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뉴욕市의 70~80년대 초 슬럼화 교훈 잊었나...임대료 규제로 집주인들 건물 포기
임대료 상한제의 저소득층 타격은 경제학 교과서의 기본...공급 줄면서 수요자 피해
국토부 "임대사업자들, 임대료 올리며 물의 일으켰다"
국토부가 '주거비 물가지수' 계산해 매년 공표할 예정...이보다 높게 임대료 책정 불가
내년 2월부터 지자체에 임대차 계약 내용 사전신고해야...지자체, 거부할 수 있어

 

내년부터 100가구가 넘는 민간임대 아파트의 임대료 증액 한도가 기존의 연간 5%에서 2∼3%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5일 민간임대 주택의 임대료 상한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는 내용의 '민간임대 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민간임대는 연 5% 이내의 범위에서 주변 시세 등을 고려해 임대료를 인상하게 돼 있지만, 임대 사업자가 실제 상한인 5%까지 올리는데 대해 국토부는 비판을 해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 민간 임대 사업자가 한도인 5%까지 임대료를 올려서 물의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일정 규모 이상 민간 임대주택은 구체적인 기준에 따라 임대료 인상률을 정하도록 민간임대특별법이 개정됐으며, 이번에 그 세부 기준이 제시된 것이다.

시행령은 100가구 이상인 민간임대 주택은 해당 시·도의 '주거비 물가지수' 변동률 내에서 임대료를 올리도록 했다.

현재 주거비 물가지수라는 명칭으로 발표되는 통계는 없다. 이에 국토부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 중 주택 임차료, 주거시설유지보수비, 기타 주거 관련 서비스 지수의 가중평균값을 주거비 물가지수로 정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매년 이 주거비 물가지수를 공표할 예정이다.

임대 사업자는 해당 임대주택이 있는 시·도의 주거비 물가지수 변동률보다 높게 임대료를 올릴 수 없다.

단, 시도내 편차를 해소하기 위해 시장·군수·구청장이 조례로 해당 지역에 적합한 증액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가 산정한 전국의 주거비 물가지수는 2015년 2.9%, 2016년 2.1%, 작년 2.0%로 2∼3% 선이다.

법 개정으로 100가구 이상 주택단지의 임대사업자는 내년 2월 중순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임대차 계약 내용을 사전신고해야 하고 지자체는 신고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

 

뉴욕시, 임대료 상한제로 70년대~80년대 초 슬럼화

70년대 도시의 슬럼화를 부른 뉴욕시의 임대료 상한제는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 실패 케이스로 꼽힌다.

당초 뉴욕의 임대료 규제는 1943년 연방정부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퇴역 군인들에게 값싼 주택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 전역의 아파트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동결한 것에 기원하고 있다.

뉴욕시는 규제 정책을 이어가며 1947년까지 건축된 모든 주택 및 아파트에 1971년 7월 1일 이전부터 거주해 온 사람들에 대해선, 2년마다 7.5%까지만 임대료를 올릴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1948년~1974년 사이 건축된 6 가구 이상의 다가구 주택에 대해선 일정 임대료 (월 2,700달러) 이하인 경우, 임대료 인상을 시에서 정한 비율(예, 1년 0%, 2년2%)로 통제 했다.

그러나 당초 선의에도 불구하고 임대료가 유지 보수 비용과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건물주의 수입이 감소했다. 그러면서 임대료가 싼 후미진 지역부터 집주인이 건물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960~1972년 사이엔 30만 채의 주택 및 아파트가 방치 상태에 놓였다. 특히 1980년대 초에는 맨해튼의 상당 지역이 슬럼화되고, 브롱스나 브루쿨린은 ‘유령 도시’수준으로 바뀌었다.

뉴욕시 당국으로서도 빈 건물이 증가하자 재산세 징수가 감소하며 재정적 어려움이 커졌다.

또한 부유한 세입자들이 시세보다 적은 임대료를 내고 호화 아파트에 사는 진 풍경이 벌어졌다.

1981년 배우 미아 페로는 센트럴파크가 내려다 보이는 방 10개의 아파트에 살면서 매달 2,000 달러만 지불했다. 당시 개발업자들이 보기에 미아 페로가 시세대로 임대료를 냈다면 1만 달러를 부담했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카터 정권 시절 유엔 대사였던 변호사 윌리엄 밴던 휴벨은 5번가 근처의 호화 빌딩 내에 방 6개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임대로로 불과 월 650 달러만 냈다. 당시 뉴욕 시장인 에드 콕은 그리니치 빌리지에 경관이 좋은 테라스를 갖춘 방 3개짜리 아파트에 주소지를 두면서 집세로 시세의 1/5에 불과한 350 달러만 냈다.

 

임대료 상한제의 저소득층 타격은 경제학 교과서의 기본

임대료 규제 정책은 경제학개론 수업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내용 중 하나다. 선의로 도입한 정책이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교훈을 가르쳐 준다. 수요·공급 이론에 따르면 정부 개입으로 임대료를 규제하면 주택 공급이 줄어 저소득층부터 도시에서 밀려난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면 주변 지역 임대료도 오른다. 결과적으로 일부 혜택을 받은 계층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게 요지다.

스웨덴 경제학자 아사르 린드벡은 임대료 규제를 "폭탄 던지는 걸 제외하고 도시를 파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임대료 통제 정책의 폐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동의한다. 1992년 전미 경제학회(AEA) 회원을 대상으로 임대료 상한제의 찬반을 물었더니 무려 93%가 임대료 상한제는 주택의 질과 공급량을 떨어뜨린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특히 같은 반대 의견을 낸 경제학자들 중에는 평소 서로 상반된 시각으로 충돌했던 밀턴 프리드먼과 폴 그루그먼이 포함되어 있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2000년 뉴욕타임즈 칼럼에서 임대료 규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논쟁이 없는 이슈라며, 가격에 상한이 있으면 사람들이 지하실을 수리해서 렌트로 내놓을 유인이 낮아지고 결국 공급이 줄어들면서 주택 가격을 더 압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집주인들은 수입이 적어지는 대신, 수요자가 늘어나기에 집 수리를 등한시하게 되고 세입자를 고르는데 더욱 깐깐해지게 된다고 그 부작용을 서술했다.

크루구먼 교수는 이 이슈에 대해 학자 간에 큰 논란이 없다 보니 규제의 역효과를 거의 모든 학부생 교재에서 수요와 공급의 역효과 사례로 기술하고 있다는 말도 강조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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