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칼럼] 너무도 조용한 대한민국 적화(赤化)
[조우석 칼럼] 너무도 조용한 대한민국 적화(赤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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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답방은 문재인 정치적 이상 구현의 최대 기회
文-金, ‘민족공조’ 넘어 사실상의 국공합작 구축할 듯
민족·통일·평화 앞세운 단일 정치세력화 가능성도
그게 바로 ‘조용한 적화’…이대로 죽을 건가를 물을 때
조우석 객원칼럼니스트
조우석 객원칼럼니스트

기침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더니 머리 속생각, 즉 이념과 사상이란 것도 결국엔 그렇다. 취임 1년 반을 넘긴 문재인의 뇌 구조를 5천만 국민이 얼추 알고 있다. 그는 이 나라 대통령으로 심하게 부적절하다는 인식, 그리고 결코 임기를 다 못 채우리라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이런 판단은 정치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가 청와대를 차지한 뒤 국가 해체가 목전인데, 그렇게 만든 자를 방치해두는 건 우리 모두의 수치이고 대한민국 존폐의 차원이다. 확인해보자. 헌법 66조는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 및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는 대통령의 4대 책무 단 하나라도 지킨 바 있는가?

이래도 그의 실체를 모르시겠다고? 문재인은 “선하지만 무능하고 고집불통”(바른미래당 하태경)이 아니다. “무능한데다가 사악한 자”라서 우리 한숨은 길어지고 분노는 커진다. 통진당 이석기가 빨치산 용사놀이 하다가 저 꼴이 됐다면, 그는 대통령 자리에서 아찔한 통일 놀이에 코 박고 있다.

그가 그 자리에 앉아있는 지금 상황에서 이 나라의 앞날은 두 가지로 열려있다. 비 온 뒤 땅 굳는다고 이런 우여곡절과 아픔 끝에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념적 합의가 견고해질 수도 있고, 아니면 이대로 대한민국이 문 닫을 수도 있다. 그만큼 상황은 절박하며 문재인 조기 퇴출만이 답인데, 누가 과연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까?

문제는 제도권 언론과 정치는 지리멸렬이고, 지식인 그룹은 비겁해서 기대할 게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문재인이 자기모순에 의해 스스로 쓰러질 가능성이다. 불꽃 하나만 튕겨도 삽시간에 무력화될 수 있는 게 그의 취약성인데, 내년 경제위기가 그 중 하나다.

경제학자 김광두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듯이 아마추어 중의 아마추어인 이 정부가 위기를 헤쳐 갈 가능성은 거의 제로이며, 분노한 민심의 쓰나미 앞에 파멸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김정은 서울 답방이 거대한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다. 김정은의 연내 답방이 성공적으로 끝난다 해도 이게 문재인의 그림대로 마무리될까? 그건 또 다른 문제다.

분명한 건 이게 한반도 사태의 변곡점은 변곡점인데, 당장은 문-김, 저들에게 유리해 보인다. 즉 기회이자 위기는 평양 돼지가 서울을 찾아오며 시작될 것이다. 그의 답방은 서울 방문에 극히 조심스러웠던 애비 김정일과 달리 이젠 때가 됐다는 나름 손익계산을 마친 결과다.

무엇보다 지난 10~20년 남북관계가 평양 쪽에 썩 유리해졌다. 그래서 9월 평양회담 때 김정은은 서울 갈 때 반대시위를 만나도 이해한다는 느긋한 발언을 했으리라. 달러 뭉치 제공이나, 대북 제제 완화 조치가 없어도 서울 답방은 해볼 만한 모험이다. 더구나 문재인이 비핵화 요구나, 각종 도발에 대한 사과 요구를 하지 않으니 답방은 밑져야 본전이다.

그럼 ‘우리민족끼리’의 반외세주의로 이미 하나가 된 문-김이 이번 서울 쇼에서 노리는 효과는 뭘까? 답방 자체가 메시지이고, 서울을 휘젓고 다니며 남남 갈등을 유도하며 무언가 소구 효과를 노릴텐데, 분명한 건 김정은 답방은 문재인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반짝 이벤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문재인은 변형된 공산주의자 혹은 좌파 민족주의자라서 문-김 회담을 통한 남북관계 대전환이야말로 정치적 이상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그래서 성공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다. 그건 좌파의 오랜 비원(悲願)이기도 하다. 원탁회의 좌장 백낙청이 “2013년 이후의 세상을 별개의 체제라 할 정도로 크게 바꿔보자”며 언급한 2013년 체제의 뒤늦은 완성이다.

