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서울방문 환영위' 참여한 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 노조 이번에는 '평양 교류' 요구
5000억원대 적자 회사서 '무임승차' 확대하고 자신들의 임금은 더 달라는 '노조'
'고용세습' 교통공사, 국정감사 앞두고 노골적인 친북성향 드러낸 문건 공개됐다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는 단체인 소위 '서울시민 환영위원회'에 참가해 준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이번에는 평양 지하철과 교류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지하철 1호선부터 8호선까지 운영하는 교통공사에 소속된 준공무원들이 지나친 친북적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가 입수해 6일 보도한 서울교통공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교통공사 노조는 지난달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평양 지하철과 교류 사업 추진' 등을 포함한 148가지 요구 조건을 회사 측에 제시했다. 노조는 서울과 평양 지하철 교류 사업을 추진해달라는 조건을 9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지난달 29일 서울시청 앞에서 발족한 서울시민 환영위원회 서울지역 참가단체 146개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정은 서울 방문 환영'을 골자로 하는 이 단체에 '정치적 중립성' 의무가 있는 준공무원 노조인 교통공사 노조가 포함된 것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등 김씨 세습왕조의 독재정권에서 노동력을 착취 당한 북한주민들이 만든 '평양 지하철'과 교류하겠다는 주장을 한 것이나 이를 임단협 핵심 조건으로 둔 것은 정치적 중립성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평양 지하철과 교류하겠다는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주장은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조합원은 평양 지하철 교류 요구를 두고 "평양과의 교류가 무슨 소리냐"고 노조 게시판에 적었다.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임단협 조건에 포함시켜 노골적으로 드러낸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적자를 보고 있는 회사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지하철 무료이용 대상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교통공사 노조는 임단협 조건 중 하나로 '지하철 사회공공성 강화와 안전사회 구축'이란 명목으로 어린이부터 중학생까지 지하철 무료 이용 확대를 요구했다.

작년 서울교통공사는 525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보다 36%나 늘어난 수치였다. 전체 적자에서 복지 수송(무임승차)이 차지하는 비중이 67%(3506억 원)인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통공사 사측 관계자는 "운송 수입마저 적자라 손실 보전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자신들의 권리는 확장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직원들에 한해 무료로 탑승할 수 있는 '직원권'의 사용 구간을 자신들의 관리 구간인 1호선부터 8호선까지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관리하는 수도권 구간까지 확대해 달라는 요구를 시작으로 '대학원까지 자녀 학자금 지원을 확대해달라', '서울교통공사 위상에 맞춰 직원 전용 휴양소를 건립해달라', '노동시간을 월 165.8시간(주당 41시간)에서 150시간(주당 37시간)으로 단축해달라', '지회장의 노동조합 활동을 업무보다 우선시하게 해달라', '청년 조합원 전세자금 대출로 활용할 기금 1000억 원을 출연하라'는 요구를 이어갔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민노총 소속이다. 이 노조는 민노총 지침에 따라 7.1%에 달하는 임금 인상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경제성장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 소득 분배 개선분을 감안해 도출한 인상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가 공공기관에 권고한 임금 인상률은 2.6% 수준이다. 작년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평균 연봉은 6538만 원으로, 서울에너지공사(8227만원)에 이어 서울시 산하 공기업 중 2위다.

서울교통공사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내놨다. 노조 측은 지난달 28일 열린 3차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했고 파업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는 10일부터 13일까지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사측은 "노조 파업은 의례적으로 있는 일이기 때문에 협상이 완전히 파기된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 안에 협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대화를 이어나가 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재정 상황에 적합한 수준의 요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회사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인데 노조가 조합원들 듣기 좋은 소리로 인기를 얻으려고만 해선 안 된다"며 "세금으로 설립·운영되는 공기업이더라도 비용을 줄이고 성과를 내야 하는 게 기업의 본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기간에 밝혀진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의 고용세습의 핵심에 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직원의 가족·친척 108명을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용세습이라는 '신종 일자리 대물림'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처음 108명으로 드러난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 115명까지 늘어났다. 서울교통공사 인사처장이 자신의 부인의 이름을 정규직 전환자 명단에서 고의로 뺀 사실도 드러나면서 숨겨졌던 가족 및 친인척 정규직 전환 명단이 공개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전체 직원 1만7084명 중 1912명(11.2%)이 직원의 가족이나 친척인데 실제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노조는 지난 3월 실시한 직원 가족관계 조사에 '응하지 말라'는 취지의 통신문까지 돌렸다. 

교통공사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국회에서 국정조사 요구가 커지면서 결국 국정조사가 결정됐다. 5일 교통공사 고용세습 등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 "성실하고 당당하게 국회 국정조사에 임할 예정"이라며 "만에 하나 채용비리가 드러나면 엄벌하고 제도를 바꾸는 등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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