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위성사진 공개...동창리 삭간몰 미사일 기지 이후 또다시 밝혀진 北미사일 기지
"기존 기지서 7마일 떨어진 곳에 신규 건설 진행"

미 CNN 방송은 5일(현지시간) 단독 입수한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영저동 미사일 기지를 공개했다(CNN 화면 캡처).
미 CNN 방송은 5일(현지시간) 단독 입수한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영저동 미사일 기지를 공개했다(CNN 화면 캡처).

미국 CNN방송은 5일(현지시간) 단독 입수한 새로운 위성사진에 근거해 북한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양강도 영저동 미사일 기지 등 내륙 산악지대에 위치한 주요 장거리 미사일 기지들을 계속 확장시켜왔으며, 근처에 또다른 미사일 기지로 보이는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이는 미북 간 외교적 대화가 김정은이 현존하는 핵탄두들을 대량생산하고 활용하는 것을 중단시키는데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꼬집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은 영저동 미사일 기지와 근처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기지를 여전히 운영 중이며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이는 워싱턴과 평양이 5개월 동안의 산발적인 대화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이슈에 관해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CNN은 지적했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연구원들은 CNN에 “영저동 기지는 오래전부터 미국 정보 당국과 분석가들에게 알려져 있던 곳이지만, 구 기지로부터 불과 7마일(11km) 떨어진 곳에 공개적으로 확인된 적 없는 또 다른 미사일 기지로 보이는 새로운 시설이 건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위성사진들은 미사일 기지들이 여전히 활동 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 두 기지가 별개의 것인지 아니면 다른 하나에 종속된 부속 건물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CNN은 “이 위성사진들은 북한이 2017년 매우 거대한 지하 시설을 짓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이 시설은 2018년 8월 현재 여전히 공사 중”이라고 했다.

이 연구소의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CNN에 “미사일 기지들의 공사는 심지어 지난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에도 계속돼 왔다”며 “김정은이 비핵화에 대해 무슨 열망을 말하든지 간에 북한은 계속 핵무기가 장착된 미사일들은 생산 및 배치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루이스 연구원과 그의 동료 데이비드 쉬머러는 “이 미사일 기지의 독특한 위치를 감안할 때 이곳은 핵무기 탑재와 함께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최신형 장거리 미사일을 수용할 수 있는 강력한 후보 기지"라고 했다. 

일각에선 CNN이 보도한 북한 '영저동' 미사일 기지는 '영저리' 기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양강도 영저리 미사일 기지는 1999년대 말 국내 및 미국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1999년 10월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영저리, 황해북도 삭간몰 등 6곳에서 스커드미사일 기지 공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같은 해 7월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중국 국경에서 12마일(약 20km) 떨어진 영저리 산악지역에 대포동 1, 2호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 중이라고 처음 보도했다. CNN은 미국이 북한과 미사일 합의의 하나로 지난 2000년 이 기지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지만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의해 거부됐다고 덧붙였다.  

CNN은 “이러한 종류의 현존하는 미사일들을 생산 및 배치를 지속한다고 해서 김정은이 미국 또는 한국과 맺은 합의사항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북한의 또 다른 미사일 기지가 여전히 활동 중이라는 사실의 확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평양이 지금까지 핵 협상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후에 나왔다”고 했다. 앞서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첫 번째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와 2번째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몇 달간 북한은 탄도미사일 시험을 중단한 것은 외교적 발전의 증거이며 김정은이 몇몇의 미사일 시험 시설들을 해체하겠다고 제안한 것은 북한의 지도자가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올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심했다’고 말한 것의 진실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애매모호한 말뿐인 합의에 불과했고 두 지도자들은 ‘한반도에 영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할 것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함께 일할 것’을 맹세했을 뿐이라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 정보당국은 영저동 지하 미사일 기지가 미국을 겨냥한 장거리미사일 개발, 발사 기지로 유력하다고 파악해왔다. 영저동 지하 기지는 중국 국경에서 불과 20여km 떨어진 산악지대에 있다. 북한이 1990년대부터 건설해 온 주요 지하 미사일 기지 중 한 곳이다.

한미 정부는 이 부근에 미사일 기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1999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강도 하갑, 함남 상남리 미사일 기지 등과 함께 대외적으로 위치가 노출된 미사일 기지 중 한 곳이라 양국의 주요 감시 대상으로 꼽힌다.

지난달 중순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북한이 9월 남북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영구 폐기를 약속했던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외에 그동안 보고되지 않은 미사일 기지 13곳을 운용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데 이어 북한이 미사일 개발을 확장하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보도에 대해 미 국방부 크리스토퍼 로건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을 매우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외교적 과정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해가고 있다. 정보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러한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1~2월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 입장 확인에도 불구하고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재개가 늦어지는 등 교착 국면에 장기화되면서 미국 내에서 회의론이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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