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곳곳에 ‘이석기 석방’ ‘김정은 환영’ 플래카드 걸려
광화문 광장서 민노총, 민중당 등 대거 참여한 '이석기 석방 촉구 집회' 열려
주최측 “朴정부 무너뜨렸던 위대한 촛불항쟁이 떠오른다”
"이석기 의원 석방하고 박근혜 사법농단 종범(從犯) 양승태를 구속하라!" 주장

내란 선동 혐의로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석방하라고 촉구하는 집회가 소위 '촛불집회' 인파와 비슷한 대규모로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집회가 시작되기 직전 한 사회자는 연단에서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렸던 위대한 촛불항쟁이 떠오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집회에는 2016년 말 '촛불집회'를 주도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는 민노총 등 단체들이 참여했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이하 구명위원회)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중당,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 등 56개 좌파 성향 단체들은 8일 오후 3시 30분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사법 적폐 청산! 종전선언 촉구! 이석기 석방!”을 핵심 구호로 내걸고 ‘12.8 이석기의원 석방대회’를 열었다. 경찰에 신고된 집회인원이 1만 2천명이다.

이들은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 의혹과 연루돼있다며, 이 전 의원을 이른바 '사법 농단의 최대 피해자'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행사 시작 전 울려퍼진, 그룹 '타카피'가 부른 ‘이석기 의원 석방송’ 일부

억울하게 누명쓴지 벌써 6년째 말이 되냐 말이되냐 말도 안된다 사법농단 적폐세력 여전하구나 말이 되냐 말도 안된다. 온 우주가 도와주던 사람마저도 물리쳐낸 우리 촛불국민들, 평화의 광장에 하나 둘 모여서 민주주의를 외치네. Free 이석기, 닫힌 문 열어라. Free 이석기(hey!) 장막을 거두어내라. 종전선언 말했다가 종북 몰리고, 말이 되냐 말이 되냐 말도 안된다. 남북정상 만나는데 왜 갇혀있나. 말이 되냐 말도 안된다. 닫혀 있던 남과 북의 문이 열리고 송이버섯 감귤도 오고 가는데, 평화를 목말라했던 이석기 의원, 왜 아직 갇혀 있는가. Free 이석기. 닫힌 문 열어라. Free 이석기. 장막을 거두어내라. Free 이석기 닫힌 문 열어라. Free 이석기. 장막을 거두어내라.

이창복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격려사에서 "70년의 분단 적폐를 걷어낼 때"라며 "이석기 (전) 의원을 비롯해 감옥에 갇힌 모든 양심수와 웃으며 마주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아직도 차디찬 감옥에 이석기를 가두고 있다"며 "양심수들과 함께 손 붙잡고 통일을 노래할 때 '분단 적폐'가 끝날 것"이라고 했다.

주최측은 이른바 '이석기 석방대회 공식 굿즈(상품)'인 야광봉 등의 판매도 독려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이 전 의원이 옥중에서 집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편지도 낭송됐다. 이 전 의원은 편지에 "적폐 세력은 촛불의 분열을 위해 많은 계책을 쓴다. 저들의 이간책을 이겨내고 우리는 한 번 잡은 손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한다"고 썼다.

이들이 소위 '남북 평화'와 '적폐 규탄', '이석기 석방'을 외치는 목소리와 동일하게 실제로 광화문 곳곳에는 '이석기 석방'과 '김정은 서울 방문 환영' 플래카드가 걸려 있기도 했다.
 

광화문 곳곳에 걸려있는 '이석기 석방', '김정은 환영' 플래카드

구명위원회 등은 광화문 집회에 앞서 오후 1시 30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도 집회를 열어 사법 적폐 청산 및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했다.

주최 측 추산 3천여 명의 참석자는 대법원을 향해 플라스틱 공을 던지며 "양승태를 구속하고 사법 적폐 청산하라", "이석기를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오후 1시 20분쯤부터 "플라스틱 공을 던지는 것은 집시법에 위반될 수 있다. 대법원을 향해 던지지 말라"고 경고 방송을 했지만, 시위대들은 오후 1시 27분쯤 대법원을 향해 플라스틱 공 200여개를 던졌다. 공은 멀리 가지 못하고 경찰을 향해 떨어졌다. 다행히 공이 푹신푹신한 재질이어서 경찰에 위해를 가하지는 못했다.

집회에 참가한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는 "이 전 의원은 미국의 전쟁 책동에 맞서 4자회담 종전선언을 우리 민족이 선도하자고 호소했다는 이유로 6년 동안 차디찬 독방에 갇혀 있다"며 "그의 말대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다. 그를 석방해야 진정한 한반도 평화가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이 전 의원을 재판한) 1심부터 3심까지 모두 사법농단이 있었다. 청와대와 국정원 등 모든 기득권 맹수들이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고 민중의 친구인 이석기와 진보정당을 유린해다"며 "박근혜(전 대통령)와 양승태(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이 밝혀졌으니, 이석기 의원이 석방되고 양승태를 구속해야 한다"고 외쳤다.

한편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은 지난 2013년 9월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됐으며, 2014년 8월 항소심에서 '내란음모 무죄, 내란선동 등 유죄'로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다. 2015년 1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9년의 원심 확정판결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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