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 항쟁 당시 유언비어 유포 혐의 받는 김모 씨 무죄
"당시 정치·사회 상황, 구 계엄법 상 '군사상 필요할 때' 해당 안 돼"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1979년 10월 부산·마산 지역에서 발생한 부마 항쟁 당시 선포된 계엄포고령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계엄령 무효' 판결은 대법원에서는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모씨(64)의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1979년 10월 20일 부산지역 소요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당시 손학규 한국기독교연합회 간사(현 바른미래당 대표) 등에게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당시 김씨가 "데모 군중이 반항하면 발포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번 데모에서 총소리가 군중에서 났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전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부마 항쟁 당시 선포된 계엄령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김씨에게 적용된 계엄법 위반 혐의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계엄포고는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인 부마 항쟁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그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과 사회상황이 구 계엄법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엄포고의 내용은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영장주의 원칙에도 위배되며, '유언비어 날조·유포 행위' 등도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1981년 대법원 재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바 있다. 이후 김 씨는 2016년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그 사유가 인정된다며 그해 7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을 맡은 부산고법은 역시 김 씨의 행위가 유언비어 날조·유포에 해당하지 않으며, 계엄령 자체가 무효라고 봤다.

이 사건은 2016년 9월 대법원에 접수돼 지난달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대법원 심리 결과, 원래 사건을 맡았던 소부에서 선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돼 이날 판결이 내려졌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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