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무빈 서울청 경비부장 "이번 경찰 고위직 인사, 원칙과 기준 있었나" 폭로
"내 경우 백남기 사망사건으로 인사 배제됐을 것"...명예퇴직 신청

'승진누락 항의' 입장 밝히는 송무빈 경비부장 [연합뉴스 제공]
'승진누락 항의' 입장 밝히는 송무빈 경비부장 [연합뉴스 제공]

현직 경찰 고위 간부가 29일 단행된 경찰 고위직 승진인사에서 누락되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 간부는 지역과 입직 경로 안배 위주에서 능력과 성과 위주의 인사 풍토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무빈 서울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은 이날 인사 발표가 난 직후 기자단에 ‘현정부 경찰고위직 승진인사 불공정성 시정요구’ 제목의 글을 배포했다.

송 부장은 A4 용지 3장 분량 입장문에서 "탄핵 관련 촛불집회의 평화적 관리 유공이 치안감 승진 배제인가? 이 참담한 현실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인사의) 원칙과 기준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기회는 평등했는지, 과정은 공정했는지, 결과는 정의로웠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밝혔다.

송 부장은 △탄핵 관련 촛불집회 관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경호, △19대 대선 경호·경비 △인천아시안게임 경비 등을 자신의 성과로 제시했다. 경무관 승진 이후 치안성과 평가에서 4년 내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송 부장은 "전국 경무관 중 근무 강도가 가장 높은 직책 중 하나를 맡아 일하면서 올 4월에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돌발성 난청이 와 한쪽 귀에 치명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인사 검증대상도 되지 못했다고 들었다"며 "치안감 승진은 정치적 관점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송 부장은 "서울청 경비부장은 집회·시위 관리와 대통령 경호를 주 임무로 하는, 주말도 없이 거의 매일 근무해야 하는 자리"라며 "전국 경무관 가운데 근무 강도가 가장 높은 직책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업무 스트레스로 지난 4월 돌발성 난청(難聽)이 와서 고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부장은 전임 경비부장들이 1∼2년 내 전부 승진했지만 자신은 3년이 지나도 승진에서 배제됐다고 했다. 그는 승진 배제 배경으로 서울청 기동본부장이었던 2015년 발생한 고(故) 백남기씨 사건을 들었다. 백씨는 2015년 11월 서울 도심에서 열린 불법 집회에서 경찰 버스에 줄을 묶어 끌어내려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치료를 받다가 2016년 9월 숨졌다.

그는 "저는 백남기 농민 사건 발생 지역 외의 훨씬 더 격렬했던 지역의 집회를 관리하느라 그 지역에 개입할 여건이 되지 못했다"며 "저에게 (백씨 사건) 책임을 묻기에는 예측가능성과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군데서 집회가 발생할 땐 서울청 차장과 기동본부장이 나눠서 관리하는 것이 통례인데 송 부장은 당시 백씨가 쓰러진 종로 1가가 아니라 가장 시위가 격렬했던 태평로를 담당했다는 것이다.

송 부장은 "실적 우수자와 고생한 사람은 반드시 승진되는 인사, 능력과 자질이 안 되는 사람은 대통령에 ‘빽’을 써도 안 되는 인사 풍토가 조성되길 바란다"고도 적었다.

송 부장은 현 정부 경무관 이상 고위직 승진인사에 대한 국정조사, 경찰 고위직 인사시스템 전면 개혁, 음해·투서 처리시스템 투명화, 백남기 사건과 같은 사안 관련자에 대한 승진 적부처리시스템 마련을 정부에 요구했다. 송 부장은 이날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다음은 송 부장 입장문 전문(全文)


현정부 경찰고위직 승진인사 불공정성 시정요구
 

탄핵관련 촛불집회의 평화적 관리 유공이 치안감 승진 배제인가? 이 참담한 현실에 절망감을 느낍니다.

저는 서울경찰청 경비부장 등으로 서울 경비파트에서 3년여간 근무하면서 주요 업무성과로는 탄핵관련 촛불집회 관리,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경호, 19대 대선 경호경비, 인천 아시안게임 경비 등이 있습니다. 2014년 1월 경무관 승진이래 치안성과 평가 4년 연속 최우수(S) 등급을 받았습니다.

서울경찰청 경비부장 자리는 '집회시위 관리와 대통령 경호'를 주 임무로 하는, 주말도 없이 거의 매일 근무해야 하는 전국 경무관 중 근무강도가 가장 높은 직책 중 하나입니다. 지난 4월에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돌발성 난청이 와 한쪽 귀에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임 경비부장들은 1~2년 내에 전부 승진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3년을 근무하고도 치안감 승진에서 배제되었습니다. 검증대상도 되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원칙과 기준'이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기회는 평등했는지, 과정은 공정했는지, 결과는 정의로웠는지' 되돌아보기 바랍니다.

백남기 농민 사건 관련성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저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예측가능성과 기대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말씀 드립니다. 저는 백남기 농민 사건 발생지역 외의 훨씬 더 격렬했던 지역의 집회를 관리하느라 그 지역은 개입할 여건이 되지 못 헀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군데서 집회 발생시 서울경찰청 차장과 기동본부장이 나눠서 관리하는 것이 통례이고, 당일도 저는 가장 격렬했던 태평로를 담당하였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저에게 그 책임을 묻기에는 형법상의 책임이론인 기대가능성론에 비추어 볼 때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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