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지방자치단체·학계 "탈원전 국민투표 반드시 필요하다" 높아지는 요구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성 "탈원전, 국가 안위에 대한 것 아니다" 국민투표 '반대'
헌법전문가 "에너지 정책, 국가 안위에 영향을 미칠 정도면 국민투표가 가능"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원자력학과 학생들이 지난 9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脫)원전 에너지전환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요구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학계 등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탈원전을 주장하던 시민단체가 국민투표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적극 표명하고 나섰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에너지법 개정 법률안도 대표 발의했다. 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전문가 중심의 공론화위원회 설치와 이 공론화위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안을 제시하고, 필요한 경우 대통령에게 국민투표에 부쳐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지어 에너지 특위 진행 도중 여당인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다음 총선에서 탈원전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의해보자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정치권의 탈원전 반대 및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 필요성 제기 움직임에 대해 탈원전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는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헌법상 국민투표는 국가 안위에 대한 것만 가능하며 에너지 정책은 요건에 맞지 않아 불가하다"고 말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지난달 30일 '자유한국당은 탈원전 국민투표 요구하기 전에 헌법이나 제대로 읽어봐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현행 헌법상 국민투표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 문제와 헌법 개정에 국한된다"며 "헌법을 무시한 일방적 국민투표 제안은 '단순한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또 에너지정의행동은 "헌법을 준수하고 법률을 만들고 지켜야할 국회의원들의 정작 현행 법제도를 무시하고 정치공세만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진짜로 국민투표가 진행되기를 원하면 헌법에 위반되는 에너지법 개정안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관련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 먼저"라고 덧붙였다. 국민투표를 붙이기 위해서는 국민투표를 붙이기 위한 조건에 에너지 정책이 명기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헌법 전문가들은 이런 에너지정의행동의 주장에 대해 다른 견해를 피력한다. 에너지 정책과 같은 경제 문제가 국가의 안위에 영향을 미칠 정도면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72조가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은 국가의 안위에 영향을 주는 경제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자체와 학계도 꾸준히 탈원전 반대 및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 원전 24기 중 절반인 12기가 위치한 경상북도의 지자체들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경북 울진군 전찬걸 군수는 지난달 30일 "정부가 신한울원전 3·4호기 사업을 중단시켰는데 이는 국민투표나 여론조사 등의 방법으로 국민 의사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주낙영 경주시장도 같은 날 "문 대통령의 체코 원전 세일즈는 이율배반적이고 탈원전 정책에 대해 국민투표를 정부에 건의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의회는 지난달 29일에 열린 제305회 제2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도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정부의 급진적인 탈원전 정책으로 지역 경제는 침체되고 민생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고 국민 소통을 최우선시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정작 탈원전 정책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한국원자력학회와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이하 에교협)도 일찌감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내고 있다. 원자력학회는 8월과 11월에 두 차례 탈원전에 대한 국민인식 여론조사를 실시했도 한국리서치와 한국갤럽에서 각각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70%에 육박하는 국민들이 탈원전 정책에 부정적인 응답을 했다. 에교협은 지난달 26일 성명을 통해 "정부는 탈원전 기조에 대해 공식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고 이를 (에너지 정책에) 반영하라"고 주장했다. 에교협은 지난 3월 원자력·화학 분야 전국 57개 대학교수 210명이 모여 세운 학술단체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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