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산업에너지 장관 '미국을 최우선으로 고려' 발언
올 초 정부 "사우디 수출 전망 밝다"...원자력업계 "탈원전 국가에 프로젝트 맡길 수 있겠나"
英은 '원전 우선협상자' 돌연 해지...UAE는 프랑스와 장기 협약

UAE 바라카 원전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기술로 원전(원자력발전소)을 건설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참여 무산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운영·유지보수 사업 일부가 프랑스전력공사(EDF)로 넘어간 가운데 사우디 원전 사업 수주 역시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로이터와 사우디 국영방송 알아라비아 등에 따르면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최근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라며 “우리는 미국 기술의 도움으로 원전을 건설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알팔리 장관은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사우디 원전 프로젝트는 1.4GW급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최소 120억달러로 추정된다. 올 3월만 해도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사우디가 우리 기술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 수출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애초 우리 정부는 한국을 포함해 2~3개국만 예비사업자로 선정될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 7월,  미국과 한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이 무더기로 선정된데 이어 이번에 미국이 최우선이라는 사우디 정부 입장까지 나오면서 한국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무색해졌다.

원자력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사우디가 발주하는 원전 수주의 첫 관문인 예비사업자에 선정됐지만 ‘과연 탈원전 국가에 원전 프로젝트를 맡길 수 있겠는가’라는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상신호가 감지되는 곳이 사우디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사업은 한전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가 지난 7월 돌연 해지됐다. 지난달엔 일본 도시바가 원전사업법인인 ‘뉴젠’ 청산을 결정했다. 뉴젠을 통해서 영국 시장에 진출하려던 우리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에 대한 운영·유지보수 계약이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 최대 원전업체인 프랑스전력공사(EDF)가 UAE측과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UAE 원전 운영업체인 나와(Nawah)는 지난 21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프랑스 EDF와 바라카 원전의 운영 및 유지를 위한 장기(10년)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이 바라카 원전을 지으면서 사실상 독점적으로 뒤따라오는 운영·유지보수 계약이 확실치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바라카 원전에 대한 운영·유지보수 계약은 내년 1월 초 예정되어 있으며 규모는 494억 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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