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자국우선 등 美의식해 언급자제 시진핑…文대통령 오히려 '다자주의' 강조
트럼프·시진핑 무역전쟁 담판 '目前'…"회담 성과 없을 듯" 장기전 전망도 나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대(對)중 통상압박을 가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발언을 했다. 

1일 중국의 신화망과 일본의 교도통신 등은 시진핑 주석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을 단호히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은 개혁개방 후 40년간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았고 중국인민이 부단히 노력해 성과를 거뒀기에 계속해 새로운 단계의 개혁개방을 추진하겠다"며 "시장개혁을 심화하고 소유권과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며 공정한 경쟁을 장려함으로써 수입 확대를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요구하는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와 시장 개방 확대 등에 호응하는 유화 자세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각국이 폭넓게 협의해야 하지 독단적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날 공개된 시진핑 주석의 연설문 전문(全文)에는 '보호주의' '자국 제일주의'라는 표현조차 없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시진핑 주석의 발언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G20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공동대응 및 자유로운 다자무역체제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규범에 기반한 다자무역체제를 복원해야 하고 자유무역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며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보호무역주의와 통상마찰이 자유무역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기본정신은 '다자주의'고 다자주의는 평화를 만드는 힘"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평소 국내에서 자신이 하는 경제정책의 방향과는 일부 어긋나는 부분이 있지만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국가의 원수로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공정한 시장경제의 원칙을 어기고 있다고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무역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석하기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시진핑 주석의 입장을 문 대통령이 동조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 발언을 삼가야 했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온다. 

현지시간으로 1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양국의 무역전쟁에 대해 별도의 만남을 갖고 논의할 예정이다. 두 정상의 만남은 작년 11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중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갈등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상회담이 결정되고 중국이 미국에 보낸 타협안에 미국 관리들이 "변한 게 없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에 중국은 한쪽만 요구사항을 밀어붙이는 것은 불가하다는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심지어 미국 무역대표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G20 정상회의 개막 직전 성명을 내 미·중 간 불공정한 관세 체계를 주장하며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은 중국의 '진정한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고 중국의 첨단제조업 분야 육성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지적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 사이버안보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 단순히 미국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보는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기술패권 다툼에 있어 단기간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12월 최신호에서 양국 전쟁의 가장 중요한 전선은 인공지능(AI)부터 인터넷 장비까지 반도체를 핵심으로 모든 기술을 둘러싼 기술패권 다툼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집권기보다 오래갈 싸움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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