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과 평화공존·공동번영 명시
2018~2022년 3대 목표, 4대 전략, 5대 원칙 제시
올해 내 종전선언,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평화 공존, 공동 번영’을 비전으로 내세운 남북관계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통일부는 3일 ‘제3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이하 3차 기본계획) 및 2018년도 시행계획’을 공개하고 남북기본협정을 체결해 남북관계를 제도화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내 종전선언을 하고 여건이 조성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도 재개한다는 계획도 재확인했다.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은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가 남북관계발전과 관련해 세우는 5개년 계획이다. 3차 기본계획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계획을 담고 있다. 통일부 장관이 유관부처의 차관 및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남북관계발전위원회의 심의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확정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초안을 작성해 지난 9월 국무회의의 심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제3차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연간 시행계획은 이와 별도로 만들어진다.

3차 기본계획은 ‘평화 공존’ ‘공동 번영’을 양대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3대 목표로 ‘북핵 문제 해결과 항구적 평화정착’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구현’을 설정했다.

또한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단계적 포괄적 접근,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병행 진전, 제도화를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 호혜적 협력을 통한 평화적 통일기반 조성을 4대 전략으로 채택했다.

7대 중점 추진과제로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평화체제 구축 ▲남북대화 정례화 및 제도화를 통한 남북관계 재정립 ▲남북 교류 활성화·다양화 ▲한반도 신경제구상 추진 ▲인도적 문제 해결 추진 ▲북한이탈주민 생활밀착형 정착 지원 ▲평화통일 공감대 확신 및 통일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선 올해 내 종전선언을 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하기 위한 3자 또는 4자회담 개최를 다시 한 번 명시했다. 다만 5개년 계획과 별도인 ‘2018년도 계획’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연내 채택을 목표로 하되 구체적인 시기, 형식 등은 유연하게 접근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을 정례화·상시화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지속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남북고위급회담도 정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우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향후 서울-평양 상주대표부로 확대, 발전한다는 계획이다.

남북관계 제도화를 위해선 기존의 남북합의의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남북기본협정’을 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아직 북측에 제안한 상태는 아니다”고 밝혔다.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해선 여성, 청소년, 교육, 방송 등 민간 교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3통(통행, 통신, 통관) 관련 제도 확충 등 교류를 위한 제도도 정비한다. 반출입 절차나 경협 보험제도 등도 개선한다.

한반도 신경제구상 추진을 위해선 북핵문제 진전과 남북 수요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경협사업을 발굴한다고 명시했다. 철도·도로 사업으로 북측 구간 현대화를 통해 환서해, 환동해 경제벨트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한편 통일부는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 제출이 늦어진 데 대해 미북정상회담 연기와 9월 평양공동선언 내용 반영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본계획은 당초 상반기에 마무리를 짓고 국회에 보고하려 했으나 북미 정상회담이 (5월에서) 6월로 연기되면서 이 결과를 보기 위해 연기됐다”고 했다. 그는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시행계획을 만드는 게 정상절차인데 북미정상회담이 6월로 연기돼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같이 만들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했다. 이어 “기본계획은 9월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나 2018년 시행계획을 같이 만들어 발표하기로 방침을 바꾸게 돼 기본계획 발표도 늦어졌다”며 “2019년 시행계획은 가급적 조기에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3차 기본계획에 일각에선 ‘단계적 비핵화에 따른 상응조치’를 주장하는 북한측 입장과 유사한 계획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고르디우스 매듭’을 한 번에 끊어내듯 일괄타결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지난 4월 25일 중국을 방문해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를 주장하자 청와대는 비핵화와 북한 체제 보장 문제를 일괄타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단계적 비핵화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다소 달라진 기류를 보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베를린 구상을 통해 ‘단계적 포괄적 접근’을 밝힌 이후 지금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인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통일부가 작성한 ‘문재인의 한반도 정책’이라는 책자에 따르면 ‘단계적’은 관련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면서 핵 동결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추진한다는 의미다. 또 ‘포괄적’은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남북 간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북한과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 등을 함께 협의해 안보위협을 근원적으로 해소해나가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3차 기본계획에 ‘단계적 해법’이라는 표현이 공식적으로 담기면서 비핵화 단계마다 미국에 상응조치를 요구하며 최대한 시간을 끄는 북한의 전략이 어느 정도 관철됐다고 보고 있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이날 문화일보에 “김영삼 정부 때도 포괄적 협상이라는 방안이 있었고, 이명박 정부 때도 포괄적 패키지란 말이 있었다”며 “이번 정부에서 주목됐던 것은 이전과 달리 ‘톱다운, 일괄타결’이라는 부분이었는데, 단계적·포괄적으로 돌아갔다면 새로운 게 아무것도 없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3차 기본계획의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병행 진정’ 전략은 북한의 살라미식 비핵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 등과 같은 경제적 보상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확대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향후 북한 비핵화 속도에 비해 남북관계가 지나치게 앞서나간다는 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또한 3차 기본계획이 중점 추진과제로 2018년 내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개시를 명시한 것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미북이 고위급 회담조차 개최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대 종전선언은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부가 3차 기본계획을 통해 현행 남북협력, 교류사업을 급하게 법제화, 제도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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