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외교 관리들은 2차 미북(美北)정상회담은 양국 간 실무협상을 통해 서로의 요구와 주고받을 조치를 명확히 한 뒤에 개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미 행정부로부터 분리시켜 보다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 한다”며 “북한으로부터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를 받는 등 북한 비핵화에 있어 실질적이고 중요한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는 3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또 다시 미북 정상의 ‘사진 촬영 시간’이 됐는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미국은 (비핵화) 목표의 진전을 위해 무엇을 줄 용의가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실무진들이 다룰 일이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나 처리할 일이 아니다”며 미북 정상회담은 양국 간 실질적 진전을 이룬 후에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어 “정상회담은 또 하나의 ‘정치적 행동’”이라며 “정상회담에서도 진전이 없다면 모두가 실망하고 분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VOA에 “두 정상이 만나 무엇을 논의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과 가시적 진전이 없음에도 그저 언론 등에 진전이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힐 전 차관보는 “정상회담의 성공은 사전 작업량에 비례한다”며 “현재 그런 절차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많아”고 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측 차석대표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에 만남이 한 차례도 성사되지 못한 것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비건 특별대표와 최 부상은 직접 만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동의한 사항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구체적인 사안들에 개해 협의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면 실무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그리고 경제개발 지원 등에 대한 로드맵을 통해 실질적 협상 움직임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VOA에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미 행정부로부터 분리시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다른 관리보다 더 많은 양보를 제공할 인물로 본다”며 “미국은 북한 비핵화에 있어 실질적이고 중요한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으로부터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를 받는 것이 그 중 하나의 조치가 될 것”이라며 “어떤 종류의 비핵화 진전에도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북 간 협상 테이블에 몇 명이 앉고 어떤 직급이 참여하는 지와 관계없이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11개 대북 결의안을 준수하기 시작하는 것이 진전을 위한 실질적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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