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언급 대신 "현재의 무역 쟁점"으로 문구 대체
지구온난화에 대한 美 입장 반영..."모든 에너지원 사용해 경제성장·안보추구"
난민 문제와 관련해선 美 입장 반영되어 원칙적인 언급만
EU는 WTO 개혁 지지 얻으며 향후 '다자주의' 방식으로 美 견제 포석

미국의 입장이 대거 반영된 공동성명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서 발표됐다. 

이번 공동성명은 그동안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던 보호무역·지구온난화·난민 문제등에 대해 각국 정상들이 어떤 합의를 도출해낼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보호무역은 단어 자체가 언급되지 않았고, 난민 문제에 대해선 최소한의 원칙적인 언급만 반영됐다. 지구온난화와 관련해서는 19개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이행 의지를 재확인한 반면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와 모든 에너지원을 활용할 것이라는 입장이 존중되어 반영됐다.

한편 유럽연합(EU) 입장에선 그동안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WTO(세계무역기구) 개혁 지지를 얻으면서 향후 미국의 협상 방식을 견제할 계기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EU는 주도적인 WTO 개혁을 통해 미국의 쌍무주의적 외교 방식을 견제하고, EU·중국·러시아 등이 지지하는 다자주의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무역갈등과 관련해선 '보호주의 무역' 대신 "현재의 무역 쟁점(the current trade issues)"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되었다. 다만 각종 무역 분쟁을 중재하는 WTO와 다자주의에 대한 개혁 필요성이 공동성명에 담겼다.

공동성명에선 "우리는 구축된 다자간 교역 체재의 기여를 인정한다"면서도 "이 체재는 현재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개선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WTO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개혁을 지지한다"면서 "다음 정상회의에서 진전 사항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WTO는 최근 무역분쟁 해결 기능이 사실상 정지됐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WTO는 회원국 간 분쟁에 대한 최종심(2심) 심판 기구인 분쟁해결기구(DSB)가 무력화된 상황이다. 미국이 DSB의 새로운 상소위원 선임을 계속 반대하고 있어 전체 7명인 상소위원 가운데 4명이 공석 상태다. 이에 그동안 WTO가 지적 재산권 침해나 보조금 지급 등 우회적인 WTO 규정 위반 행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은 그간 세계 무역 분쟁의 최고 법원인 WTO 상소 기구가 자신의 영역을 뛰어넘고 WTO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WTO의 분쟁해결 제도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선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고 모든 에너지원을 활용할 것이라는 미국의 입장이 존중되어 반영됐다. 성명에는 "우리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제성장을 도모하면서 기후변화에 계속 대처하겠다"는 원칙적인 문구와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모든 에너지원과 기술을 사용해 경제 성장과 에너지 접근권, 안보를 추구한다는 강력한 공약에 전념할 것임을 확언한다"는 등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문구가 삽입됐다. 

이민과 난민 문제에 대해선 최소한의 원칙적인 언급만 반영됐다. 미국은 최근 불법이민자 행렬 '캐러밴'을 놓고 펼치는 정책에 대해 일부 국제사회로부터 비판받아왔다. 미국은 그동안 이에 대해 '불법 난민' 만을 반대하는 것일 뿐 난민 자체에 대한 반대는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성명에선 증가하는 이민자의 이동과 난민을 지원하기 위한 공동 노력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이들이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해결하자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번 성명엔 미국의 입장이 대거 반영되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EU도 우선 공동성명 채택 불발이라는 최악의 수를 막았다는 데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또한 EU는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WTO(세계무역기구) 개혁 지지를 얻으면서 향후 미국의 협상 방식을 견제할 계기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 채택을 거부했고, 지난달 18일 막을 내린 APEC에서는 미·중 간 대립 속에서 1993년 이후 처음으로 공동성명 채택이 불발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전문가들을 인용해 WTO 개혁이 미국에게 이득이 되기보다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보호주의를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덧붙여 내년 일본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선 EU 주도로 이뤄지는 WTO 개혁 논의가 미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중국과 러시아 또한 그동안 WTO 개혁을 적극 지지했다는 점에서 다자주의 방식의 WTO 체제가 향후 미국의 쌍무적 해결 방식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와 관련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합의를 이뤘다. 승리다"라고 말했으며, 브라질 재무장관 대행 마르셀로 에스테바오는 이에 대해 "내 관점에선 WTO 개혁은 다자주의의 승리"라고 말했다.

다음 G20 정상회담은 내년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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