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노컷뉴스 "靑이 조문연출" 허위보도...소송 끝에 2년만에 정정보도
'조문연출' 보도 당시 “국민 속였다” 분노 확산돼...정부 불신 고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에 약 22,000건 공유되고, 포털서는 비판 댓글 일파만파
靑 "졸지에 동원된 배우가 된 할머니에 상처…사실 입각한 보도해달라"
靑비서실, 정정보도 거부되자 소송…CBS “증언 신뢰할만해 기사 작성”
언론노조 CBS지부 "靑이 나서서 CBS가 정부와 한통속 아니었다고 증명해줘 감읍할뿐"
2년 넘어 대법원 판결...노컷뉴스 “조문현장 연출 사실 없다” 정정보도문 게재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되어 침몰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전체 승객 476명 중 29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세월호에는 수학여행을 떠나던 경기도 안산시의 단원고등학교 학생들도 300여 명이 넘게 탑승하고 있어 슬픔을 더하기도 했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조문에 나선 시민들
서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조문에 나선 시민들

세월호 침몰사고 안타까운 대형 해난사고인 것이 분명했으나 당시 적지 않은 언론은 사고의 원인을 종합적이고 심층적으로 취재해 보도하기보다는 사고 직후부터 박근혜 정부와 해경에 대한 비난과 공격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청해진해운이나, 복합적인 문제점은 도외시하고 오직 정부만 책임이 있다는 식의 보도도 종종 눈에 띄었다. 누구나 사고 희생자들이 살아돌아오길 바라는 상황이었지만 사실과 정황, 거짓, 왜곡 등이 섞여서 음해성 보도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음해성 보도들은 무분별한 분노만 부추겨 ‘책임 규명’이나 '사실 규명'을 넘어 ‘표적 비난’에 가까운 모습도 나타났다. CBS(기독교방송)에서 운영하는 'CBS노컷뉴스'에서 사고 2주일 뒤인 2014년 4월 30일 보도한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할머니 섭외” 靑 조문 연출 사실로> 등 3건의 기사도 사실검증에 앞서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며 분노만 부추겼던 '허위보도'로 드러난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이다.

● ‘세월호 합동분향소서 청와대의 조문 연출’ 논란...“국민 속였다” 비난 확산돼

CBS 노컷뉴스는 2014년 4월 30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합동분향소 조문 당시 청와대의 연출 의혹’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안타까운 사건으로 많은 국민들이 비탄에 빠졌을 당시 ‘세월호 조문 연출’ 보도는 여론을 더욱 들끓게 했다.

이같은 보도는 국민들로 하여금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진정성있게 사건에 대응하기보다는 무책임한 자세로 국민을 속여 ‘여론 진화’에만 신경쓰고 있다고 분노케 했으며, ‘국민을 우습게 본다’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극대화했다.
 

노컷뉴스는 지난 2014년 4월 30일 <[세월호 참사] “‘조문 연출’ 논란 할머니, 청와대가 섭외”>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 29일, 정부 합동분향소가 공식적으로 문을 열기 전인 오전 9시경 분향소를 찾았다. 분향소로 들어온 박 대통령은 홀로 헌화하고 희생자를 애도한 뒤 다시 출입문 쪽으로 걸어나갔는데, 이때 한 할머니가 박 대통령에게 다가와 팔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할머니가 분향소에서 박 대통령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다니는 듯한 모습이나 조문객으로 줄을 서 있던 영상까지 나돌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연출된 만남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이 할머니의 빨간색 매니큐어가 유족 또는 조문객으로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과거 박 대통령의 대선 유세 사진 등에서 이 할머니와 모습이 비슷한 사람이 나온다는 점을 들어 '박사모' 회원이라는 소문 등이 급속히 확산됐으며, 할머니가 '박사모' 회원이라는 언급은 없었지만 노컷뉴스를 중심으로는 청와대가 할머니를 섭외하고 연출한게 맞다는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노컷뉴스는 당시 <[세월호 참사] “‘조문 연출’ 논란 할머니, 청와대가 섭외”(특별취재팀)>,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할머니 섭외” 靑 조문 연출 사실로(강종민 기자)>, <[세월호 참사]“靑, 조문연출 할머니 섭외”...비난 ‘쇄도’(배덕훈 기자)> 등 3건의 기사를 통해 이같은 '조문 연출'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노컷뉴스 '특별취재팀'은 2014년 4월 30일 “이른바 ‘조문 연출’ 의혹에 등장하는 여성 노인이 실제로 청와대 측이 섭외한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정부 핵심관계자의 발언을 근거로 의혹을 사실로 못박았다. 특별취재팀은 “정부 핵심관계자는 ‘미리 계획했던 건 아니지만, 청와대 측이 당일 합동분향소에서 눈에 띈 해당 노인에게 부탁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국민들로서는 ‘정부 핵심관계자’의 발언까지 나온 상황에서 해당 의혹을 사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정부 관계자의 '부탁은 했지만 섭외는 안했다'는 식의 발언은 황당한 해명처럼 들려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어 “조문 연출 의혹의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이 위로한 할머니가 유가족이 아니라 정부 측이 동원한 인물’이라는 것”이라며 ‘동원’해서 조작했다는 뉘앙스를 부각했다. 기사에 게재된 사진의 세부설명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위로한 할머니가 유가족이 아닌 정부 측이 동원한 인물로 밝혀졌다”고 부연했다.

