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연합뉴스 제공)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68)이 뇌물을 받고 8년간 도피한 친형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71)을 적극 도운 것으로 5일 드러났다. 

최 전 사장은 친형인 최 전 교육감이 도주한 직후부터 수시로 연락하며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최 전 사장은 검찰 수사를 받기 전까지 "형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억울하다"고 말해왔다. 

전주지방검찰청은 지난 4일 최 전 사장을 소환해 조사한 결과, 최 전 사장이 제3자를 통해 친형에게 차명 휴대폰과 은신처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 전 사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형이니까 도왔다"며 자신의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다. 최 전 사장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직접 형을 도왔다면 친족 특례 조항에 따라 죄를 물을 수 없지만 제3자를 통해 도피를 도왔기 때문에 범인 도피 교사죄가 성립된다. 

최 전 사장의 지시로 형을 도운 조력자는 10여 명이다. 조력자들은 최 전 교육감에게 휴대폰을 빌려주거나 도피 자금을 마련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최 전 교육감이 도피 중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 명의를 빌려준 조력자도 최 전 사장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북 김제 출생인 최 사장은 전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부의장, 서울 민족민주운동협의회 공동의장,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상임집행위원,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 제도정치위원장 등 재야(在野) 활동을 하다가 2004년 열린우리당 소속 제17대 국회의원(전북 김제시 완주군)에 당선됐다.

이어 같은 지역구에서 제18대, 제19대 총선에 각각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출마해 내리 당선되면서 3선 의원이 됐으나 20대 총선에서 낙선했다가 올해 2월 제9대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최 전 사장은 취임 직전까지 태양광업체 대표를 지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총 7조5000억 원대 규모의 수상(水上)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사업을 주도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적합한지 논란이 일어 지난달 27일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최 전 교육감은 2007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이 9홀에서 18홀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교육청 소유 땅을 매입하는 데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3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지난 9일 구속됐다.

최 전 교육감은 2004년 제14대 전북교육감으로 당선됐으며 4년 후인 2008년 8월에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3선 도전이 유력시 되던 2010년에는 선거 4개월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교육계에선 그에 대한 검찰 수사설이 돌고 있었고 그는 그해 9월 종적을 감췄다. 수사 초기 달아난 최 전 교육감은 6일 오후 인천시 한 식당에서 도주 8년 2개월 만에 검찰 수사관들에 의해 체포됐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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