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택 박광호와 3개 기관도 제재대상에 포함
므누신 美재무장관 “전 세계 인권 유린자들 상대로 계속 조치 취할 것”

 

북한 조선중앙TV는 항일빨치산 출신의 군수 전문가인 김철만의 장례식이 지난 5일 국장으로 열렸다고 지난 6일 보도했다. 사진은 애도사하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항일빨치산 출신의 군수 전문가인 김철만의 장례식이 지난 5일 국장으로 열렸다고 지난 6일 보도했다. 사진은 애도사하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10일(현지시간) 북한의 2인자로 꼽히는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 등 북한 고위 관리 3명을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 명단에 올렸다. 북한 내 심각한 인권 유린과 검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미국 정부의 이날 조치는 미 국무부가 발표한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과 검열에 관한 보고서’ 발표에 따른 것으로, 북한의 인권 유린 등에 대한 대통령 행정명령 13687호에 따른 조치다.

미 재무부는 이날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을 북한 인권유린의 책임자로 지목했다. 조직지도부는 노동당과 인민군 등 고위 간부에 대한 인사, 검열을 독점하는 최고 권력 기구다. 또한 재무부는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도 특별지정 제재대상(SDN) 목록에 추가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제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지지와 더불어 고질적인 검열과 인권 침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보여준다”며 “미국은 일관적으로 북한정권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명백하고 심각한 침해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 인권 유린자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은 북한정권의 지속적이고 심각한 인권유린과 검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 부위원장 등 3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조치는 세계 최악의 수준인 북한의 인권 상황을 주목하고, 스스로 입을 열 수 없는 이들을 대신해 말을 하겠다는 미 행정부의 지속된 노력의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최 부위원장이 북한 노동당과 정권, 군을 통솔하는 2인자이며, 당의 조직지도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직지도부는 북한정권의 강력한 기관으로, 검열 정책을 수행하고 북한주민들의 정치 문제를 통제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해외자산통제실은 정경택 국가보위상이 국가보위성의 검열 활동과 이를 악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는 미 국무부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제재의 배경을 밝혔다.

박광호 선전선동부장은 사상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선전선동부의 일반적인 검열 기능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과 표현의 자유, 검열을 받지 않을 자유를 더욱 억압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 재무부는 이날 별도의 성명을 통해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엿새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를 언급하기도 했다. 재무부는 "이날 조치가 북한주민들에 대한 북한정권의 비난받을 만한 처우를 집중 조명한다"며 "또한 18개월 전에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에 대한 잔인한 처우를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무부는 "오토 웜비어가 살아있다면 지난 12일 24살이 됐을 것"이라며 "그의 가족들은 여전히 슬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무부의 이번 조치는 이날 미 국무부가 발표한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과 검열에 관한 보고서’ 발표에 따른 것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선전선동부장 등 3명과 109그룹, 118그룹, 114그룹 등 3개 기관을 심각한 인권 유린이나 검열을 지시한 책임자로 꼽았다. 

미 국무부는 최룡해 부위원장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최고 인민회의 대의원 등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 부위원장이 이끄는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당을 감독하는 기구로서 북한에서 가장 강력한 기관이며 북한의 검열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경택 국가보위상에 대해서는 인민보안성이 자행한 검열 활동과 인권유린을 지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치범 수용소 체제에서 일어나는 인권유린 지시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미 국무부는 2016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민보안성을 북한 인권유린 책임자로 지목했다. 

박광호 부장은 북한에서 제작되는 모든 매체를 통제하는 노동당 선전선동부장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전선동부는 억압적인 정보 통제를 유지하며 북한주민들을 상대로 한 세뇌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무부는 국가보안성과 인민보안성 요원들로 구성된 109그룹은 특히 해외 매체와 콘텐츠 판매와 이용을 제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불법 CD와 DVD 등을 소지하다 붙잡히면 최소한 수용소로 보내지고 심할 경우 공개 처형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109그룹 요원들은 영장 없이 임의로 개인의 집을 수색할 권한을 갖고 있다. 118그룹은 원래 불법 마약 거래와 이동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지만 지금은 109그룹과 유사한 역할 즉 컴퓨터 콘텐츠의 검색과 압수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14그룹은 북한정권이 불순하다고 간주하는 매체를 통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또한 장마당을 비밀리에 감시하고 중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성명을 통해 북한의 인권유린은 세계 최악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절차에 의하지 않은 살인과 강제노동, 고문, 장기간의 자의적 구금, 강간, 강제 낙태, 성폭행 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이번 보고서가 독립적인 매체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기 위한 북한정권의 노력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2016년 미 행정부가 채택한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법’에 따라 제출되는 이 보고서는 미 국무장관이 인권 유린과 내부 검열에 책임이 있는 북한인사들과 그 구체적인 행위들을 파악해 120일 이내에 의회에 보고한 뒤 이후 6개월마다 갱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이에 근거해 지난 2016년 7월 처음으로 북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김정은 등 개인 15명과 기관 8곳이 대상자로 지정됐다. 당시 북한은 “최고 존엄에 도전하는 몰염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사실상 북한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차 대북 인권제재였던 지난해 1월에는 개인 7명과 기관 2곳이 제재 목록에 추가됐다. 이 목록에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포함됐다. 북한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내 부동산과 금융자산은 동결되고 미국인이나 미국 기업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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