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13층 높이 지인 사무실서 몸 던져 스스로 목숨 끊어
이른바 '기무사 친위쿠데타설·세월호 유족 사찰의혹' 수사받던 중 참변
2매 분량 유서엔 "모든 건 내가 안고 간다,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 바란다"
檢은 "무분별한 정보수집, 감시로 오해 안받도록" 담긴 문건으로 단죄 시도
투신 후에야 "군인으로서 오랜세월 헌신한 분 불행 안타까워"
이재수 前사령관, 생전 대표적 軍 인사 전문가…여러 보직 두루 거쳐
김문수 前지사 "文, 쿠데타 음모 몰아 기무사 해편하더니 기어이 사령관까지 죽였다"
이병태 교수 "이 광란의 마녀사냥 언제 끝나려나? 당신들도 천벌 받을 것"
'기무사 표적수사'중 원대복귀된 상사 9월 사망 이후 "자살자 발생 우려" 현실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사진=연합뉴스)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이 내세운 소위 '적폐청산 수사'의 한 줄기로 국군기무사령부를 겨냥한 이른바 '친위쿠데타설·세월호 유가족 등 사찰 의혹'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60·예비역 육군중장)이 7일 오후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이재수 전 사령관은 이날 오후 2시48분쯤 송파구 문정동 한 오피스텔 13층에서 몸을 던져 자살했다. 이 오피스텔은 이 전 사령관의 지인 사무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신 전 벗어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윗옷에서 유서가 발견됐다. 이 전 사령관은 위급한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병원 도착 20여 분만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령관은 지난 2014년 5~10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기무사 내에 '세월호 TF'를 만들어 유가족들의 동향을 사찰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법원은 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고 수사 경과에 비춰 도망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 시점에서 피해자에 대한 구속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재판부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지 이미 4년 이상이 경과해 각종 증거가 불변 상태로 확보돼 있고, 이 전 사령관은 평생을 군에서 복무한 예비역 중장으로 도주 우려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구속 수사를 원칙 삼듯 수사해 온 검찰은 즉각 언론을 통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 결정"이라고 법원을 비난했다.

구속영장 청구에 앞서 민·군 합동수사단은 "이 전 사령관이 기무사 부하들에게 세월호 TF 구성을 지시한 뒤, 유가족들에게 불리한 여론 형성을 위한 첩보활동을 했다"며 실종자 가족이 머물던 진도체육관 일대에서 개개인 성향, 가족관계, 음주실태 등을 수집했다고 문제 삼았다.

검찰은 '세월호 유가족 사찰 지시' 증거라며 기무사 TF가 만든 '동정보고서'를 내세웠으나, 보고서에는 '사찰'이라는 혐의 내용과 상반되거나 무관한 내용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지난 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세월호 사망자 수습 당시 '(군에서)추모 분위기를 저해하는 행위를 차단하라'거나 '○사단 아침 점호 시 웃음 체조를 하는데 정국에 맞지 않다'고 제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문건에는 '사찰 논란이 없도록 현장 활동 시 무분별한 정보수집 활동을 금지한다'거나 '군인이 자원봉사자처럼 행동하면 실종자 가족을 감시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지적사항도 있었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 측 석동현 변호사는 "기무부대원은 유가족들의 불편·불만·애로사항을 청취했던 것이며, 이는 군 서류에서 '대민 지원 대상자'라 명시돼 있다"며 "당시 군이 사체 수색·인양을 이유로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면 기무부대원들도 현장에 나가 유가족들의 민원을 듣거나 살필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었다.

이 전 사령관도 검찰 소환 당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부대와 부대원들은 최선을 다해 임무 수행을 했다"며 검찰이 주장한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또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는 말이 있다. 그게 지금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속수사는 피했지만, 이로부터 불과 나흘 뒤 그는 투신했다. 남겨둔 2매 분량의 유서에서, 이 전 사령관은 "모든 것을 내가 안고 간다. (기무부대원) 모두에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취지의 글을 남긴 것으로 수사 관계자에 의해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 전 사령관의 투신 사망 소식에 "군인으로서 오랜 세월 헌신해 온 분의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반응했다.

이 전 사령관은 군내 인사 전문가로서 대령시절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인사기획과장, 선발관리실장을 역임했고, 지난 2007년 11월 준장으로 진급해 육군본부 인적자원개발처장, 육군 제2작전사령부 인사참모처장을 지냈다. 2010년 6월 소장으로 진급한 후에는 육군 제53보병사단장,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을 지냈으며, 2013년 4월, 중장으로 진급하여 육군 인사사령관과 국군 기무사령관을 지냈다.

이 전 사령관 사망에 대해 이날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명복을 빈다"고 먼저 공개 추모에 나섰다. 김문수 전 지사는 "(이 전 사령관은) 4년 8개월 전 세월호 유족 사찰의혹으로 청구됐던 영장이 기각된 후, 나흘만에 유서를 남기고 투신했다. 안타깝다"며 "'촛불혁명 대통령' 문재인이 기무사를 쿠데타 음모로 몰아 해편(해체 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재편)하더니, 기어이 이 전 사령관까지 죽였다. 너무하다"고 성토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페이스북 글에서 "이 광란의 마녀사냥 언제 끝나려나? 당신들도 천벌 받을 것이다"라고 썼다.

한편 문재인 정권은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기존의 국가정보원과 기무사의 대공수사 기능을 크게 약화시키는 등 '반(反)국정원-기무사' 기조를 드러내왔다. 이후 올해 들어서는 2월20일 기무사 공군부대 담당 현역 원사가 충북 청주시내 한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 표적수사'를 목적으로 국방부 특별수사단을 발족시킨 7월 이후로는 세월호 목포지역 현장 지원요원으로 활동했던 육군 상사가 불법행위자로 지목돼 원대복귀된 뒤 극심한 스트레스로 곡기를 끊고 지낸 끝에 9월5일 사망했다. 당시 기무사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 "앞으로 자살자들이 나올까 우려스럽다"는 견해를 밝혔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