또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유족 유경근씨의 “(조문 연출 논란 당시) 제가 궁금해서 어느 분이신가 수소문을 해 봤는데 희한하게도 아는 분이 없었다”는 발언을 인용해 연출·조작설에 힘을 더했다.

이어 “지난 29일 박 대통령이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시점은 일반인 조문이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오전 9시쯤이어서 일반 조문객들은 없는 상황이었다”며 ‘분향소에는 조문객, 유가족, 일반인들이 섞여 있었다’는 민경욱 대변인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도 덧붙였다.

노컷뉴스에 게재된 해당 기사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 22,000건 가까이 공유됐으며, 포털 다음에서 댓글 12,370개, 네이버에서는 댓글 2,931개가 달리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댓글 등 반응 대부분에는 조롱섞인 반응이 부각됐다.

-아래는 다음/네이버 상위권 댓글 중 일부(12월 3일 기준)

[다음]
의전의 여왕이신지라조문도 의전처럼 잘 꾸며서 하시네요 아 국격 올라가는 소리들리는 듯 - 공감 5456 / 비공감 33
휴...이걸 보는 미개한 궁민은 분노합니다... - 공감 5404 / 비공감 29
제발 변명좀 하지맠ㅋㅋㅋㅋㅋ 웃으면 안되는데 안 웃을 수가 없잖아; 죄송합니다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 - 공감 4798 / 비공감 26
노컷뉴스 진짜 뭐냐....진짜 일 잘하네... - 공감 4324 / 비공감 19
조금있으면 세월호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하겠군 - 공감 3143 / 비공감 18
처음부터 끝까지 조작질이네 반칙의 여왕 – 공감 2902 / 비공감 17
시작은 조작이나 끝은 아작나리다 – 공감 2526 / 비공감 15개

[네이버]
그 와중에 섭외하셨어요? 정말 질리네요. 자칭 보수주의자는 보수 없이는 행동하지 않는 법이라죠? - 공감6838 / 비공감490
이 기사 사실이면 유가족 두번 죽이는 행위다. 답 안나온다.. - 공감6467 / 비공감344
이게 사실이면 개~~판이다....이 나라!! - 공감5365 / 비공감264
청와대 : " 이것도 개인의 일탈일 뿐이다" - 공감5311 / 비공감290
아이구 할머니...빠알간 매니큐어칠하셧네?!? - 공감4826 / 비공감252
구라치다가 또 들통났네. 진짜 이 정권 저질중의 저질이다. - 공감1497 / 비공감60
지지율 올리기위한 제스처ᆢ 이정권은 어째 시작부터 끝까지 위조ᆞ날조ᆞ연기ᆢ ㄷㄷㄷ - 공감1007 / 비공감18

CBS스마트뉴스팀 강종민 기자는 <“현장에서 할머니 섭외” 靑 조문 연출 사실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 대통령이 위로했던 할머니는 청와대측이 섭외한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네티즌들이 제기했던 ‘조문 연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 靑 "졸지에 동원된 배우가 된 할머니에 상처…사실 입각한 보도해달라"

'연출 의혹'이 확산되자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연출을 해서 득 될 것이 아무것도 없고 연출을 했다면 밝혀지지 않을 것도 아니다”라며 “분향소에는 조문객, 유가족, 일반인이 다 섞여 있어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가운데 한 분이 박 대통령께 다가와 인사한 것이다. 연출은 절대 아니다”라고 연출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서면브리핑을 통해서도 "대통령이 사고 직후 현장을 방문했을 때 병원에 누워있는 아픈 아이를 쇼하기 위해 데려왔다는 왜곡된 보도로 아이 가족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대통령이 합동분향소에 조문을 갔다가 우연히 만난 할머니와 인사한 것을 두고 쇼를 하기 위해 연출했다는 말이 안 되는 보도가 나왔다"며 거듭 부인했다. 이어 "조문하러 왔다가 졸지에 동원된 배우가 된 할머니 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고 항변했다.

