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지역난방공사 본사에서 황창화 신임 사장 취임식을 하는 장면 [지역난방공사-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1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지역난방공사 본사에서 황창화 신임 사장 취임식을 하는 장면 [지역난방공사-연합뉴스 제공]

지난 4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주변에서 발생한 열 수송관 파열 사고로 딸의 결혼을 앞둔 아버지가 숨지는 등 20여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열린 상황보고 현장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보고 중 웃음을 흘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시민은 공개적으로 "사람이 죽어 나갔는데 웃으며 보고하는 게 말이 되냐"면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5일 고양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께 백석2동 주민센터에서 이재준 고양시장과 이윤승 고양시의회 의장, 시의원, 소방 등 관계 공무원들이 모여 당시 상황파악을 위한 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100도에 가까운 온도이고 직접 닿으면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매일 적외선 카메라로 열 감지를 하는 등 통상적으로 수송관이 파열되는 징후가 나타나는데 이번 사건은 어떤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구연한이 통상적으로 50년인데 1991년 매설된 사고 열 수송관이 지반침하로 주저앉는 상황도 있고 노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를 하고 노후된 곳은 교체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황 사장이 이 시장에게 "앞으로 이런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웃음이 나왔다.

보고 현장을 찾은 시민 윤모씨는 "사람이 죽어 나가고 수십 명이 다친 상황에서 원인파악도 못한 채 웃으면서 보고를 하는 태도에 화가 나 공개적으로 발언을 한 것"이라며 "밖에서는 시민이 불안에 떨고 있고 결혼을 앞둔 딸을 두고 사망한 사람까지 있는데 책임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지역난방공사 사장의 행동을 납득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고위 공직자도 "황 사장의 발언 과정에서 나온 웃음소리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이 과정에서 시민이 지적한 내용에 많은 부분 공감하고 있다"며 "여러가지 오해나 입장도 있을 수 있지만 인명피해가 난 상황에서 황 사장의 태도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황 사장은 "웃음의 별다른 의미는 없었고 단지 너무나 갑작스러운 사고가 터졌고 시장과 시민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발언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사고로 손모(68)씨가 카니발 차량 뒷좌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손씨는 내년 4월 결혼을 앞둔 딸과 예비사위와 함께 식사를 한 뒤 10여분 만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황 사장은 지난 10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임채정 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또 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으며,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더불어민주당 서울 노원병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1959년생인 황 사장은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다니면서 운동권 활동을 했고 1981년 졸업 후에는 노동운동을 했던 인물이다. 1998년 정치권에 보좌관으로 입문한 후 2002년부터 2003년까지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일했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이해찬 국무총리실 정무2비서관, 2006년부터 2007년까지는 한명숙 국무총리실 정무수석을 지냈다. 

황 사장의 가장 최근 활동을 이명박 대통령 구속을 주장하는 거리 시위에 참석한 것과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이해찬 당시 후보의 대변인을 맡은 것이다. 8월에 이해찬 당대표가 선출됐고 9월 19일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황 사장을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황 사장의 3년 임기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제청과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 시작됐다.

작년 12월 14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인터넷 언론인 '서울의소리'(대표 백은종)에 업로드된 영상에 따르면 황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집 앞에서 'MB구속'을 외쳤다. 백 대표는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지난 2004년 집권 1년 만에 탄핵 위기에 놓인 노무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그해 3월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뒤 '탄핵 반대'를 외쳤던 인물이다.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한 뒤 백 대표는 시민상주 자격을 얻기도 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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