대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류 교수는 2015년 6월 ‘미국계약법’ 강의 기말시험 영문 지문에서 “Roh(노)는 17세였고 지능지수는 69였다. 그는 6세대 때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뇌의 결함을 앓게 됐다. 노는 부모가 남겨준 집에서 형 ‘봉하대군’과 함께 살았다”는 지문을 제시했다.

노건호 씨는 “류 교수가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모욕과 경멸이 담긴 인신공격을 해 노 전 대통령의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했고 유족의 명예도 침해했다”며 1억원 대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류 교수 측은 ‘출제 문제에 대한 담당 교수의 변’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지문의 일부 ‘정치적’ 언어에 불쾌감을 느꼈다며 이의를 제기한 비(非)법학생 1명이 있었고, 이 학생은 (시험 문제) 비공개 지시사항을 무시하고 언론에 노출시켰다”며 “이 과목의 본질은 정치가 아닌 계약법으로, 교수는 계약법을 사례와 과장·풍자 등 교수법을 통해 잘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다. 교수의 교실 내 강의는 ‘학문의 자유’로 더 강하게 보호되며 외부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학문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교수가) 물러설 수도 없다”고 해명했다.

1심은 류 교수 측 입장을 받아들여 “수강생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시사적인 사건을 각색해 사례로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학문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2심은 “문제의 문항은 ‘풍자’의 외관을 가지고 있으나, 실질적인 내용은 노 전 대통령이 죽음을 택한 방식을 희화화해 투신 및 사망 사건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표현에 해당한다”면서 “진리 탐구 활동으로서의 학문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날 학문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2심 판단을 옳다고 봤다. 다만 해당 시험문제가 제한된 수강생들에게만 배포된 점 등을 참작해 위자료 액수를 500만원으로 산정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