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독수리훈련에 참가한 미 핵추진 항모 칼빈슨호: 내년 초 연합훈련에는 미 항모를 비롯한 전략무기는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작년 독수리훈련에 참가한 미 핵추진 항모 칼빈슨호: 내년 초 연합훈련에는 미 항모를 비롯한 전략무기는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한미 국방 당국은 내년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가운데 독수리훈련(FE)을 유예할 것으로 보인다.

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내년 3월로 예정된 키리졸브(KR) 연습은 연합 지휘소연습(CPX) 위주로 진행하고 내년 4월로 예정된 독수리훈련은 사실상 유예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최종 조율 중이다.

독수리훈련은 북한 특수부대 등 비정규군이 후방지역에 침투할 경우에 대비해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공동으로 실시하는 연례 야외기동훈련이다. 작년 독수리훈련에는 미군 1만여 명과 한국군 약 29만 명이 참가했다. 내년 이 훈련에 미군 전력이 참가하지 않을 계획이어서 독수리훈련은 자연스럽게 유예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 소식통을 전했다.

미국은 미북정상회담과 북한 비핵화 대화 촉진 등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내년 초 실기동훈련에 미군 전력을 참가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 미북관계 진전의 분위기 조성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군과 정부도 이런 미국의 기조에 부응하는 한편 한반도 안보상황 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해왔다”고 했다.

이는 남북관계와 미북관계 등 한반도 안보상황을 고려해 내년 초 연합훈련을 ‘로키(low key· 절제된 대응)’ 기조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른 소식통은 “연합사와 예하 구성군사령부의 CPX는 연합방위태세 점검과 확립에 필요하기 때문에 그 여건은 최대한 보장하기로 했다”며 “다만 실기동훈련은 미군이 불참하기 때문에 대폭 조정될 것”이라고 했다. 연합CPX는 한국군과 미군이 함께 참여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하는 워게임을 말한다.

이와 관련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독수리훈련은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진행하도록 조금 재정비되고 있다”며 “범위가 축소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0월 31일 미국에서 열린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끝난 직후 펜타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매티스 장관과 저는 앞으로 외교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을 군사분야에서 어떻게 잘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군사대비태세에 문제가 없는 방향으로 향후 연습과 훈련을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했다”며 “11월 15일까지 실무진에서 검토하고 12월 1일 이전에 결심해서 향후 문제가 없도록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후 한미 국방 당국은 내년 한미연합훈련의 방향에 대해 고위급 및 실무급 협의를 진행해왔다.

앞서 한미 군 당국은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외교적 비핵화 대화 촉진을 위해 올해 8월 컴퓨터 워게임인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을 무기한 연기했다. 또한 올해 총 19회의 한미 해병대연합훈련(케이맵)을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2번의 훈련을 유예했다. 이후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까지 모두 4개의 한미 연합훈련이 중재됐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은 2015년부터 매년 12월 시행되는 대규모 한미 연합공중훈련이다. 작년 12월에는 미국의 전략무기인 스텔스 전투기 포함 한미 공군 270여 대의 항공기가 참가했다. 훈련 내용도 공세적이어서 북한이 큰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유예될 것으로 보이는 독수리훈련은 북한 특수부대 등 비정규군이 후방지역에 침투할 경우에 대비해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공동으로 실시하는 연례 야외기동훈련이다.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며, 작년 독수리훈련에는 미군 1만여 명과 한국군 약 29만 명이 참가했다. 그러나 미국이 내년에 이 훈련에 참가하지 않음에 따라 독수리훈련은 유예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한의 전면적 남침에 대비한 훈련들이 줄줄이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되면서 군의 전투 태세가 흐트러지고 안보 공백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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