또한 "이런 보도는 우리 사회에 불신을 키우고 혼란을 가중하고 모든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이라며 "특히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 시대에는 이런 잘못된 보도가 국민들 사이에 급속히 불신을 야기시키고 국민과 정부 사이를 갈라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디 슬픔에 잠긴 국민이 안정을 되찾고 합심해서 이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언론에서 사실에 입각한 올바른 보도를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족으로 보이는 한 조문객을 위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당시 아무런 연출이 없었다면 모르는 조문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쉽게 접근할 수 없었을 것이란 지적에, 권혁문 안전행정부 의정담당관은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오면 경호를 엄격하게 하지만 이날은 유족들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 배려하는 차원에서 통제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경호실 측도 “대통령과 1대1로 만나는 사람에 대해서도 신원을 확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 어제 같은 행사에 유가족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현장 상황에 맞게끔 경호 조치를 실시했으며, 그 분에 대해서도 근접요원들이 예의주시하면서 (행동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연출 의혹'에 등장한 할머니는 경기 안산 단원구 초지동에 사는 오모(73·여)씨로 밝혀졌다. 오씨 할머니는 "대통령인줄 모르고 조문줄을 따라가다 만났다"면서 "박 대통령 얼굴이 안돼 보이길래 '염려가 많으시죠'라고 물었더니 '유족이시냐'고 해서 '아니다. 평범한 동네주민이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후 별 얘기한 것도 없이 제 갈길로 갔는데 사진이 찍혀 이상한 오해를 받았다"고 전했다.

당일 오전 9시 원불교 교인들과 분향소에서 만나기로 한 오씨 할머니는 20여분 일찍 도착해 오전 10시부터 조문이 시작된다는 얘기를 듣고 밖에서 기다리다가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가 조문했다고 한다. 동네 주민으로서 평소 자주 가는 곳에 분향소가 생겨 아침 일찍 찾아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박 대통령과 조문 당시 만난 할머니와 닮았다는 이유로 연출 당사자로 지목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여성인 경북 경주에 거주하는 손모(54)씨는 논란이 지속되자 2014년 5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결백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소연하는 박사모 손모씨 (사진=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조문 당시 만난 할머니와 닮았다는 이유로 당시 만남이 처음부터 연출된 것이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손 모씨는 2014년 5월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면서 결백을 호소했다.

앞서 일부 네티즌들은 인터넷에 오 씨와 손 씨의 사진을 함께 게재하며 '동일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면서 박 대통령과 오 씨의 만남이 연출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와 관련해 손 씨는 "우리 가족이나 박사모 회원들에게 너무 가슴 아픈 참사가 있어 가보지도 못한 제 마음이 너무나 슬픈데도 왜 죄도 짓지 않은 나를 몰아가는지 너무 가슴 아프고 비통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는 쓰러져서 말도 못했다"면서 "그렇게 (의혹을) 만든 사람은 내가 이렇게 받는 상처가 얼마나 아픈지 (모른다). 너무 억울해 말이 안 나온다"며 하소연했다. 당시 정광용 박사모 중앙회장은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어떻게 이용당하고 있는지, 자신의 사진에 어떤 글이 적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경주시 산불감시원의 감시원으로 역할에 충실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손 씨가 물도 제대로 못 마시고 온몸이 떨리고, 언어 감각도 떨어졌다"면서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분들이 참으로 순수한 저희 여성 회원을 사전 연출설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말했다.

