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아르헨티나에서 군부독재에 희생된 이들 추모
부에노스아이레스시(市)에 위치한 국립역사기념공원 찾아...'5월 광장 어머니회' 만나 위로하기도
세계 최악 인권탄압국인 北에 대해선 침묵하는 文대통령...아르헨티나에서의 행보는 앞뒤 맞지 않아
김문수 전 경기지사 "3대 세습 독재자 김정은에게 한마디도 못하는 文대통령...무슨 염치로 '가슴 아프다' 쇼 하느냐"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들의 이름이 쓰인 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들의 이름이 쓰인 벽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소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아르헨티나에선 군부독재에 희생된 이들을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시(市) 북쪽 라플라타 강변에 위치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했다. 국립역사기념공원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 무차별적 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됐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1955년부터 1983년까지 총 8차례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고, 특히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집권한 호르헤 비델라 군부독재 정권은 '더러운 전쟁'(Guerra Sucia) 이라고 불리는 탄압정치를 펼치며 좌익사회 운동가,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폭력, 납치, 살해 등 탄압을 실시했다. 당시 희생자는 약 3만명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실종 및 사망 시기별로 실종자, 희생자의 이름과 나이가 적힌 네 개의 벽을 따라 400m 가량 도보로 이동하면서 호크바움 국립역사기념공원장과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벽에 적힌 것이 희생자들 이름인가" "지금도 가해자들이 추가로 밝혀지면 가해자들을 처벌합니까?" 등의 질문을 하며 관심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아르헨티나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5월 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5월 광장 어머니회'는 군부독재 시기 실종자들의 어머니들이 세운 단체다. 설립 이후 41년간 목요일마다 항의 집회를 통해 군사정권의 만행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왔다. 문 대통령은 어머니들의 손을 꼭 잡으며 "한국에도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하다 희생된 분들의 어머니 모임이 있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위로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실종자 가족들을 다 찾기 바란다"고 인사한 후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떠났다.

'북한정권 인권침해 중단하라!'지난 2016년 북한인권 단체 회원들이 북한 내 인권침해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북한정권 인권침해 중단하라!'지난 2016년 북한인권 단체 회원들이 북한 내 인권침해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에 방문해 군부독재 희생자들을 추모한 것은 단순히 생각해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평소 3대세습 독재자 김정은 치하에서 세계에서 가장 끔찍한 인권 탄압을 당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선 항상 말을 아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르헨티나에서의 행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북한에는 총 6개소의 정치범수용소가 존재하며 15만 4천여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수용돼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다. 또한 북한은 지난 1월 국제 인권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2018 세계 자유보고서'에서 100점 만점 가운데 3점을 받아 세계 최악 중 최악의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권 변호사로서 활동을 하셨는데, 세계적인 인권 탄압 국가의 지도자와 손을 잡고 포옹을 하시는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들지는 않으셨냐"는 기자의 질문에 "북한도 보편적인 인권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 인권은 국제적으로 압박한다고 해서 인권 증진의 효과가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가장 실질적으로 개선해 주는 방법은 남북 간의 협력과 국제사회와 북한 간의 협력"이라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현실은 무시한 채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남북 협력을 통한 북한의 자연스러운 태도변화를 기다리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3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독재 희생자 가족을 만나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답니다"라며 "김정은과 악수한 한 쪽 손은 '북한 인권 앞에만 다가서면 즉시 마비'가 되면서 다른 한 손은 멀리 아르헨티나 가서도 열심히 '인권을 더듬고 다닙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 전 지사는 "3대 세습 독재자 김정은에게는 인권에 대해 한마디도 못하면서 오히려 세계를 돌아다니며 대변인 노릇이나 하는 분이 무슨 염치로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쇼를 합니까?"라며 "제발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라고 문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부터 체코·아르헨티나·뉴질랜드 3개국을 방문하는 5박 8일간의 해외순방을 시작했으며 첫 방문지인 체코에서 '원전 세일즈' 관련 말 바꾸기, 문 대통령 방문 기간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의 부재로 인한 '홀대' 의혹, '체코' 국명 오기 등으로 혼선을 빚어 국민들의 비판을 받았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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