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 조사…韓, 해외 주요국보다 장기파업 많아
근로 손실 일수, 국가마다 기준 다르지만 국내 노사관계 '나쁜 편'
"한국 노조, 노조원에게 유리하지만 국민경제에 비효율적"

회사 간부 폭행 사건으로 비난을 받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유성기업 노조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농성 철회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회사 간부 폭행 사건으로 비난을 받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유성기업 노조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농성 철회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국내 노동조합이 주요 9개국 가운데 파업을 가장 많이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근로자의 노조 가입 비율은 10%로 낮은 편이지만, 해외 주요국들보다 파업을 벌이는 일수는 더 많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펴낸 '2018년 해외 노동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국내에서 파업으로 발생한 총 근로 손실 일수는 203만 4,000일로 9개국 중 1위로 집계됐다. 2위인 미국은 154만 3,000일, 일본은 3,000일로 나타났다. 근로 손실 일수는 파업 참가자 수에 파업 기간을 곱한 값인데, 파업 규모와 기간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하루 평균 5,600명가량이 파업을 벌인 셈이다. 

2018 KLI 해외 노동 통계 캡처
2018 KLI 해외 노동 통계 캡처

다만 국가마다 '노동쟁의'를 집계하는 기준은 일정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8시간 이상 작업을 멈추면 노동쟁의가 발생한 것으로 보지만, 핀란드처럼 1시간만 멈춰도 노동쟁의가 발생했다고 보는 경우도 있고, 호주처럼 근로 손실 일수가 10일을 넘겨야만 노동쟁의로 보는 경우도 있다. 

국내 노조의 파업 건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근로 손실 일수가 많은 이유는 장기간 파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2016년 한국의 파업 건수는 120건으로 스페인(641건), 호주(259건)보다 적었다. 2015년 근로 손실 일수는 44만 7,000일이었지만 2016년에는 5배 가까이 늘어난 것 역시 현대·기아차 노조와 철도노조 등이 장기간 파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다만 파업에 참가한 근로자 숫자는 컸다. 대한민국은 한 해 동안 22만 6,000명이 파업에 참여했지만, 일본은 2,000명·호주는 10만 6,000명·영국은 15만 4,000명 등이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쟁의의 기준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노사관계 악화는 다른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경영자 설문 등을 바탕으로 작성한 국가 경쟁력 순위 자료에서도, 우리나라 노사관계 협력 수준은 140개국 중 124위로 평가됐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펜앤드마이크 기고 칼럼에서 "파업으로 인한 임금 지급이 확실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파업을 안 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라며 "한국의 노동조합은 노조원에겐 유리하지만 국민경제에 비효율 및 저성장을 야기하며 정규-비정규 근로자 간 임금격차를 확대하는 등 폐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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