백낙청은 그걸 한반도 재통합을 전제로 한 국가연합이라고 했지만, 쉽게 정리해 통일 놀이다. 낮은 차원의 연방제이건 뭐가 됐건 저들에게 통일 놀이는 헌법 4조가 명문화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보다 훨씬 상위의 가치이며, 미완의 근대 국가체제인 분단을 끝장내는 도정에 다름 아니다.

그럼 둘이 만나 무얼 하려하는가? 판문점 회담에서 약조한 민족 공조가 김정은의 답방을 계기로 몇 단계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다. 굳이 합의문 같은 게 없어도 사회 분위기로 먹고 들어갈텐데, 민족 공조는 남북정권 사이의 통일전선 구축 단계 즉 남북 국공합작으로 빠르게 진입한다. 둘이 하나 되기 직전의 국면이다. 비유컨대 남과 북 사이의 약혼 단계다.

이 나라 미친 언론들이 그걸 민족-통일-평화란 대의명분으로 포장할 것이다. 그때 “그 결혼에 난 반댈세!”라고 말할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 모두가 알게 모르게 민족-통일-평화이란 명분의 주술(呪術)에 걸려든 탓이다. 그런 상황에서 남북 사이의 국공합작은 어느덧 대세가 된다.

이게 어디선가 많이 봤던 그림인데, 해방 직후 조선공산당이 주도한 29개 좌익-중도 정당-사회단체 연합체인 민주주의민족전선(민전)의 재래(再來)다. 당시 민전은 미국에 반대하는 과도정부를 세운다는 게 목표였다. 지금도 그렇다. 70년 세월을 건너 뛴 지금은 남의 좌파세력과 북의 김정은 세력을 모두 포함하는 스케일로 세력을 왕창 키웠다.

여기에서 물어봐야 한다. 아까 그게 약혼이라면 결혼은 과연 무얼 뜻하느냐? 통일전선 단계를 넘어 남과 북의 좌익세력이 단일정치세력으로 발돋움하는 궁극의 단계를 말한다. 쉽게 말해 문재인-김정은이 가칭 ‘민족통일평화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남북의 좌파세력이 몽땅 똬리를 튼, 말 그대로 빅 텐트다. 일테면 당 공동대표 김정은-문재인, 원내대표 임종석 김여정 등등…. 그런 그림은 합리적인 미래 전망이 아니고 정치 판타지가 아니냐고 물으실 수도 있다. 일정 부분 인정한다. 그러나 현상황은 그걸 경고해야 할 만큼 심각한 국면이다. 언론인 류근일이 얼마 전 글에서 “김정은의 입경(入京) 자체가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의 이정표”라고 규정한 것을 떠올려 보라.

그건 우리가 걱정해온 사실상 적화(赤化)의 상황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겠는가. 단 국민적 합의 속에 이뤄지는 ‘평화로운 적화’, ‘조용한 적화’란 점에서 소름이 다 돋는다. 미국 변호사 고든 창이 지적대로 북한이 남한을 접수하는 그림이 이렇게 순조로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쨌거나 김정은의 서울 답방은 그런 큰 그림의 일환임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문제는 남는다. 그런 대도박이 문-김의 뜻대로 과연 성공할까? 그건 또 다는 문제인데, 미국이 다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북핵을 결코 용인할 수 없고, 남북 정권이 바람난 엽기적인 춤을 용서하기 어렵다. 미국의 동북아 질서 유지에 방해가 되는 문-김의 동침에 불벼락을 내릴 가능성은 여전하다.

또 국내 제도권 언론-정치가 지리멸렬이라지만, 완전히 죽은 것도 아니다. 단 희망적 사고 같은 걸 버리고 냉정하게 말하자. 가능성은 역시 반반이다. 결국엔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피와 눈물의 시민적 각성, 그걸 통한 행동 없이는 중병 든 이 나라가 쉽게 회생할 수 없다는 진실엔 변함이 없다. 그 점에서 우린 여전히 역사의 변곡점에 서있다.

하나를 재확인해보자. 만악의 근원인 문재인을 뽑은 건 누구였지? 결국 우리의 선택이었다. 지난해 5.9 대선이 체제 전쟁이며, 거기에서 무너지면 70년대 중남미 최초로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 정권을 세웠던 칠레 아옌데의 재판(再版)이 될 것이란 경고를 국민은 왜 외면했던가? 지금 겪는 고통은 그 업보다. 이 무시무시한 업장(業障)덩어리를 녹여야 이 나라가 살아날 수 있다.

조우석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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