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최근 김정은의 연내 서울 답방을 추진하기 위해 미국과 북한에 의견을 타진 중인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12월 13~14일 김정은의 한국 방문을 추진했지만 북측이 연기를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30일 김정은의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30일 '정통한 대북(對北) 소식통'을 인용해 “내달 13~14일 김정은의 서울 답방을 남북이 사실상 합의했지만 최근 북측이 돌연 연기를 요청하면서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무산되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 다시 미국의 양해를 얻고 나서 북측을 다시 설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내달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초 우리 측은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김정은의 연내 답방을 추진하기 위해 북측에 “김 위원장이 12월 13~14일에 오시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북측은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연내 방문은 쉽지 않다”며 연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 앞에서 북한문제와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도 이와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6일 “여러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며 ‘연내 답방 추진’ 입장에서 한발 후퇴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김정은 답방을 12월 12~14일에 다시 추진하기로 하고 북한 설득에 앞서 미국에 이 같은 의사를 타진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같은 뜻을 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대하지 않을 경우 북측에 다시 방한을 제의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 난색을 표하면 연내 답방을 어려울 것이라고 여권 관계자는 말했다. 청와대는 경찰에 김정은 답방에 대비한 경호와 경비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 시내 호텔 3곳을 알아봤다”며 “시간이 촉박하지만 경호처에서 지시가 떨어지면 조속히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과거 북한 대표단 숙소로 활용된 모 호텔의 경우 다음달 12~15일 스위트룸이 있는 17층 등의 예약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측이 우리 측의 12월 중순 답장 제의에 난색을 보인 이유 중 하나가 김정은 경호 문제였다”고 했다.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도 최근 “(김정은 방남은) 북한 지도부 내에서도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리설주도 한번 가보자고 조를 것이고 김여정도 한번 가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러나 고위 간부들은 ‘원수님, 내려가시면 안 됩니다. 남조선 놈들이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겠습니까’라며 충성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또다시 ‘중재 외교’에 나선 것은 최근 미북 대화가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평가다. 국내적으로는 최근 급하락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계산도 숨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중매'에 긍정적으로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 중이며 결정이 난 건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 26일 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며 “2차 북미정상회담 전이 좋을지 후가 좋을지 어떤 게 더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 데 효과적일지 여러 가지 생각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님꼐서 남북평화를 위해 축복과 기도를 여러 번 보내 주셨고 여건이 되면 방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셨다”며 “한인 동포사회와의 깊은 인연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알베알 아이콘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교황님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 보좌주교로 있던 시절 한인 동포사회와 귀한 인연을 맺었다”며 “교황님께서 병원 사목을 위한 봉사자를 찾을 때 한국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이 달려와 그 역할을 기꺼이 맡았고 문한림 주교님과 동포사회가 다리 역할을 했다. 교황님께서 제게 직접 해 주신 얘기”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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