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외교적 노력 한계에 달했다" 지적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예정된 미북 고위급회담이 없다고 밝혔다.

고위급회담은 이달 초 북한의 요청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당초 미국은 이달 28일까지 만나자고 북한에 요청했으나, 북한은 답변을 주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은 현재로선 미북 간 다음 만남이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 문제를 외교적 대화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벽이 부딪쳤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북한 측과 회담 일정이 잡힌 것이 있느냐’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질문에 “북한 관련 일련의 행사(이벤트)들에 대해 추가로 언급할 것은 없다”면서도 “너무 시간이 오래 지나기 전에 미북회담이 열리길 매우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함께 안보 현안을 브리핑하기 위해 상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 리처드 하스 회장은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연구소(ICAS)가 주최한 ‘한반도와 미국의 안보’ 심포지엄에서 “안보를 핵 무장에 의지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현 상황을 매우 부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북 외교 노력은 근본적으로 벽에 부딪혔으며, 북핵문제를 풀 방법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하스 회장은 “일각에선 북한의 도발이 줄어 긴장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사실은 북한과 대화 국면이 지속되고 있을 뿐”이라며 “그러나 평온한 인상을 주는 이러한 대화 국면은 사실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1~2년 후 군사적 균형이 미국에 불리하게 바뀐 것을 깨달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대북관계에선 정상 간 외교보다 실천이 강조되는 실무급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의 만남을 거부하는 이유는 그들이 북한에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를 요구할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제재 완화를 설득하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제재 완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해 온만큼 미북협상은 당분간 지금과 같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남북관계가 답보상태에 있는 미북 대화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문제”라며 “미국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지렛대를 너무 많이 포기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는 한국정부의 바람을 한국과 미국 간 균열을 조장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29일 중앙일보는 미북 접촉에 정통한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북한에 고위급 접촉 채널의 교체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지난 8일 뉴욕에서 예정됐던 미북 고위급 접촉을 전후한 시점에 양측이 물밑 접촉을 진행했다”며 “미국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아닌 이용호 외무상을 대화 파트너로 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북한에 협상 대표의 교체를 요구한 이유는 군 출신(정찰총국장)인 김영철의 경직된 태도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당국자는 “김영철은 주로 적대적이고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했던 군사회담 전문가”라며 “이로 인해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갑’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비타협적으로 나오는 게 미국 입장에선 불편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의 김영철 교체 요구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거래’를 원하는 북한에 대한 견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복수의 미 행정부 인사를 접촉했던 정부 당국자는 “미 국무부 안에서도 북한에 대한 접근 방식과 관련해 의견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북한 노동당의 통전부가 아닌 외무성 라인과 협상해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 일각의 의견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