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응답에 靑 '연내 어렵다' 내부결론 보도돼, 文대통령 금주 일정도 그대로 소화
靑김의겸 "외교는 시간과 숙성 필요한데…" "여러 경우의 수 준비 불가피" 무산 시사
"北은 답방해도 제재 해제 등 큰 선물 받기 어렵다는 관점" 전언도
'탈북 엘리트' 태영호 前주영북한공사 "김정은 답방 결심했다면 訪中 있었어야"
'김정은 답방 반대' 여론에 北선전매체들 갑자기 "민족 명부서 제명" 적대발언 쏟아내

북한 김정은의 연내 서울 답례 방문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주 예정된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문화일보 등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전날(9일) 회의를 통해 북한의 무응답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고, 그에 따라 청와대의 입장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오후 "(김정은의) 서울 방문은 여러 가지 상황이 고려돼야 하는 만큼 우리로서는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며 "구체적인 일정과 절차는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었다.

이번주 김정은 답방은 사실상 어려워졌음을 시사한 것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12일 이후 일정을 미정으로 남겨뒀지만, 9일 오후 회의 후 대통령의 이번주 일정을 예정된 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미·북 협상이 진척되지 않은 가운데 '답방 시 대북제재 해제 등 큰 선물을 받기 어렵다'는 관점에서 연내 답방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측이 김정은 연내 답방 요청에 "곤란하다"고 했다는 지난 2일 일본 요미우리신문 보도 내용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김의겸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도 '서두르거나 재촉할 생각이 없다'는 발언에 대해  "저희들이 느끼는 감과 언론에서 (김정은 답방이 임박했다는 정황 포착 등) 나가는 기사의 속도가 점점 더 벌어지는 데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 "외교는 시간이 필요하고 숙성이 필요한데 언론은 매일 써야 하지 않느냐. 그 속도감의 차이가 기본적으로 있어서 괴리가 좀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김정은 답방 준비 차원의 프레스센터·호텔 등 사전 예약에 나선 정황이 언론에 포착됐고, 일부 언론에서는 '제주도 방문 후 서울 방문' 추진 정황을 보도하기도 했다. 7일부터는 청와대 인근 사랑채 앞에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마주보고 악수하는 모습을 그린 대형 미술작품이 등장해, "답방 일정을 이미 잡아 두고 발표만 남겨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일련의 준비 정황을 두고 김 대변인은 "(우리나라는 북한과 달리) 다 민간 시설이기 때문에 미리 빌려서 써야한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대비해 우리들이 준비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제 낸 메시지는 그런 간극을 줄여보고자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화일보는 "이번주를 넘기면 북한의 내부 일정상 김정은의 연내 답방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라고 전했다. 

17일은 선대(先代) 김정일의 기일이고, 21일부터는 북한 내부 총화 기간에 돌입해 김정은이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고 한다. 내년 신년사 준비도 시작해야 하는 시기여서, 청와대가 이번주 답방을 제안한 배경이 됐다.

북한은 지난 11월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한·미 정상회담 이후 극비리에 판문점에서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을 접촉해 미국 측 분위기를 탐색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양해했지만, 미국은 제재해제에는 여전히 완강하다. 문 대통령도 최근 기내 간담회에서 답방 시기보다는 성사되는 자체에 의의가 있다면서, 제재를 뛰어넘는 대북투자 등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9일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 동향을 종합해 보면 북한이 서울 답방 문제를 아직 결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글을 올렸다.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남한 방문이 결정이 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찾아가 방문 계획을 통보하고 전략을 소통했어야 하는데 중국 방문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의 서울 답방설이 확산 중이던 12월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사랑채 부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웃는 얼굴로 마주보며 악수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설치됐다.(사진=연합뉴스)

공교롭게도 10일 북한 관영 선전매체들이 국내의 '김정은 답방 반대' 여론을 공개 비난하는 논평을 잇따라 내 연내 답방 무산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북측 선전매체들은 서울 답방을 환영한다는 '김정은 찬양' 단체들의 동향은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답방 반대' 여론을 직접적인 사유로 국내 보수정당·우파 시민단체를 비난한 것은 이례적이다.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극우보수단체인 '태극기부대' 것들이 북남사이의 화해와 협력분위기를 파탄시키기 위해 미친듯이 발광하고 있어 겨레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며 "(김정은 방한은) 보안법 위반이다, 북과는 언제 가도 친하게 지낼 수 없다, 서울방문을 결사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각 계층의 서울방문 환영행사장에까지 뛰어들어 공화국기(인공기)를 훼손하는 망동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보수·우파 유튜브 중에서는 '시스템 뉴스', '뉴스타운TV'를 거명 비난했다. 친북단체인 '백두칭송위원회'를 거부하는 '백두청산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도 "백두칭송위원회 주요 관계자들을 보안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망동을 벌리는 한편 1000여명의 건달군과 깡패들을 긁어모아 테러단과 특공단까지 조직하겠다고 떠들어대고 있다"고 폄하했다.

또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패당이 북남관계 개선을 가로막기 위해 우익보수 깡패들의 대결 망동을 배후에서 적극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며, "태극기부대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패당을 단호히 징벌하고 민족의 명부에서 제명해버려야 한다"고 적대발언으로 일관했다. 

또 다른 선전매체 '메아리'도 같은날 <민족의 명부에서 제명해버려야 할 광신도집단>이라는 똑같은 취지의 적대 논평을 내, 김정은 답방 반대 시민운동을 "동족대결을 생업으로 삼아온 자들이 다가오는 민족의 특대사변을 저들의 명줄을 끊어놓을 사형선고로 보고 히스테리적 발작증을 일으키고 있다"고 깎아내리면서 "반(反)통일보수세력들을 민족의 명부에서 단호히 제명해버려야 한다"고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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