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H.W.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 워싱턴 DC 국립 성당에서 엄수
장남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추도사 낭독 中 북받치는 감정 못 이겨 눈물 보이기도
생존 전현직 대통령 부부 모두 참석...유해는 조지 H.W. 부시 도서관 기념관에 안장 예정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향년 94세로 타계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국장이 거행된 5일 워싱턴DC 국립성당 장례식에서 장남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추모사 도중 북받치는 감정을 못 이긴 듯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향년 94세로 타계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국장이 거행된 5일 워싱턴DC 국립성당 장례식에서 장남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추모사 도중 북받치는 감정을 못 이긴 듯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향년 94세로 타계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립 성당에서 엄수됐다.

CNN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워싱턴 DC 국립대성당에서 약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지난 2007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장례식 이후 11년 만에 국장으로 치러졌다.

워싱턴 의사당에 안치됐던 부시 전 대통령의 관은 장남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부인 로라 부시 여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의장병사들에 의해 리무진차에 실렸다. 아들 부시 전 대통령 부부는 고인이 된 아버지가 탄 리무진 차를 앞세우고 장례식장인 대성당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워싱턴 시민들은 운구차를 향해 두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보이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유가족들과 미국 전·현직 대통령, 그리고 세계 각국 지도자들 등 약 3000명이 모여 고인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고인의 장남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 낭독을 위해 단상에 올라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아버지가 사실 날이 몇 분밖에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전화를 걸었다"며 "저는 '아버지 사랑해요. 당신은 아주 멋진 아버지였어요'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 역시 '나도 사랑한다'였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 우리는 정확하게 그리고 그 이상으로 당신을 기억할 것이고 그리워할 것"이라며 "당신의 품위, 성실, 친절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고인을 애도했다.

또 부시 전 대통령은 "역사는 아버지를 위엄있고 명예롭게 직무를 수행한 위대한 인물이자 신사로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허버트 워커 부지 전 대통령의 관이 대성당으로 들어오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지 허버트 워커 부지 전 대통령의 관이 대성당으로 들어오고 있다. (EPA=연합뉴스)

부시 전 대통령은 슬픔 속에서도 고인의 삶을 유머스럽게 전해 숙연한 공간에 웃음이 번지게 했다. 그는 "아버지는 우리에게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그러나 완전히 완벽하진 않았다"며 "아버지의 (골프) 쇼트 게임과 춤 실력은 형편없었다. 이 남자는 채소를 못 먹었는데, 이 유전적인 결함은 우리에게 전달됐다"고 얘기해 추모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추도사를 낭독하며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던 부시 전 대통령이지만 추도문 말미 세살 때 숨진 여동생 로빈과 지난 4월 별세한 어머니 바바라 여사를 언급하다 끝내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를 마치고 내려오며 아버지가 잠든 관을 손으로 두 번 두드리며 자리로 돌아갔다.

이날 장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 등 전현직 대통령 부부들이 모두 참석했다. 해외 지도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라니아 왕비, 피터 코스그로브 호주 연방 총독 부부,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 참석해 조의를 표했다. 장례식장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고인과 함께 동서 냉전 종식의 주역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비에트연방 공산당 서기장은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부시 전 대통령과 큰 변화의 시기에 함께 일했고, 협력한 결과 냉전이 끝났다"며 "그는 진정한 동반자였다"고 회고했다.

한편 부시 전 대통령의 유해는 6일 텍사스 A&M 대학에 있는 조지 H.W. 부시 도서관 기념관에 묻힌 부인과 딸 곁에 안장될 예정이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