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물과의 전쟁 사라지게 만든 洑 개방 이유 없다"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했을 때 변화 모니터링 해야"

낙동강 구미보.(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보 개방이 농민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이번에 농민들의 반발에 부딪친 보는 낙동강 구미보다.

한국농업경영인 구미시연합회와 구미시 농촌지도자회 등 구미지역 14개 농민단체는 10일 오후 1시 구미시 선산시장 복개천 주차장에서 구미보 개방 반대 1차 집회를 가진 뒤 오후 4시에는 구미시청 앞에 모여 2차 집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농업경영인 구미시연합회 측은 집회에 3000여 명가량의 농민이 참가한다고 전했다.

정병연 한국농업경영인 구미시연합회장은 "구미보가 개방되면 딸기, 상추 등 시설 하우스와 양파, 마늘 같은 노지 농사에 심각한 가뭄 피해를 준다"며 "구미보가 생긴 이후 농사철 가뭄 때마다 벌어졌던 '물과의 전쟁'이 사라질 정도로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하며 보 개방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구미 지역 농민들은 환경부와 만나 구미보 일대는 하류 지역에 있는 낙동강 다른 보와 달리, 녹조의 영향이 거의 없어 보를 개방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지만 환경부는 보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경북 의성군과 상주시 등 낙단보 인근 농민들과 구미보 주변 농민들은 "겨울에 짓는 농작물이 있고,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간이 상수도도 사용하고 있어 연중 물을 사용해야 한다"며 보 개방에 반대하고 있다. 

당초 환경부는 낙동강에 설치된 보 8개(상주·낙단·구미·칠곡·강정고령·달성·합천창녕·창녕함안) 중 칠곡보를 제외한 7개를 개방할 예정이었지만 농민들의 반발로 상주·낙단·구미보 등 3개는 아직 개방하지 못하고 있다. 강정고령·달성·합천창녕·창녕함안보 등 4개는 이미 개방한 바 있다.

환경부의 보 개방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창녕함안보 상류인 경남 합천군 청덕면 광암들 냉해 피해대책위원회 변중근 위원장(67)은 "정부가 작년에 발생한 피해를 보상도 해주지 않으면서 또다시 보를 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농민들이 한창 양상추를 심는다고 정신없는데 대책도 없이 보 개방이 웬 말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 보는 개방됐다.

창녕 지역 11개 농민단체(3000여 명)로 구성된 창녕군 낙동강보 수문개방반대추진위원회의 강헌수 사무국장은 "보가 생긴 후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짓고 있는데 예산을 들여 확보한 아까운 물을 왜 흘려보내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작년 11월 창녕함안보 개방으로 지하수가 고갈돼 수막재배 중이던 양상추가 얼어 합천 광암들 46농가가 11억 원에 가까운 피해를 봤다.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중에 환경부는 10일 현재까지 총 11개 보를 개방했다가 3개 보는 다시 막았고 8개 보만 완전 개방 또는 부분 개방한 상태다. 작년 6월부터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은 보 개방을 시작했고 지난 10월부터는 보 개방을 본격화했다. 환경부는 한강 3개 보(강천·여주·이포) 중 이포보를 지난 10월 4일 처음 개방했고 10월 15일 이후 금강(백제·공주·세종) 3개 보와 영산강(죽산·승촌) 2개 보를 완전히 개방했다. 

환경부는 4대강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기에 4대강 보가 수질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기 위해 전국 16개 보 중에 총 13개를 완전 또는 부분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한강 여주·강천보와 낙동강 칠곡보 등 3개 보는 주변 생활용수 취수 문제로 수위를 낮추기 어려워 보 개방 계획에서 제외했다.

환경부는 4대강 보를 개방해 자연성 회복했을 때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보 개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내년 말까지 환경부의 보 개방은 계속되고 이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물관리위원회가 4대강 16개 보에 대한 처리방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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