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사건내용 세세히 알고있던 난 환노위원장으로서 선거에 이용 안했다"
"자식문제고, 오죽하면 그다지 안 좋아보이는 고용정보원 특혜채용 됐겠나"
"이재명 보니 좌파 후안무치, 정치판서 자식 둔 부모 입장까지 이용하면 안돼"

자료사진=연합뉴스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문재인 대통령의 장남 문준용씨(오른쪽)의 2006년 12월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논란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 '귀걸이 착용 이력서 사진'.(자료사진=연합뉴스 등)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2일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이 처음 거론됐을 당시 정황을 회고하며 "이재명, 문준용씨! 둘다 자중하시라. 하늘이 내려다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정작 사건 내용을 세세하게 알고 있었던 나는 당 실무자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걸 선거에 이용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혹 제기 과정에서 거론된 사실관계가 '허위'는 아니라는 뉘앙스가 풍긴다.

홍 전 대표는 "(문준용씨 채용 특혜 의혹이 처음 불거질)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내가 하고 있었는데 당시 한나라당 경기 광주(廣州) 출신 정모 의원(정진섭 당시 의원)이 (환노위에서) 그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특혜 채용 과정을 조목 조목 따졌다"고 소회했다. 이어 "그때 한국고용정보원 원장이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 밑에서 비서관을 했던 권모씨(권재철 당시 고용정보원장)였다"고 강조했다.

앞서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2006년 12월 일반직 5급 공채에 외부 응시자 2명을 선발했다. 문준용씨는 그 2명 중 1명이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문준용'이라는 이름은 2007년 4월24일 17대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지난 2007년 4월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속기록.(사진=국회 회의록)

당시 환노위에서 정진섭 의원은 "납득할 수 없는 인사가 노동부 산하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권재철 고용정보원장을 증인으로 불러 세워 "(고용부가) 일반직 5급 약간명 포함(전산기술 분야 경력자 우대)' 이게 연구직 5명, 일반직 9명 뽑는 데 적절한 공고라고 생각하느냐", "'추가채용 계획안'에 보면 PT 및 동영상 제작 관련 전문가 일부를 외부에서 채용한다는 원래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공고에는 왜 그런 내용이 없느냐"고 추궁했다.

정 의원은 또 , "전산기술 분야라는 것이 PT 및 동영상하고 일치한다고 생각하느냐"며 "연구직 초빙 공고라는 제목으로 공고해 '워크넷'에 띄웠다", "연구직 초빙 공고라는 제목 속에 (일반직 채용은) 한줄 묻어놨는데 일반직을 신청하고자 하는 사람이 어떻게 알고 여기 들어가냐.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이지, 즉 내부적으로 채용되기로 약속돼 있는 사람만이 아는 것이고 다른 사람은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권재철 원장이 "그 말씀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이어가려 하자, 정 의원은 "누가 이렇게 (일반직 채용을 한줄로) 묻으라고 시켰나"라며 "그 분야(PT 및 동영상 제작)를 뽑아야 하는데 감춰놓고 공고하지 않았는데도 어떤 사람 하나가 알고 거기 들어왔다", "1명밖에 안 들어왔다면 추가 공모를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응모하게 해야 한다", "뽑힌 직원의 이름은 무엇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이에 등장한 이름이 "문준용"이었다. 정 의원은 "그분이 낸 이력서를 보면 어느 대학 어느 과를 들어갔다는 말조차 없다. 이게 취업하고자 하는 사람의 자세인가"라고 따졌으나 권 원장은 뚜렷하게 해명하지 못했고 '채용된 문준용이란 사람의 부친이 누구냐'는 질의에 "문재인 비서실장"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 의원이 '옛날에 같이 근무하셨다'고 묻자 "그렇다"고 했고, '그분께서 우리 아들을 좀 넣어달라고 전화하셨나'라는 물음엔 "당시 문 실장은 변호사였다"고 했으나 정 의원이 "대통령 특보였다"고 맞받자 "정확히 그 분야는 제가 모르겠다"고 얼버무렸다.

지난 2007년 4월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속기록.(사진=국회 회의록)

정 의원이 권 원장을 집중 추궁한 뒤, 홍준표 당시 환노위원장도 이례적으로 '위원장 직접 질의'를 통해 "PT 및 동영상 제작 관련 전문가,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 중에 이 문모 학생만 유일하게 워크넷을 딱 보고 응시했다? 워크넷 보고 응시한 줄은 어떻게 아느냐", "23만명 중에 한명만 이것을 딱 보고 응시했다는 말이냐", "본인한테 확인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권 원장은 '문준용씨가 일 접속 23만명 중 혼자 워크넷을 보고 응시했다'는 취지로 "예. 그렇다"면서도 "(본인 확인이 아니라) 다른 의원님들, 환노위 말고도 그동안 (다른 상임위의) 자료 요청이나 기자들의 자료 요청이 있었다"고 빠져나갔다. 홍 위원장은 "그게 상식에 맞지 않는 얘기다"라고 짚은 뒤 넘어갔다.

이에 관해 홍 전 대표는 이날 "당시 사안 자체는 누가 보더라도 특혜 채용이었다"며 "하지만 나는 그 문제를 제기했던 정모 의원과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자제하도록 권유했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자식 문제이고, 오죽했으면 다른 좋은 공기업도 있는데 그다지 좋은 곳으로 보이지 않는 한국고용정보원에 특혜 채용이 됐겠는가", "저들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아들 병역 문제를 두번씩이나 공작을 해 정권을 잡았지만 우리는 그래선 안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좌파들과 다른 점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최소한 자식 문제를 정치에 이용하지는 말자" 등 자신의 당시 입장을 적은 뒤 "그래서 그 문제는 덮어두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가 (세칭 '혜경궁 김씨' 트위터 소유주 의혹 규명에) 자기가 살려고 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보고 좌파들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무리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정치판이라고 하더라도 자식을 둔 부모 입장까지 정치에 이용하는 건 참으로 해서는 안 될 짓"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홍 전 대표가 이 지사와 문준용씨에게 동시에 "자중하시라"고 지적한 것은 준용씨가 최근 태도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일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준용씨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 제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어떻게 대응할 지 검토중"이라면서 "도가 지나치면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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