● 靑비서실, 정정보도 거부되자 소송…언론노조 CBS지부 "靑이 나서서 CBS가 정부와 한통속 아니었다고 증명해줘 감읍할뿐"

여러 곳에서 해명 입장을 밝혔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CBS 노컷뉴스의 보도가 나간 다음 날인 2014년 5월 1일 청와대는 김기춘 비서실장 명의로 CBS에 정정 보도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당시 CBS는 정정 보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반론 보장 차원에서 반론을 실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정보도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청와대 비서실은 5월 12일 서울남부지법에 CBS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13일 언론중재위원회에도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당시 김준옥 CBS 보도국장(현 미래전략실장)은 5월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4월 29일 조문 연출 논란이 일었고, 그 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유경근씨(유가족 대변인)가 의혹을 제기했다. 그래서 확인 취재에 들어갔고 기사를 썼다”며 “청와대가 정정 보도를 요청했으나 우리 입장에서는 믿을 수 있는 취재원으로부터 확인해서 보도한 것이기에 정정 보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김 보도국장은 “밖에서도 이 보도를 두고 섭외가 사실이냐 아니냐며 논란이 있는데, 지금 밝힐 순 없지만 믿을 만한 취재원이 확인해준 사실을 그대로 보도한 것이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며 “반론권을 보장해줄 수 있지만 정정보도를 할 수는 없다. 공식 소장이 오면 법원과 언론중재위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지부장 김상철, 이하 CBS노조)는 15일 성명을 내어 “CBS에 대한 청와대의 소송을 적극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CBS노조는 “정부에 대한 울분으로 가득한 분향소를 태연히 방문한 대통령, 그런 대통령에게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다가가는 정체불명의 할머니, 그 할머니를 따뜻이 위로하는 대통령의 모습, 이에 대한 유족들의 의문에 따라 언론은 응당 그 사실관계를 밝혀야 할 책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가 CBS를 ‘받아쓰기’ 언론이 아니라고 공식 인정해주어 그저 반갑다”며 “거의 모든 기존 언론이 대중들로부터 뭇매를 맞는 가운데, 유독 CBS는 정부와 한통속이 아니었다고 청와대가 나서서 증명해주니 감읍할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잊을 만하면 CBS를 때려줌으로써, 권력과 언론의 긴장관계가 늘 유지될 수 있도록 해주는 청와대의 세심함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며 “CBS의 모든 구성원은 늘 그래왔듯 이번 싸움에도 한치 물러섬 없이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파성향 언론노조도 16일 ‘유신과 군부독재시절의 적폐, 반드시 퇴치하겠다’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내고 “CBS가 보도한 ‘박근혜 대통령 조문 연출 논란 할머니, 청와대가 섭외’라는 기사에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준우 정무수석이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소가 웃을 일이다”라고 강변했다. 이어 “언론사의 정당한 보도에 대해 기사에 언급되지도 않은 이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니 그야말로 희대의 코미디”라고 주장했다.

● 대법원 “정정보도하라”...노컷뉴스 “연출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는다”

그러나 CBS노컷뉴스의 보도는 결국 허위로 드러났다. 소송이 제기된지 2년이 넘게 지난 2016년 8월 25일,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은 대통령비서실이 (주)CBS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CBS 노컷뉴스는 지난해 4월 정부의 세월호 합동분향소 조문 연출 논란이 일었던 할머니나 장례지도사 등을 직접 취재하지 않았으며, 정부 핵심 관계자의 확인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신빙성을 입증할 만한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보도는 수긍할 만한 새로운 자료가 없어 진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진실이 아닌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는 개별적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청와대 비서실 측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CBS는 당시 정정보도 판결에 대해 항소했으나 2심에서 기각된 바 있다. 이어 대법원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판결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CBS노컷뉴스는 2016년 8월 26일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CBS노컷뉴스는 "본 신문은 지난 4월 30일 ① "'조문 연출' 논란 할머니, 청와대가 섭외", ② "'현장에서 할머니 섭외' 靑 조문 연출 사실로", ③ "靑, 조문연출 할머니 섭외…비난 쇄도"라는 각 제목으로, 2014. 4. 29.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조문 당시 청와대 측이 당일 합동분향소에서 눈에 띈 노인에게 '대통령이 조문할 때 대통령 가까이서 뒤를 따르라'는 부탁을 함으로써 대통령의 조문 현장을 연출하였다는 취지의 기사를 세차례에 걸쳐 보도했다"며 "그러나 대통령 비서실에 확인한 결과 청와대 관계자가 대통령의 합동분향소 조문 당시 현장에 있었던 여성 노인에게 '대통령이 조문할 때 대통령 가까이서 뒤를 따르라'고 부탁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통령의 조문 현장을 연출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해당 기사를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정보도문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CBS노컷뉴스의 잘못된 첫 보도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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