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北核외교 무대서도 잇달아 노출된 '문재인-코리아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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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호 정치사회부 기자(경력직)

  • 최초승인 2018.12.02 18:48:01
  • 최종수정 2018.12.0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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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공식 홈페이지에 文-트럼프 회담 아예 소개 안해...日中印과의 정상회담은 게재
韓美회담 후 靑만 "김정은 서울 답방이 모멘텀", "군사 긴장완화 공감대" 언급
VOA 공개한 백악관 성명에 없는 내용…오히려 靑 언급않던 北核 'FFVD' 재확인
文, 샌더스 대변인 트윗에 소개한 '세계 지도자들' 중 1명으로 '사진만' 공개돼
회담 반나절여 전까지 靑은 기자들과 "풀-어사이드, 인포멀 포멀 잊어달라" 입씨름
韓美회담 직전 미국-일본-인도 회담과 직후 호주와의 '풀-어사이드' 회담은 공개돼
文, ASEM과 ASEAN서 놓친 정상간 기념촬영 참석했으나 말 한마디 못 나눠
트럼프와 회담서 '또' A4용지 활용 정황, 靑 배포사진엔 '공교롭게도' 워터마크로 가려져
청와대가 배포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일(아르헨티나 현지시간) 회담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문 대통령 측에 회담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이는 용지가 관찰된다는 지적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사진=청와대) 

최근 아르헨티나 수도(首都)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북핵을 둘러싼 외교무대에서 '코리아 패싱'이 두드러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행보에서 이런 모습이 연속적으로 불거짐으로써 '문재인 패싱'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특히 한국의 핵심 동맹국인 미국과의 정상회담 의전 실상이 청와대 설명과 엇갈리고, 별도 배석자 없이 통역만을 대동한 채 겨우 30분 남짓 대화하는 형식으로 귀결되는 등 '외교 굴욕'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1일(한국시간) 청와대는 회담에 배석하지 못했던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이른바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나 '북한 김정은 서울 답방의 평화 노력 모멘텀 제공'이 한미 정상간 공감대를 얻었다는 식으로 치적에 나섰지만, 백악관은 공식 홈페이지에 한미 정상회담 사실 자체를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회담했다는 정황은 미 행정부 차원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아 보기 어렵고, 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의 트위터 게시물 한켠에서만 언급됐다. 아르헨티나 현지시간으로 11월30일 샌더스 대변인은 트위터에 "매우 바쁘고 생산적인 G20 첫날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명의 세계 지도자들을 만났다. 그들의 논의에는 무역이나 안보, 경제적 번영 등이 포함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 정상과 회담하며 찍은 기념사진 4장 중 하나로 문 대통령을 등장시켰을 뿐이다.

사진=사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트위터

앞서 샌더스 대변인은 11월2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 인터뷰를 통해 문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회담은 '풀-어사이드(pull-aside)' 방식이 될 것이라고 예고해 회담 '취소'내지 '격하' 파장이 일기도 했다.

풀-어사이드가 회담장 밖에서 이뤄지는 비공식(Informal) 대화를 뜻하고, 미국에선 바이래터럴 미팅(Bilateral Meeting)으로 지칭하는 공식 '양자 회담'을 문 대통령과는 취하지 않겠다는 백악관 입장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일부 외신에선 당초 이를 '회담 취소'로 보도했다가, '만남은 취소되지 않았다'는 샌더스 대변인의 추가 언급 이후 회담이 '격하됐다(Downgraded)'는 표현이 사용됐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회담 격하라는 표현조차 수용하지 않는 모습이었고, '형식을 추가 협의하고 있다'는 식의 언급으로 얼버무렸다. 이후에도 회담 취소-격하 의혹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한국시간으로 12월1일 오전 3시15분으로 예정된 회담을 반나절여 앞둔 시점까지 기자들과 입씨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제 풀 어사이드, 포멀 인포멀 개념은 잊으세요"라고 기자단에 '논란 차단'을 요구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 측은 샌더스 대변인의 언급 이후 회담 형식에 대해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별도 배석자 없이, 30분이라는 이례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풀-어사이드 회담을 가졌다. 회담 자체도 예정 시각보다 15분 늦게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인도 정상과의 3자 회담을 가진 뒤 양자회담장에 10분 늦게 도착하고, 의전장을 보내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문 대통령이 합류하면서 1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이뤄진 것.

회담 종료 후 공동 브리핑 절차는 없었다. 회담장을 나온 한미 정상은 양국 취재진의 질문에 응하지 않고 아르헨티나 측 진행요원들이 만들어 둔 '인간통로'를 따라 모습을 감췄다고 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사진=연합뉴스)

2시간쯤 지나 1일 오전 6시 윤영찬 수석이 브리핑에 나섰는데, 통역 필요성을 감안하면 한미 정상간 실질적 대화는 15분에 불과했을 것으로 추정됨에도 다양한 의제가 등장했다.

윤 수석은 "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프로세스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공동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굳건한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제한 뒤 "양 정상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본론'을 꺼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탁월한 지도력과 과감한 결단력이 지금까지의 진전과 성과를 이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높이 평가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이 특히 군사적 긴장 완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우호적 환경 조성에 주도적 역할을 해 온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사족'을 달았다.

뿐만 아니라 윤 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차기 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 과정을 위한 또 다른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한미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며 "양 정상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뒤이은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양국 정상이) 앞으로의 정세에 대해 교환을 충분히 하셨다"고 했으나,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지만 굉장히 짧게 한마디씩 언급하시면서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는 언급하는 상황도 있었다.

