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범, 1인 2역하며 권양숙과 혼외자 양육자 흉내...직접 시장실까지 찾아가 청탁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모(49)씨에게 거액을 송금하고 두 자녀의 취업까지 알선했다는 혐의를 받는 윤장현(69) 전 광주시장이 김씨로부터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 남매 취업을 부탁한다’는 요청을 받고 취업 청탁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

4일 광주지검과 전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사기범 김씨는 지난해 12월 윤장현 시장을 포함한 지역 유력인사 여러 명에게 ‘권양숙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딸이 비즈니스 문제로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5억원을 빌려주시면 곧 갚겠습니다”라는 내용 등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었던 윤 시장은 곧바로 문자메시지를 보낸 당사자에게 전화를 걸었고, 김씨는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쓰며 자신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 여사인 척 윤 시장을 속였다.

윤 전 시장은 이후 4차례에 걸쳐 4억5천만원을 김씨에게 보냈다. 돈은 은행 대출 3억 5000만원과 지인에게 빌린 1억원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전화기 여러대를 동원해 ‘1인 2역’을 하며, 윤 시장을 속였다.

권 여사를 사칭한 김씨는 윤 전 시장이 자신의 말을 믿기 시작하자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였다.

김씨는 권양숙 여사 사칭에 이용한 휴대전화로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식 남매가 광주에 살고 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도와달라’며 윤 전 시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씨는 이후 대담하게 광주시장실까지 직접 찾아와 자신의 자녀를 ‘노 전 대통령의 혼외자’로 소개하며 취업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씨의 자녀는 올 3월 무렵 아들 조씨는 광주시의 산하기관인 김대중컨벤션센터에 임시직으로, 딸은 광주의 한 사립중학교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시장은 당시 산하기관 측에 조씨에 대해 "도와줘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으며 해당 중학교 관계자에게도 전화로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은 지난달 네팔로 의료봉사를 떠난 뒤 귀국하지 않고 해외에 체류 중인 윤 전 시장에게 각각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등 혐의로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검찰은 6·13 지방선거 사범 공소시효가 오는 13일까지인 만큼 그 전에 기소한다는 방침이나 윤 전 시장이 귀국하지 않을 시 기소중지 상태에서 수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윤 전 시장은 5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인간 노무현을 지킨다는 생각에 판단을 제대로 못해 바보가 됐다"고 밝혔다. 

현재 네팔에 머무는 윤 전 시장은 ‘뉴스1’과 인터뷰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은 소명하고 공인으로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본인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피의자' 신분이 된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부적절해 기자들의 연락에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천을 염두에 두고 거액을 송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연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공천을 염두에 두고 돈을 빌려줬다면 '흔적'이 남는 은행에서 융자를 받았겠느냐"며 "공당의 공천 과정을 아는 사람은 이런 연결이 말도 안 된다고 사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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