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협 출신 오영식 사장 "강릉 KTX 사고 추위 때문" 황당한 해명
올들어 열차사고-고장 30건...최근 3주간 강릉·오송·서울·분당·원주·광명 등에서 최소 8건 이상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자주 사고 발생...나사 빠져도 단단히 빠졌다
"이래서야 불안해서 기차 타겠나" 국민 우려 커져...일본 방송도 보도
전문가들 "이해 불가" "전문성 없는 운동권 사장의 한계" 비판 속출
이병태 교수 "영하 10도 추위에 탈선했다고 하면 겨울에는 기차 타지 말라는 말 아니냐" 일침
'이낙연-김현미-김부겸-오영식' 사고예방 책임자 전원이 민주당 정치인

강릉역 KTX 열차 사고 현장.(연합뉴스 제공)

대한민국의 철도를 책임지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뭔가 나사가 풀려도 단단히 풀렸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코레일이 운영하는 한국고속철도(이하 KTX) 열차와 무궁화호, 지하철 분당선에서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최소 8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났디. 올들어 발생한 사고나 고장 건수는 30건에 이른다. 코레일과 관련해 이처럼 자주 사고가 발생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9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8일 강릉역 KTX 열차 탈선과 대구역 KTX 열차 고장 등 하루 동안 두 건의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달 19일에는 서울역 KTX 열차가 작업 중이던 굴착기와 충돌해 열차가 지연되고 작업자 3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달 20일에는 충청북도 오송역에서 KTX 열차 단전 사고가 발생해 열차 120량이 최대 8시간이나 지연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달 24일에는 경기 광명역 KTX 열차가 고장나 열차가 50분 지연됐고 이날 충북 오송역에서 또다시 KTX 열차가 고장나 20분간 열차가 지연되기도 했다. 

특히 8일 발생한 강릉역 KTX 열차 탈선 사고는 고객들에게 큰 불편을 끼쳤다. 이날 강릉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8.4도를 기록했을 정도로 추웠는데 아침 일찍 발생한 사고로 열차에 탑승했던 승객들은 사고 지점 가까이에 있는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기도 했다. 코레일 측은 탈선한 KTX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140여 명을 버스로 진부역으로 수송한 뒤 다른 강릉선 KTX 열차에 태워 서울로 올려보냈다. 승객 40여명은 서울행을 포기하고 강릉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열차에는 기관사 1명과 승무원 2명, 승객 198명 등 총 201명이 탑승해 있었고 이 사고로 기관사, 승객 등 14명이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강릉 KTX 사고는 일본 방송에도 비중있게 보도됐다.

KTX 열차 뿐만 아니라 코레일이 관리하는 무궁화호나 지하철도에서도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달 23일 강원도 원주역 무궁화 열차가 발전기 고장으로 운행이 1시간 지연됐고 지하철 분당선 복정역부터 수서역 구간에서 열차가 고장나 1시간 운행이 지연됐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올해 30건의 크고 작은 열차 사고가 있었고 그 중 10건 정도가 지난 3주간 몰아서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코레일의 기강 해이는 친북좌파 학생 운동권 조직인 전대협 2기 의장 출신으로 현 여권(與圈)에서 활동한 오영식 사장이 올해 2월 '낙하산 인사'로 코레일 사장에 취임한 뒤 두드러지고 있다. 오 사장 취임 후 코레일이 남북 철도 연결, 해고 노동자 복직 문제 등 정치적 사안에 신경 쓰는 동안 기본적인 업무인 열차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가 잇따르자 코레일은 지난달 23일 오전 9시 긴급 안전 대책 회의를 열고 대(對)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코레일은 "다음 달 4일까지 열차 점검과 근무 기강을 강화하는 등 비상 안전 경영 체제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상 체제 돌입을 선언한 당일에 사고가 발생했고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대형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소 안전 관리를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사고"라며 "단순한 우연이라기보다는 코레일 내부의 기강해이와 안전불감 등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전직 코레일 간부는 "차량 고장 문제가 반복되는 건 직원들이 업무에 임하는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대표적인 신호"라며 "조직이 노조 활동 위주로 흘러가면서 직원들이 이용객보다 노조 눈치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교통 전문가는 "차량 정비와 부품 교체 등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문제가 누적돼 결국 이런 사고로 연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철도 전문가는 "큰 인명사고로 연결된 사고는 없었지만 사고가 반복되는 자체가 위험 신호일 수 있다"며 "경각심을 갖고 철도 안전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왼쪽)과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사진 철도노조 제공)