1일(아르헨티나 현지시간) 진행된 한미 정상간 회담 결과에 관한 백악관 성명은 VOA 보도 또는 VOA 한국 특파원 김영권 기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것 외에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 측 상황으로 돌아오자면, 백악관은 누구든 접할 수 있는 공식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 등에 한미 정상간 대화 내용을 브리핑하지 않았다.

일부 언론매체를 통해 백악관의 '짧은 성명'이 알려졌을 뿐이다. 미국 VOA(미국의소리) 방송은 1일(한국시간) 보도에서 백악관 성명을 소개했는데, 그 원문은 "The two leaders agreed on the importance of maintaining vigorous enforcement of existing sanctions to ensure the DPRK understands that denuclearization is the only path to economic prosperity and lasting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양국 정상은 비핵화만이 한반도의 경제적 번영과 지속적 평화를 향한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북한이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현행 제재를 강력히 이행해나가는 것의 중요성에 동의했다)"에 그쳤다.

다만 비핵화 대상을 북한(DPRK)으로 특정했다는 점에서 청와대 발표와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VOA가 "두 정상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는 점에서 '추가 내용'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추가 내용은 VOA 한국 특파원인 김영권(William Kim) 기자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백악관 성명 전문(全文)을 소개한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김영권 특파원은 "백악관 성명은 비핵화와 제재를 강조한 반면 청와대가 강조한 연내 남북정상회담이나 문 대통령의 군사적 긴장 완화 역할을 평가했다는 내용은 없다"고 공개 반박했다.

그가 첨부한 백악관 성명을 보면 "November 30, 2018 President Donald J. Trump met today with President Moon Jae-in of the Republic of Korea on the margins of the G20 to discuss the latest developments regarding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DPRK). President Trump and President Moon reaffirmed their commitment to achieve the 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of the DPRK. The two leaders agreed on the importance of maintaining vigorous enforcement of existing sanctions to ensure the DPRK understands that denuclearization is the only path to economic prosperity and lasting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President Trump discussed his intention to have a second US-DPRK summit. President Trump and President Moon restated their commitment to closely coordinate on next steps."로 적혀 있다.

VOA가 공개한 원문 일부 외에도 '청와대가 언급하지 않은' 북핵 FFVD 원칙을 한미 정상이 확인했다는 내용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의향에 대해 논의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단계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언급했다"는 내용이 있었던 것이다. 청와대가 강조하던 김정은의 서울 답방은 등장하지 않았다.

양국간 상이한 회담 결과 브리핑은 물론 문 대통령이 겪은 '외교 굴욕'도 인터넷 여론 등에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서 이튿날까지 소화할 일정을 페이스북을 통해 게재했는데, 문 대통령과의 만남은 거론되지 않았다. 샌더스 대변인이 문 대통령과 함께 풀-어사이드 회담을 예고했던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만남은 오히려 12월1일자 일정 예고에 포함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아르한테나 현지시간 11월30일 및 12월1일 대통령 일정에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이 아예 포함되지 않았으나, 한국과 함께 풀-어사이드 미팅이 예고됐던 터키 정상과의 회담은 들어 있었다.(사진=트럼프 미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미국 백악관은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록 브리핑 목록에서 미국-인도-일본 3자 정상회담, 미국-호주 정상회담 사이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을 아예 뺐다.(사진=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풀-어사이드를 잊어달라'고 호소하던 청와대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결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백악관이 11월30일(현지시간)자로 호주 모리슨 총리와의 풀-어사이드 회담을 공식 홈페이지에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정황은 '외교 굴욕' 해석에 더욱 힘을 싣는다.

더구나 미국-호주 정상회담이 미국-일본-인도 정상회담 다음 대통령 행적으로 백악관 홈페이지엔 게재돼 있어, 두 일정 사이에 있던 문 대통령과의 회담 기록이 통채로 빠졌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앞서 유럽 및 동남아 순방에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참여국 정상간 기념촬영에 '의전 실수' 등으로 합류하지 못한 사례와 달리, 1일 G20 개막식 기념 촬영에는 참석했다.

다만 그 이면엔, 문 대통령이 기념 촬영이 시작되기 한참 전 참여국 정상 중 두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빨리 와 촬영장에 서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1일 오후 JTBC의 '비하인드 뉴스' 보도 등으로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기념촬영을 위해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과정, 또 촬영을 마치고 현장을 빠져나가기까지 그들과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고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만 있는 모습이 영상에 담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바로 앞에는 친중(親中) 외교 과정에서 저자세로 대해왔던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서 있었지만 인사나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JTBC 보도화면 캡처
사진=JTBC 보도화면 캡처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2015년 11월15일 오후(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이 터키 안탈리아 레그넘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단체 기념촬영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15년 11월15일 오후(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이 터키 안탈리아 레그넘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단체 기념촬영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는 전임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1월15일(현지시간) 터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단체 기념촬영에서 미국·일본 등 주요국 정상과 악수를 나누며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과 결이 다르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9월초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념 촬영에서는 맨 앞줄에 섰으며, 시 주석을 만나서는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에 관한 입장을 교환하는 등 국가적 현안을 논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청와대가 자체 '워터마크'를 입혀 배포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사진이 '부자연스럽게 잘려있다'는 정황을 지적하면서, 문 대통령이 '이번에도' 회담에 사용한 A4용지가 워터마크에 가려지도록 위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이른바 외교 잔혹사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이어서는 아르헨티나·네덜란드·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한 뒤, 체코-아르헨티나에 이어 이번 5박8일 '지구 한바퀴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인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2일 오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도착한 뒤로는 2박3일간의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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