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중범죄 전모의 규명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반발
추가적인 수사 단서 나오지 않으면 영장 재청구 의미 없을 듯

박병대·고영한 전직 대법관 영장실질심사_기각 (PG) [연합뉴스 제공]
박병대·고영한 전직 대법관 영장실질심사_기각 (PG) [연합뉴스 제공]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박병대(61)·고영한(63)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구속영장이 동시에 기각됐다.

검찰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관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에 "상식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6일 오전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을 상대로 각각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7일 오전 0시38분께 이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임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에 대해 "범죄 혐의 중 상당 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미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돼 있는 점,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및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의자의 주거 및 직업, 가족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현 단계에서 구속사유나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명 부장판사는 고 전 대법관의 영장 기각사유 대해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행태,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서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루어진 점,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3일 박 전 대법관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의 기각 결정에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로서,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급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직근 상급자들인 박·고 전 처장 모두의 영장을 기각한 것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 전모의 규명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기존에 확보한 자료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사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들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도 법원 판단을 뒤집지 못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의 향후 수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직접 조사하는 쪽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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