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이라고 공정위가 규정했던 출점거리제한은 50∼100m로 다시 제한
가맹희망자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 의무화, 폐업 시 위약금 감경·면제해야
'규약심의위원회' 설치해 '자율규약' 잘 지키는지 감시하기로
일각에선 "자율규약이란 단어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反시장적 조치" 비판
업계선 "공정위가 공정이 아닌 점주들 편을 들어준 것에 불과" 불만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점 거리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편의점 자율규약 제정안을 통과·승인했다.

경쟁사 간 출점 거리 제한은 지역에 따라 50∼100m로 결정됐다. 또한 앞으로 가맹희망자에게 점포예정지에 대한 상권분석과 인근점포 현황, 상권의 특성 등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의무화 했다. 가맹점주의 경영악화로 희망폐업 시 위약금도 감경·면제해야 한다.

공정위는 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율규약 제정안을 가맹사업법 제 15조에 따라 지난달 30일 소회의를 통해 승인했다고 밝혔다.

출점·운영·폐업에 걸친 전 과정을 아우르는 자율 규약은 전국 편의점의 96%에 적용된다. 자율규약은 CU(씨유),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한국편의점산업협회 5개 회원사와 비회원사인 이마트24도 동참해 국내 편의점 96%(3만8천개)에 효력이 발생한다.

공정위는 '자율규약'이라는 점의 취약 부분인 강제성·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규약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규약위반행위 결정시 결정문을 위반회사에 통보, 위반회사는 15일내에 시정계획서를 규약심의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출점단계에서 공정위가 '담합'이라고 규정한 바 있는 출점 거리 제한은 '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 제한' 기준을 따르기로 했다. 담배판매소 간 거리 제한은 담배사업법과 조례 등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로 50∼100m다.

또한 각 참여사는 신중한 출점을 위해 가맹희망자에게 점포예정지에 대한 상권분석과 함께 경쟁브랜드의 점포를 포함한 인근점포 현황, 상권의 특성 등에 관하여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운영단계에 있어서는 각 참여사가 가맹점사업자와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협약에 따라 상생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다만 협약의 구체적인 사안은 개별적으로 마련하기로 한다고 규정해 모호함을 남겼다.

영업 시간에 대해선 3개월간 적자시 심야시간대(오전 0시∼6시) 영업을 가맹점주가 중단할 수 있다. 또 질병치료 등 불가피한 사유로 요청했을 시에도 영업을 중단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할 시 본사가 영업을 강요했다고 판단, 가맹사업법 제33조 및 제35조에 따라 시정명령·과징금 처분을 내린다.

폐점단계에 있어서도 가맹점의 경영이 악화되면 영업위약금을 감경 또는 면제하기로 했다. 분쟁이 발생하면 각 참여사의 자율분쟁조정협의회에서 분쟁이 해결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이같은 자율규약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규약에 포함되지 않은 방안도 업계가 적극적으로 시행하도록 제도를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서면실태조사를 통해 각 참여사의 정보공개서에 기재된 출점기준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실제와 기재사항이 다를 경우 정보공개서 등록취소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또한 규약에 포함되지 않은 최저 수익보장 확대 등은 '상생협약'의 평가기준으로 마련하고 점수를 매겨 이행되도록 유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전국 편의점 가맹점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명서는 "비록 자율규약의 편의점간 거리 설정이 개별 점포의 영업권을 충분히 보장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점주들의 영업 환경 개선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음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선 이같은 조치에 대해 업계서 피해자·약자라는 가면을 쓰고 생떼를 부리면 영업할 권리를 독점적으로 부여받는 식의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편의점을 하고 싶은 사람이랑 편의점을 내주는 사람끼리 계약하는 것을 두고 공정위가 나서 간섭하는 것은 '자율규약'이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이번 조치로 편의점 업계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자평한다면 큰 착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마치 폐점 위약금이 과도하다고 몰고가는 것과 그동안 몇 달 동안 고민해서 나온 것이 고작 출점 거리 제한이라는 데에도 불만섞인 반응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폐점 위약금의 실질적인 부과율은 6∼7%밖에 안 된다"며 "지금도 최소한으로 부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50m던 100m던 간에 출점 거리 제한을 하면 유동 인구가 많고 장사 잘되는 곳만 보호하자는 것"이라며 "공정위가 무엇을 공정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그냥 점주들 편을 들어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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