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산하 KMC 김 센터장 등 美협상팀 3일 통일각서 北김성혜 등 접촉해 2시간 대화
'2차 미북정상회담 하려면 고위급회담 필요' 등 전달했으나 논의진전 없어

이달 퇴임 예정인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KMC)의 앤드류 김(한국명 김성현) 센터장이 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북측과 비공개 접촉을 갖고 4일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제는 지난달 취소된 미·북 고위급 회담 일정 등으로 알려졌으며, 판문점 접촉 자체는 북한이 '급히' 요청해 성사됐지만 논의에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고 한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그간 비핵화 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앤드류 김 KMC센터장 등 미국 협상팀은 김성혜 통일전선책략실장을 비롯한 북측 인사들 3~4명과 3일 저녁 접촉해 약 2시간 동안 대화했다. 북측 인사들 중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일각에선 거론된다. 이번 접촉에 대해 미국 측은 우리 정부에 '사후 통보'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4일(한국시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설명회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같은 자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북미 간 후속협상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이번 판문점 접촉은 북한 요청에 따라 급하게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미국 측은 북한이 김영철 조선로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내보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실무자인 김성혜가 나왔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북측이 비핵화 협상의 진전보다는 미국과의 대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 정도만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이날 접촉에선 미·북 간에 뚜렷한 합의점이 도출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1~4차 방북을 모두 수행했던 김 센터장이 '내년 초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선 서둘러 고위급 회담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했으나 일정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이같은 북한의 외교 행태를 두고 외교가 안팎에선 "북한이 특유의 '시간 끌기'로 미국을 길들이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월7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미북 비핵화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간 고위급 회담이 계속 미뤄질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 시각) 언급한 '1~2월 중 미북 정상회담 개최'는 난망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일각에선 3일 판문점 접촉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시기 언급을 계기로 열렸을 가능성과 함께,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와 '비핵화 상응 조치'에 관한 입장을 탐색한 자리였다면 북한이 다시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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