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으로 꼽히는 멍완저우 CFO...미국의 대(對)이란 무역 제재를 위반한 혐의
중국 통신기술 팽창 꺾기 위한 미국의 공습이란 해석
中당국 반발 "심각한 인권 침해...중국 국민의 권리 보호하겠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 화웨이 CFO

중국의 대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 당국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미국의 대(對)이란 무역 제재를 위반한 혐의다. 체포된 멍완저우(孟晩舟) CFO는 화웨이를 설립한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딸이며 화웨이 이사회에서 공동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게 꼽히는 인물이다.

미중이 90일간 무역분쟁을 유예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미중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현지시간) “멍 CFO가 지난 1일 밴쿠버에서 체포됐으며 미국에 인도될 예정”이라는 이언 매클라우드 캐나다 법무부 대변인 발표를 전했다. 매클라우드 대변인은 “보석 심리일은 오는 7일로 잡혀있다”며 "멍 CFO가 보도금지를 요청한 만큼 추가적인 내용은 제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중국 선전시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다. 멍 CFO의 혐의는 화웨이가 2016년부터 수출 및 제재 관련 현행법을 어기고 미국산 생산품을 이란 등에 해상 운송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4월 미국 수사당국의 이 같은 수사 사실이 보도되자 중국 정부는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한다"며 미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WSJ은 “지난 수년간 미국은 화웨이의 미국 내 비즈니스를 제한하는 일련의 조치를 해왔고 최근에는 다른 나라도 이런 감축에 동참하도록 요청해왔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뿐 아니라 통신 전쟁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가 실질적으로는 중국 통신기술 팽창을 꺾기 위한 미국의 공습 일환 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미국은 2012년 화웨이 장비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의회 보고서를 근거로 화웨이와 다른 중국 장비업체 ZTE에 대해 미국 내 통신망 장비 판매를 금지했다. 지난해 미국 통신사 AT&T를 통해 스마트폰을 출시하려던 화웨이의 계획도 결국 무산됐다.

호주와 뉴질랜드 정부가 자국통신사의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한데 이어, 5일 (현지시간) 영국의 브리티시 텔레콤도 화웨이를 5세대 네트워크 사업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세 국가와 이번 체포에 협조한 캐나다는 ‘다섯 개의 눈(Five Eyes)’으로 불리는 미국의 1급 동맹국들이다. 최근엔 미 정부가 동맹인 일본·이탈리아·독일에도 화웨이 통신 장비 사용 중지를 요구했다는 보도(WSJ)도 나왔다.

멍 CFO의 체포 사실이 보도되자 중국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캐나다 주중 대사관은 이날 “미국과 캐나다의 어떤 법률도 위반하지 않은 중국 국민을 미국 요구에 따라 캐나다 경찰이 체포한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 행위”라며 “중국은 단호한 반대와 강렬한 항의를 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대사관 사이트에 항의문을 게재해 “중국은 이미 미국과 캐나다 양측에 엄중 항의했으며, 잘못된 행위를 즉각 바로 잡아 멍완저우 여사의 신체 자유를 회복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은 사태 발전을 엄밀히 관찰하면서 중국 국민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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