정치인 출신인 코레일 오영식 사장은 취임 직후 파업 등을 이유로 해고된 철도노조원들을 복직시켰고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이나 코레일-SR(수서발 고속철 운영사) 통합 문제 등 정치적 이슈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 사장 취임 후 2일 만에 2003년 옛 철도청 구조개편을 비롯해 외주화 확대와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에 반대하며 파업에 참여하다 해고된 철도노조원 98명을 복직시켰고 이들 98명 중에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해고돼 노동위원회나 법원 등을 통해서도 구제받지 못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법적 판단이 채 끝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또 오 사장은 또 취임사에서 철도노조가 요구해 온 SR과의 통합을 공언하기도 했다. SR은 코레일이 반대하는 '철도 민영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SR은 '민영화하면 비싸진다'는 코레일 노조의 주장이 거짓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로도 평가되고 있다. 코레일 노조는 민영화된 후 수익성은 물론 고객들에게 KTX 열차보다 더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SR을 다시 코레일 품으로 넣고 싶어한다. 오 사장은 국민들에게 민영화 반대 논리의 허점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코레일 노조의 입장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코레일은 현재 부채 14조 원으로 부채 비율이 300%를 넘어섰다. 박근혜 정부 시절 당시 코레일 사장이었던 최연혜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레일에 대한 구조조정을 위해 노조들과 각을 세웠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철도 전문가인 최연혜 의원의 노력으로 파업까지 진행한 코레일 노조를 궁지에 몰아넣는데 성공하는 듯 했었지만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등이 야당과 코레일 노조의 퇴로를 열어주면서 결국은 구조조정을 완성하지 못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KTX 열차 사고 뿐 아니라 KT 아현지국 통신단절, 경기 고양시 지역난방 배관 폭발 등 잇따라 공공시설 사고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지난 6일 말했다. 이 총리는 지난 5일 대전 동구에 위치한 코레일 본사를 방문해 오 사장으로부터 철도 사고·장애 재발방지대책을 보고 받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는 "국민의 불만과 불신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게 사고대응 메뉴얼, 유지관리체계, 직원훈련 등을 재정비해 철도안전대책 개선방안을 준비하라"고 오 사장에게 지시했지만 그 뒤에도 코레일과 관련되 사고가 잇달았다.

강릉역 KTX 열차 사고 현장.(연합뉴스 제공)

심지어 오 사장은 강릉역 KTX 탈선 사고의 원인을 두고 "기온이 영하로 급격히 떨어진 데 따른 선로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황당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철도 전문가들은 "추위 탓이라는 오 사장의 추정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지난 5일 이 총리는 오 사장에게 "전문가 의견을 미리 청취해 국민 감수성에 부합하도록 노력해 달라"는 주문까지 했지만 오 사장은 전문가들의 생각과 다른 사고 원인을 이야기하는 경솔함을 보였다. 이런 오 사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페이스북 등에서는 "운동권의 한계"라는 식으로 일갈하는 글들이 다수 게재됐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레일 사장이란 자가 영하 10도도 안되는 추위 때문에 기차가 탈선한다고 말하면 겨울에는 기차 타지 말라는 말이지 않은가"라며 "시베리아 횡단철도라고 들어나 보았나? 융프라후 만년설을 올라가는 알프스 산악 열차는 들어나 보았나? 그 기술로 북한에 철도 연결하겠냐? 낙하산 정치인 사장의 수준하고는"이라고 비판의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오 사장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전 국회의원으로 지난 2월 코레일 사장에 취임했다. 고려대 출신인 오 사장은 전대협 2기 의장 출신으로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청년위원장으로 정치에 입문해 16, 17,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87년 출범한 전대협의 1기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이인영 의원이고 3기 의장은 청와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오 사장과 막판까지 코레일 사장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상대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미국 MIT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 한국시스템엔지니어링협회장, 한국교통대학교 전임교수 등을 거친 교통 및 철도 분야의 '최상급 전문가'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에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며 '공정'을 강조해왔던 것을 무색케하는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앞)과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9일 강원도 운산동에서 강릉선 KTX 열차 사고 현장을 살피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잇따른 코레일의 사고로 행정안전부의 김부겸 장관이나 국토교통부의 김현미 장관은 모두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안전하다고 인식돼온 열차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열차 타기 겁난다"는 말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들을 불안감에 몰아넣고 있는 열차 사고에 대한 예방 책임이 있는 국무총리실부터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직접적 책임이 있는 코레일까지 대책은 내놓고는 있지만 이낙연 국무총리부터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오영식 코레일 사장까지 모두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더불어민주당 출신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전문성이 결여된 정치권 인사들이 무너진 코레일의 근무기강을 바로 잡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코레일에서 이례적으로 열차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는데도 오영식 사장이나 김현미 장관은 책임지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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