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당시 청와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대통령의 방북 요청 사실상 수락했다"고 허풍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내년도 해외 방문 일정에 북한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확인했다. 교황청 관계자는 “이미 교황의 내년도 해외 순방 일정이 꽉 차 있다”며 “모두 북한보다 방문이 쉬운 나라들”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을 예방한 후 청와대가 사실상 교황이 방북을 수락했다고 주장한 것이 사실이 아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교황청 관계자는 7일 ‘교황의 내년도 해외방문 일정에 북한이 포한돼 있느냐’는 VOA의 질문에 “2019년도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순방 스케줄 혹은 추진 중인 순방 계획이 너무 많이 잡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국가들은 모두 북한보다 쉽게 순방이 이뤄질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도 “북한과 같은 국가를 방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는 지난 10월 교황청을 예방한 문재인 대통령과 교황의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의 방북 초청을 구두로 전달받았다고 확인하고, 바티칸 교황청 측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VOA는 “지난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청을 예방한 후 청와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대통령의 방북 요청을 사실상 수락했다고 밝혔다”며 “또한 청와대는 교황의 방북 수락만으로도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전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내 언론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18일(현지시간)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사실상 방북의사를 밝힘에 따라 문 대통령의 한반도 프로세스 추진에 상당한 힘이 실리게 됐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교황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하면서 ‘김 위원장이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느냐’고 하자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했으며, 이어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수석은 “교황은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교황은 내년 2월 기독교도들과 무슬림들 간 대화와 중동 지역의 평화를 촉진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고 3월에는 모로코 방문이 예정돼 있으며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방문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교황이 일반적으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여러 나라를 함께 방문하기 때문에 아시아 방문길에 북한에 들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VOA는 설명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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