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칼 빼들었는데, 이제와서 수사 멈출 수 없어"
지난 3일 두 전 대법관 구속영장 기각…수사 늦춰질 듯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검찰이 소위 ‘사법농단’ 의혹으로 박병대(61), 고영한(63) 전 대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방침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사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로 수사방향을 정했다. 검찰은 지난 3일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지난 7일 “범죄 혐의 중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검찰이 적용한 ‘사법농단’ 혐의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고, 도주나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이날 “사법개혁에 칼을 빼들었는데 이제와서 수사를 멈출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사법농단’은) 법원행정처가 조직적으로 재판에 개입한 범죄이고,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이 상식이다.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두 전 대법관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상급자이니 영장 기각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박 전 대법관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형사재판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상고법원 반대 판사 뒷조사 지시 등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또 헌법재판소에 파견한 법관을 통해 헌법재판소 내부 동향을 수집하고, 판사 사찰을 지시하는 등의 불법 행위도 있다고 봤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이다. 그는 ‘부산 판사 비리’ 의혹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현직 판사가 연루된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수사 확대를 막는다는 혐의 등도 적용했다.

당초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 구속 이후 곧바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소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고, 이에 따라 두 전직 대법관을 소환해 보강수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수사가 늦춰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 전 차장에 대해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주재로 첫 재판이 시작된다.

한편 정부여당의 무분별한 적폐청산 추진과, 검찰 측 무리한 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일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에게 수갑을 채워 포토라인에 세웠다. 이 전 사령관이 받는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고, 구속영장도 청구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전 사령관이 지난 7일 유서를 남기고 투신하면서, 야권 정치인 등이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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